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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을 막론하고 공직자의 부패관련 기사가 연일 신문지면과 방송매체를 장식중이다. 국회 청문회까지 열었던 고급옷로비 사건은 요란끝에 국민들의 의혹만 더욱 키워놓고 말았다. 이 지역에서도 뒤질세라 전남도청 구내식당 비리의혹사건이 터져나와 ‘부패의 전국화’에 구색마저 갖추는 모습이다. “어떠한 부패도 공무원들의 부패만큼 파괴적인 것은 없다”고 한 앨 고어 미부통령의 지적을 굳이 되새기지 않아도 공직자의 부패는 망국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이토록 만연하는 부패를 뿌리째 없앨 묘안은 과연 없는 것일까. 완벽한 방안은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부패를 감소시키는 방법이 전혀 없지만은 않은 것같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공무원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부정부패를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하는 한편 위반시엔 가혹한 처벌을 할 수있도록 법적 장치를 철저히 해놓았다.여기에 공무원들이 다른 마음을 품을 수없을 만큼 최상의 대우를 해준다.이것도 부족해 법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가고 있다. ‘청렴’의 대명사격인 싱가포르의 반(反)부패기구는 총리실 직속 부패행위조사국(CPIB). 일종의 마패와 비슷한 증명서를 휴대한 75명의 암행어사들은 수사권뿐만 아니라 검찰에 기소의견을 제시하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다. 게다가 대기업 임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공무원 평균임금은 부패를 예방하는 특효약이다.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는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도록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있으며 부정의혹이 있는 공직자는 물론,연루자들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사권을 지녔다.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면 지구상 어디든 끝까지 추적해 기어이 강제송환을 시키고야 만다. 나치전범을 좇는 모사드(이스라엘 첩보기관)는 저리 가라다. 한국사회에서 유달리 잡음과 비리가 많은 건축부문에 대해 홍콩은 관련규정을 쉽고 명확하게 만들어 아예 담당자들의 자의적인 해석을 원천봉쇄해버렸다. 타이완은 부패사범을 최고 사형으로까지 처벌한다.또 국회의원인 입법위원들은 공무원 겸직은 물론 재직기간중 변호사나 회계사업무를 못하도록 해놓았다. 그래도 공직자비리가 끊이지 않자 최근엔 사형선고를 자주 내리는 편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도 김대중 대통령의 8·15 담화이후 부패방지 특별위원회 구성과 부패방지기본법 제정을 서두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수사권의 부여 및 독립성 문제에 대해 시원스럽게 정리해나가지 못하는 것같다. 국가별 부패지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이른바 ‘맑은 나라’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뻔히’알면서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애써 외면하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설마 ‘부패에 대하여’자유롭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때문에 명쾌하고 강력한 제도와 법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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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가 올해내로 일궈내야할 가장 큰 결실은 누가 뭐라해도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제 말을 꺼내는 것조차 입이 아플 지경이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김대중 대통령도 연초부터 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거듭 강조해왔다. 정치개혁은 역대 정권가운데 어느 누구도 감히 시도해보지 못했던 난제중의 난제임과 동시에 세기가 바뀌는 현시점에서 우리 나라가 반드시 이뤄내야할 국가적 과업이기도 하다. 국민의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이른바 신당창당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모해야 하는 것도 정치개혁이며 정치 혐오에 탈진될대로 탈진된 국민 모두의 바람 역시 그것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내외적 여건이 무르익었음에도 아직까지 정치개혁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형성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같은 정치불신은 정치개혁의 가장 치명적인 장애물로 등장하기 마련이다. 왜 이같은 현상이 빚어지는가. 정치의 기본원칙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정치적 기득권이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국민회의 한화갑 사무총장은 남구청장 정동년후보의 공천과정에서 중앙당이 지구당을 거치지 않고 정씨로부터 직접 입당원서를 받아 공천한 사실과 관련,“지구당과 시민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당의 조직과 선거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비록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긴 했지만 ‘공천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닐 수없다. 한총장은 또 “5·18에 대한 정치적 배려는 이로써 마지막”이라고도 했다. 이 또한 원칙없는 발상에 다름아니다. 한총장의 말대로라면 남구 구민은 ‘정치적 배려’의 희생양일 뿐이다. 5·18 관계자들중에도 능력있고 덕망있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분들이 5·18정신마저 갖췄기 때문에 더할 나위가 없어 공천한다고 했더라면 공천자와 남구 구민 모두가 납득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 정치적 기득권층의 두터운 벽도 원칙을 흔들어대는 존재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5일 이만섭 총재권한대행을 불러 정국현안을 협의하면서 “기득권 포기란 기득권을 포기할 각오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라는 선언적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행이 ‘기득권포기 불사’를 제창했던 지난번 기자회견 당시의 결연하고도 비장하기조차 했던 분위기가 ‘일보후퇴’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찮아도 국민회의 내부에서 ‘(기득권 포기처럼) 현역의원을 밀어붙이면 정기국회나 예산처리 등에서 누가 협조적으로 나가겠느냐’는 식의 다분히 협박조의 불만들이 들려오던 참이다. 