주지하다시피 올해부터 공직선거법이 대폭 강화됐다. 때문에 공명선거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크지만, 한편으로는 강화된 선거법에 옥죄어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최상위계층들은 치명타를 입고 있다. 행여 빈대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로 자치단체의 행정을 들여다보면 강화된 선거법이 얼마나 행정행위에 제한을 주고 있는 지 금방 알 수 있다. 전남도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도가 당초 상반기 도입을 계획했던 132억2천500만원(국비 92억여원· 도비 19억8천400만, 시·군비 19억8천300만원) 규모의 전남 중증장애인 기초장애연금사업을 선거가 끝난 7월 1일로 지급시기를 늦췄다. 이로 인해 도내 수급대상자 1만9천568명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편 ‘장애인 부모 자녀의 언어발달 바우처 제도’도 7월 이후에나 도입할 예정이어서 수급대상자들이 불편을 겪게 생겼다. 뿐만 아니다. 전염병 예방장비를 복지시설에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백지화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사회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에 손 소독기를 무상 임대해 주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 탓이다. 이것을 기부행위로 간주한 선관위의 해석에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일선에서 복지사업을 시행하는 시·군들도 선거법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올 신규사업의 개시 시점을 아예 하반기로 연기하고 있다. 이 탓에 장애인과 노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사회복지사업 상당수가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돼 애꿎은 차상위계층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일 1년 전부터는 지자체장 직무상 금품제공 행위가 금지되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는 ▲지자체 홍보물 발행·배부 ▲지자체장 행사 참석 등이 제한된다. 이같은 규정에 걸려 각 지자체들이 계획했던 각종 복지 지원사업들이 들쭉날쭉해 효율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공직선거법을 강화해 선거혁명을 이루겠다는 선관위의 생각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까다로운 공직선거법으로 인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 개선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현실적인 선거법 개정 또는 규정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