신당이 이런 식으로 창당돼서야 정치개혁이란 막중하고도 험난한 역사적 과제를 풀어갈 새로운 세기의 정당으로 발전될 수있을지 우려돼지 않을 수없다. 국민회의는 앞으로라도 제반 정치활동에서 그리고 신당창당의 과정속에서 원칙을 준수해나가는 한편 기득권층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요구된다는 우리 정치의 현실적 필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치가 아무리 ‘움직이는 생물’이라지만 국민은 ‘제대로된 생물’이 아니면 결코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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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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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따뜻한 고을 광양, 이곳 광양에 물건이 몰려들고 물건이 나가게 된다. 관세 자유항이 되어 수많은 우리의 상품이 컨테이너화 되어 세계를 향하여 나가게 되고 수많은 외국의 상품이 또한 컨테이너화 되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다. 너무 많은 수입수출의 물건이 세금이 없어지는 광양항을 통하여 맘대로 들어오고 마음대로 나가게 된다. 이러기 위해서는 바닷가에 수많은 땅이 필요하고 광양항은 더 수많은 땅을 만들어내는데 가장 유리한 항(港)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산이라는 동쪽 한끝에 있는 항만이 혼자 맡아서 이런 일을 다 처리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 역할을 광양이라는 이름의 항만이 맡아 일을 나눠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산과 비슷하게, 아니 어쩌면 부산을 능가해서 훨씬 더 활발하고 자유스럽게 이 일이 이뤄질 것이다. 항만과 공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할 경우 정부는 그 지정요건으로 배후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적정규모의 배후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지정대상에서 배제시킨다는 방침인데 이런 면에서 보면 광양항은 1단계 배후지 80만평을 비롯해 3단계가 완공되면 80만평이나 되어 국내 항만중 관세자유지역 지정요건에 가장 근접해 있어 우선 지정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한편 전라남도에서는 정부의 이와같은 방안에 대해 국토균형 발전은 물론 광양항을 조기에 활성화시켜 부산항과 함께 동북아의 양대물류기지화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게 되면 자, 동쪽의 물류(物流)는 부산항이 맡고 서쪽의 물류는 광양항이 맡아 두개의 날개 밑에서 날마다 물건을 가득가득 싣은 배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향해 나가고 들어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기, 21세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80년대초 까지만해도 이름없던 남녘의 자그만한 포구 광양이 80년대 중반에 들어서기 시작한 광양제철과 함께 9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된 컨테이너부두 항만으로 날로 발전하여 이제 21세기에는 세계에서도 그 이름이 크게 떨치는 유명한 컨테이너항만이 될 조짐과 그 실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세기초 이른바 도참설 내지 풍수지리설을 이루었던 큰 스님 도선국사가 설흔일곱의 나이로 이곳 광양에 들어와 광양 백계동(白鷄洞)을 보고 너무 좋아서 춤을 벌렁벌렁 추었을 정도로 명지(名地)인 광양, 그래서 그는 그 이전 전국을 돌아다녔던 방랑벽을 치우고 35년간 그곳 백계동에 머물며 소위 옥륭사파(玉龍寺派)라는 새로운 선문(禪門) 하나를 이루고 기어코 그곳에서 죽을만큼 뛰어난 산세를 이루고 있는 고장 광양, 이제 그 광양이 그 이름에 걸맞게 세계로 향한 꿈을 펼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광양은 더욱 빛나고 따뜻한 고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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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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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에 치러질 광주 남구청장 및 기초의원 재·보궐선거가 후보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틀간의 등록결과 구청장의 경우 국민회의 공천자 1명과 무소속후보 5명 등 6명이 경합,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남구청장 보궐선거는 비록 1개 구청장을 뽑는 선거이지만 광주시민은 물론 전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관심의 촛점은 DJ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여전할지 여부랄 수 있다. 지역민심은 국민의 정부가 2년째로 접어들면서 도청이전·역차별·옷로비 등으로 예전과는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당후보에 대한 지지의 정도는 관심사중의 관심사다. 사실 지난해 6·4지방선거까지 국민회의가 공천하는 후보는 무조건 당선된다는 등식이 성립했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집권여당이 공천하고 시민단체가 추대하는 후보가 여타부호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무난하게 당선되느냐 여부는 초미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와는 달리 무소속 후보의 선전여부 또한 지대한 관심거리다. 남구청장 후보로 나선 5명 가운데 2명은 처음부터 무소속을 결심했으나 나머지 3명은 국민회의 공천을 신청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무소속 후보들은 이반된 민심이 ‘여당공천=당선’의 등식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나섰다고 볼 수 있다. 공명선거를 이룰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경향각지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등의 재·보궐선거는 돈 선거 등으로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이번 남구청장·기초의원 재·보궐선거도 자칫 잘못하면 과열 타락선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그럴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정당에 의해 선거가 과열될 수 있다. 국민회의는 공천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를 위해 중앙당 간부와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고 한다. 물론 정당이 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용히 치를 선서를 정당이 나서서 과열되게 만들면 그 책임은 고스란이 정당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필요이상의 과열을 부추기는 일은 없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공당이 무소속 후보들을 상대로 지나치게 위세를 부리거나 물양작전을 펴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선거보다도 공명선거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소속 후보들도 모범선거가 될 수 있도록 자중자애하는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허용되는 행위라도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운동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예를들어 주택가에서 스피커를 통해 정견을 발표하거나 지지를 호소한 것도 언제나 시민의 입장을 고려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 이제 보름동안의 선거는 막을 올렸다. 남구의 시민들도 공명선거를 위해 탈법위법행위는 적극적으로 고발해야 한다. 올바른 선거문화는 시민의 힘으로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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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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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면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가끔 할 말이 있으니 창을 열어라는 신호를 받는다. 창을 열면 영감님 몇살이나 자셨느냐고 묻는다. 가끔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저 웃음으로 인사하고 창을 닫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할 말이 더 있는듯 닫힌 창문으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무엇인가 말을 계속한다. 나는 그의 말을 다 알아 들을 수가 있다. 무엇인가 칭찬 비슷한 말을 하고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건강하시라는 인사일 것이다. 무등산에는 여자들과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언제나 오르는 사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피차 별로 할 말에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대개 나이를 묻는다. 대답하는 입장에서는 말하고 싶지 않는 눈치다. 그래도 되묻는 바람에 상대는 부득히 털어 놓는다. 친구들과 일행이 될 때는 당하지 않지만 혼자일 때는 나도 가끔 같은 질문을 받는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싫다. 같은 대답을 반복하기가 싫어서가 아니다. 왜 남의 나이를 묻는가. 남의 나이를 물어서 그는 무슨 만족감을 구하자는 것인가. 나이를 묻는 사람은 상대가 월등하게 나이든 사람에게 특히 묻는 수가 많다. 그러니까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주목을 받을만큼 많은 나이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주변에 흔히 있는 풍경이다. 서양인 특히 미국인들은 호기심이 많다. 그러나 결코 남의 나이를 묻는 일은 없다. T.S.에리엇의 ‘푸르푸록의 연가’라는 시가 있다. 중년 나이 한 사나이의 불안한 생활을 다룬 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미국인 교수에게 이 중년은 몇살로 보이냐고 물었다. 한 40쯤이라고 그는 대답하면서 나이는 이 작품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때 이미 50을 넘긴 나는 우리와 다른 문화임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서양인들도 노인의 문제는 있다. 가령 영국의 시인 W.B.에이츠의 명시 ‘비잔티엄으로 가는 항해’라는 시는 “그것은 노인이 살 땅이 아니다”로 시작한다. 이 시는 노인의 영혼과 지혜를 읊은 것이지만 그러나 이렇게 자극적으로 시작한 시인의 컴플렉스는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그들에게 일반적으로 우리의 위계질서와 같은 고정관념은 없다. 사는데 나이가 문제가 아닌 것이다. 피차 자유로운 경쟁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도 경쟁의식은 이미 남의 일이 아니다. 최근의 구조조정이 그것을 잘 말한다. 오늘의 시대는 노인의 지혜가 존중받는 시대가 아니다. 지혜는 제도에 있고 컴퓨터에 다 있다. 젊은 사람에게도 눈이 도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평가된다. 설혹 노인이 적응한다 하드래도 젊은 사람도 얻기 어려운 일에 매달릴 수도 없다. 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의 불만이 있다. 노인이 운전을 하건 등산을 하건 남의 일에 지나친 관심은 싫다. 나는 수염을 길른지 근 이년이 되었다. 말썽이 많다. 그러나 나는 동양의 격과 서양의 진취적 사고를 공유하면서 나이에 대한 도전과 나이에 대한 정면돌파의 심정으로 수염을 길른다. 인간의 하나로 당당하게 서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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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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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생각하는 시민단체란 시민에 의해 조직되고 시민을 위해 일을 하는 곳입니다. 여기서 시민이란 단순히 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는 뜻 이외에 보다 주체적인 의지를 표현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주어진 권리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의 우리의 현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권리를 짓밟히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먼저 깨우친 한명이 열명, 백명에게 전파하는 시민운동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는 본연의 역할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광주 남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 정치개혁을 주창해 온 일부 시민단체가 무소속 후보를 추대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시 당의 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또 정치 참여를 내세운 일부 시민단체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번 남구청장 사태는 지구당의 밀실공천에 의해 수개월간 행정공백이 초래되는 등 구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해진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참다못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총대’를 메고 정치개혁을 하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그 순수한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저희 녹소연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후보를 공천하는 것은 정당의 고유권한입니다.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를 찍지 않으면 됩니다. 국민회의의 공천과정이나 공천자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시민단체가 ‘후보자를 내지 말라’고 할 권한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시민단체는 항상 최고의 선을 추구할 뿐이지 그 자체가 최고의 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시정(市政)과 구정(區政), 의정(議政)을 감시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단체가 선거에 출마, 정치참여의 명분으로 내부에서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단 자치단체나 의회 감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믿고 찍어준 후보들이 당선된 후 입장을 바꿔 반대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서운 감시자로서 시민단체가 꼭 필요합니다. 힘의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치단체나 의회의 결정이 진정으로 시민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 제대로 따지고, 대안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민단체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비판세력이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봅니다. 시민단체 운동가들의 정치참여도 바람직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청렴성와 함께 시민단체에서 훈련이 됐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민단체를 등에 업고 정치를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서두에 밝힌대로 시민단체는 시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요. 가령 시민단체에서 추대한 후보라는 것이 언론에 알려졌을 경우 시민단체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그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벌써 많은 점수를 얻고 출발한 것이라고 봅니다. 시민단체의 이미지가 곧 그 후보의 이미지로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만일 그 후보가 시민단체의 바람과는 달리 다른 사람으로 변했을 때, 그 영향은 곧 시민단체로 전가돼 시민단체의 말에 힘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독일의 녹색당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는 현실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의 정치행태는 아직까지 정강(政綱)에 의한 정치구조라기보다는 특정 정치인에 의한 ‘1인 정치’라는 특수한 환경을 갖고 있어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시민·사회단체가 정치에 참여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러한 단체를 더이상 시민단체라 하지않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정치집단으로 목표를 정한, 하나의 성실한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제가 고집하는 시민단체는 모든 세력으로부터의 독립, 그렇게 함으로써 시민의 이름으로 모든 세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공정하고 바른 원칙을 세우고, 한번 세운 원칙은 누구나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됩니다. 또 일개 보잘 것없는 시민이라고 할지라도 똑같이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이번 남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 국민회의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배제하지 않고 지구당에 공천신청을 하지않은 후보를 공천한 일련의 과정을 볼 때 시민단체의 힘이 그만큼 막강해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민의 힘이 강해진 것이지 특정 시민단체의 힘이 막강해진 것은 아닙니다. 이밖에 일부 선명하지 못한 후보들이 시민단체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깨닫는 지혜와 겸손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녹소연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이 없이 운영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순수한 민간 소비자 운동단체입니다. 국민, 즉 소비자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결성된 단체입니다. 그래서 월급받는 사람이 한명도 없고 월급을 줄 자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매일 조금씩 우리의 작은 노력에 의해 불합리한 제도가 개선되고,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낙으로 삼으로면서 매일 즐겁게 일하는 단체입니다. 자신의 불법·부정을 은폐하기 위해 시민단체에 몇푼의 후원금을 내는 사람의 참여는 절대 거절합니다. 그리고 자치단체나 정부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어떠한 프로젝트나 인건비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연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녹소연은 스스로 권리를 찾아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97년 광주시와 5개구청이 쓰레기봉투 가격을 일률적으로 결정하자 저희 녹소연은 이를 자치단체에 의한 담합이라고 주장하며 시정할 것을 촉구했지요. 그때 당시 담합은 기업에 의한 것이지 자치단체에 의한 담합이라는 것은 개념 자체가 생소했지요. 이번 남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서도 남구지구당의 후보검증 토론회 명목으로 후보당 80만원에 이르는 돈을 갹출한 것은 일종의 계약위반으로 소비자 피해사례 감입니다. 남구지구당이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지요. 게다가 후보검증 토론회는 지구당이 응당 해야할 일이고, 토론회를 통해 공천 후보자를 선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약속까지 지키지 못했으니 명백히 ‘계약위반’이지요. -녹소연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치에 직접 참여하시겠습니까. ▲IMF이후 몇몇 회원이 생필품을 모아 새벽 근로자 대기소를 찾았을 때, 6·4지방선거에 나가려고 그러지 않느냐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이는 IMF 실직자 구제가 목적이 아니라 나중을 기약하며 선행을 가장한 정치인들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녹소연에 근무했던 사람이 단체를 떠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녹소연 자체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랜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김경아 기자
오피니언
김경아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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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로 신당 창당에 임할 것을 천명했다. 이만섭총재권한대행의 이같은 발언은 김대중대통령과의 교감을 통해 나온 것이여서 신당 창당과 총선 공천과정에서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는 현역국회의원의 물갈이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회의의 기득권 포기 발언은 선언적 차원이지만 중요한 뜻을 담고 있다. 우선 신당 창당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자세로 볼 수 있다. 이는 지역당의 이미지를 벗지 못한 국민회의를 그대로 둔채 몇몇 개혁적 신진인사를 수혈하는 것과 같은 종전의 방식을 취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이같은 입장선회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종권처럼 기득권을 고수할 경우는 지역당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고 국민들에게 집권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새피 수혈을 위한 개혁적 신진인사들이 신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국민회의의 신당 창당은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평가받을 만 한다. 야당인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 등은 김대통령이 여러번 신당을 만들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나 옳지 않는 태도다. 지금까지 80여개의 정당이 명멸했지만 그때그때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이뤄졌을 뿐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만들어진 정당은 하나도 없었다. 따라서 신당이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이뤄진다면 기대할 만한 정당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김대통령은 개혁적 보수세력과 중산층을 대변할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만큼 신당의 구성과 노선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정당상(像)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모든 것이 그렇듯 실천이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혐오는 극에 달해 있으며, 국민회의의 텃밭인 광주·전남의 민심도 새로운 인물을 갈망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반된 민심은 되돌리기 어렵게 되고 자칫 잘못하면 정국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회의의 남구청장 공천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작품일 수 있다. 9·9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회의 남구지구당은 투명한 공천을 위해 공천 희망자를 공개모집했다. 14명의 신청자중 4명이 탈락하고 10명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까지 열어 검증작업까지 거쳤으나 중앙당은 엉뚱한 인물을 영입, 공천하고 말았다. 과연 이같은 처사를 납득할 수 있겠는가. 천하의 공당이 스스로 밝힌 약속을 저버리고 이런저런 구실과 명분을 내세운다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결국 신당도 기득권을 포기한다고 하지만 공천은 그 사람 그 얼굴에게 낙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신당은 어떤 경우에도 약속을 실천하는 믿음을 줘야 성공할 수 있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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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별로 한 일이 없거나 혹 있다 하드래도 보다 적절하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사는 시대도 부정적으로 봐야 잘 보인다. 나라나 겨레 할것 없이 어떤 분야에서는 별로 한 일이 없거나 보다 더 적절하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해방 54년이 된 마당에 더욱 그 생각은 절실하다. 식민지 생활 36년보다 거의 배에 가까운 세월을 우리는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로 있고 그 분단은 앞으로 얼마가 더 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시 맞는 8·15의 느낌이다. 한국 전쟁도 있었고 아직 대치하고 있는 상태라 관계된 문제가 복잡하다. 그러나 상황 해석을 양파 껍질처럼 버끼면 결국 하나의 겨레 하나의 나라에 이른다. 하나의 나라 하나의 겨레를 두고 생각하면 지금 우리의 이 꼴이 무엇인가. 도대체 우리가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시대를 그저 따라 사는 사람들 그러니까 일이 있을 때 수를 채워주고 죽어 준 민초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70년대초 남북합의서가 발표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이 곧 될 것같다는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어떤 신문의 기획으로 통일 주제의 시를 쓰기위한 통일로 종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합의서 발표가 있고 얼마 가지 않아 그것이 사기임을 느끼고 그 때 쓴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 몇해 뒤에 어떤 잡지에 나는 소 시집의 형식으로 ‘백지’를 앞세워 그 시를 발표했다. “손바닥을 대고 땀을 흘리는 짐승이 되기 까지는 아직도 먼 평양 116키로의 물소리”가 그 시의 전문이다. 그 소시집을 읽고 시인 전봉건이 동아일보 월평에 다음과 같이 썼다. ‘통일로 종점’과 ‘백지’는 같은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 통일 그러나 그 허공을 향하여 무수히 날려 보내야 하는 순수한 ‘백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전봉건은 이북이 고향인 사람이다. 그리고 월남하여 하나의 병사로 한국전쟁에 참가한 시인이었다. 전봉건 시인이 죽은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리고 해방되고 반세기 한국전쟁을 포함한 무수한 세월에 백지를 느끼는 전봉건 시인의 감회는 오늘 더욱 절실할 뿐이다. 이 곳이 무엇인가. 한반도의 지난 50년은 백지가 아닌가. 그리고 그 백지는 앞으로 얼마나 갈지 누가 아는가. 중국 연변을 여행하고 금강산을 여행하면서 거드름을 피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만난다. 사진 찍는 일이 여행의 전부인 그들에게 한반도의 분단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어찌 그 사람들 뿐인가. 그들은 오늘 여기에서 내가 잘 살면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일제 36년이나 해방 54년이 절실한 의미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또 누구인가. 70년대 조국 근대화며 새마을 운동으로 우리를 다른 길로 간 사람들처럼 오늘 세계화니 무한 경쟁이니 민주주의니 하여 그들은 우리를 다른 길로 몰고 간 것이 아닌가. 그들을 따라가면 통일 그 허공을 향하여 백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날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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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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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명산인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행정기관에 의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남도는 문제의 사업이 산의 생태계를 망칠 것이 뻔한데도 오히려 환경훼손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하고 있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허경만지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환경부를 방문, 국립공원인 지리산 온천지구~성삼재~노고단까지 4.8㎞의 구간에 케이블카를 놓을 수 있도록 공원구역내 3.2㎞구간을 국립공원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는 환경단체의 반발로 90년 이후 중단된 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사업의 논리도 아전인수격이다. 전남도는 이 건의에서 지난 88년 구례 천은사와 전북 남원 뱀사골을 연결하는 지리산 횡단도로 개통으로 차량통행과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면서 비롯되는 환경훼손을 케이블카로 막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케이블카를 설시하면 차량이 줄어 대기환경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도의 논리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횡단도로를 오르내리는 차량의 숫자는 감소될지도 모른다. 차량이 감소되면 배기가스와 쓰레기가 어느 정도는 줄어들 수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환경보호단체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들은 횡단도로가 개통된지 10년만인 지난해까지 지리산을 찾은 관광객이 무려 220만명에 이르렀다고 집계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왔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 배기가스 등으로 명산을 망쳤다는 증거다. 여기에 케이블카까지 놓는다면 산의 훼손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생태계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횡단도로가 개통되면서 반달곰과 사향노루 등 지리산 희귀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노출된 사실만으로 서식환경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횡단도로와 케이블카가 동시에 운행된다면 생태계의 파괴는 되살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함께 선진국에서도 케이블카 설치는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추세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스위스와 독일 등 유럽 각국은 50~60년에 집중 설치된 케이블카를 80년대부터 자제하고 있다. 이유는 산의 정상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생태계 등 자연환경에 이롭지 못하다는 증거와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부도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리산관리사무소는 횡단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생태계의 훼손이 심각하다고 여겨 관광객의 분산수용대책까지 세워야 할 판에 케이블카 설치는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환경부와 전남도의 시각과 입장이 현저히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전남도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시책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한다고 하더라도 옳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계획은 하루빨리 백지화하는 것이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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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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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올가가 지나간 뒤 수재민 돕기 의연금 접수는 8월 중순이 돼도 메스콤마다 저조하다. 그래서 어느 언론사는 이런 기사를 냈다. 피해입은 농어민들에게 용기와 재기의 결실을 맺도록 크게 박수쳐 주시는 뜻에서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계속 접수받고 있습니다. 얼른 느껴도 미디어 언어의 정선이 전혀 돼 있지 않다. 한문을 모르는 한글세대의 표현이 이렇듯 어줍잖은 데도 데스크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내놓고 있다. 담당기자 보다도 데스크의 니힐리즘(理性輕視現象)과 매너리즘(習性)이 문제다. 말하자면 잘 했으려니 하는 부질없는 태도가 화근이다. 때문에 유달리 아카데미즘을 과시하는 어학이나 언론학 교수들은 뉴스기사를 “이 따위 기사는 초등학생도 코웃음치겠는 걸!” 하고 비하해 버린다. 정말 원로기자(한문세대)들이 음미해도 낯이 뜨겁다. 그러나 원로라고 다들 젊어서 철저히 미디어 언어를 구사했던 것은 아니다. 사건만 다룰 줄 알았지 기사 한줄 자기 손으로 작성하지 않았던 외근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나는 50년대 후반에 공채 1기로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신춘문예 작가 출신이어서 외근들의 기사를 틈나는 대로 곧잘 대필해 주었다. 그 댓가는 다른 내근들처럼 으례 럭키스트라익이나 카멜 한 갑씩이었다. 당시 유행의 첨단은 온통 외근들의 복장에서 읽게 했다. 양복 천, 와이셔츠, 카우스 버튼과 넥타이, 윗 저고리에 꽂는 수건과 넥타이 세트, 그리고 양말, 구두 등등…. 실상 내가 꾸미는 문화면의 패션 가이드를 풍요롭게 하고 남았던 것이다. 편집부나 교정부에서는 이들 외근을 ‘마카오 신사’라고 불렀다. 모두가 유행하는 마카오 박래품 일색이었기 때문이기도. 그 무렵의 내근들은 생활에 쫓겨 허름한 잠바에 운동화가 보통이었고 교통비조차 없어 변두리에서 도보로 출근하느라 지각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점심때면 구내 식당에서 나오는 양재기 밥한 그릇이라도 더 먹으려고 아웅다웅 했다. 이런 처절한 내근들에게 있어 기사한 꼭지 대필해 주고 받는 양담배 수입은 대단할 수 밖에. 그만큼 마카오 신사들은 이들의 구세주(?)요, 운수 좋은 날이면 밖에 나가 커피 대접 뿐이랴, 황금동 출입의 특전도 누렸다. 마카오 신사들에게는 아이템이란 써도 되고 안 써도 무방했기에 거의 기사에는 무신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통신도 신통치 않고 기사도 모자란 날엔 국장이 노발 대발이다.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 마카오 신사. 그들은 항상 양담배를 몇 볼씩 챙겨두고 데스크에 대필 기사를 넘기지만 상부에서는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들 마카오 신사의 기질과 수완은 발행인의 마음에 쏙 들고 남을 정도로 각 출입처에서 폭 넓게 관록을 과시하고 있었던 것. 지난 50년대는 언론의 무경생 시대였기에 그런 귀공자들이 사교계에서 과소비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했다. 전자매체시대의 저널리스트로서는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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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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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된 재해에 대한 복구예산의 지원절차가 개선되지 않아 농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제7호 태풍 올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 재배농민들은 복구비가 제때에 지급되지 않는데다 일손과 자재마저 구하기 어려워 삼중고를 겪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의 비닐하우스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선 시·군 단위농협의 집계에 따르면 도내 철재하우스는 4천666㏊가운데 969㏊가 전파되거나 반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들은 태풍이 지나간뒤 즉시 철거작업에 나섰지만 일손부족으로 철거율은 64%에 그치고 있으며 복구율은 제자리에 놓여있다. 문제는 복구에 따른 지원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행 복구비지원절차는 피해신고→피해조사→복구비 지원 등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러니까 책정된 복구비가 농민의 손에 들어가기까지는 빨라야 2~3개월씩이나 소요돼 신속한 복구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농민들이 빠른 복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 밖에 없다는 것이다. 첫째는 농협 등 금융기관을 통해서 복구비를 융자받는 길이다. 둘째는 이자가 많더라도 사채를 조달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후속작물을 제때에 파종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이라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피해농민들의 애로는 복구 지원비만 아니다. 철재비닐하우스시설을 철거하면 복구도 동시에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비닐과 철재파이프 등의 자재가 한꺼번에 소요됨으로써 값이 폭등하고 만다. 게다가 일손도 부족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턱없이 오르고 그나마 구하기 어려워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피해 대상판정에는 정확한 잣대와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피해를 판정하는데는 관계기관의 공무원들이 합동으로 현지 실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일부 농가들은 당연히 복구지원비를 받을 만큼의 피해를 입었으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므로 피해판정에 정실이 개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일부 자재 재활용에 따른 보상에도 모순이 있다. 정부의 농업재해 지원대책은 비닐하우스가 파손됐을 경우 1㎡당 7천660원을 정부보조 20%, 융자 60%, 자부담 20%의 비율로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손된 비닐이나 철재파이프를 재활용할 경우에는 전혀 복구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자재는 재활용하는 것은 정부가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쓸 수 있는 자재를 활용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자원을 헤프게 쓰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파손된 자재를 알뜰하게 재활용한 농가에도 상응한 복구비를 지원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태풍 올가로 인한 상처를 하루라도 빨리 복구하는 것이 국부(國富)를 위한 길이라고 믿고 있다.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를 방치하면 그만큼 손해가 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복구비를 시급히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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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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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이나 미술품 등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이웃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해 소박하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 같다. 아닌게 아니라 문외한인 필자의 눈으로 보더라도, 우리 것은 섬세한 귀족미보다는 소박한 생동감이 그 특성인 듯 싶을 때가 많다. 이런 특성은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의 정신이나 손길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문화나 문명이 인간정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라면, 결국 섬세한 분석을 그다지 중요시 않는 게 우리 문화의 한 성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우리는 전체로써의 현상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길 좋아하는 듯하다. ‘분석’이라는 말보다 ‘종합’이라는 말이 애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 ‘분석’이라는 말은 일상적인 우리말로 ‘따지기’다. 사물이나 현상을 섬세하게 따져 들어가는 일이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 우리 마음은 어떨가?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따지는 걸 싫어한다. 그것이 한국인의 심성으로 느껴지는 일이 너무 잦다. 예컨대 우리는 “따지는 것은 딱 질색”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흔히 듣는다. 여성이 남성을 대할 때, 특히 미혼여성이 신랑감을 생각하면서 높은 점수를 주는 덕목도 “너무 따지지 않고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속에는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미덕이 숨어 있다. 이런 현상은 심지어 따지는 일이 본업인 사람들 사이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난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섬세한 것 대신 포괄적인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해가 또 발생했다. 똑같은 피해가 매년 같은 때, 심지어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비만 오면 물바다가 되는 세상. ‘맞은 데 또 맞을 줄’알면서도 왜 주먹질을 피하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더 답답한 것은 맞은 데를 계속 맞고도 아직 덜 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 우리의 둔감함이다.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말만 떠돌아다닐 뿐, 또다른 ‘인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이고 착실한 실천은 눈에 띄지 않는다. 원인을 섬세하게 따지고, 예방대책을 치밀하게 강구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 머릿속에서 이번 수해는 또 잊혀져 가고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수해 역시 삼풍백화점 참사나 성수대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사건과 마찬가지로, 섬세한 것을 존중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성격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설마’ ‘대충대충’ ‘빨리빨리’라는 말과 생각은, ‘혹시’ ‘그래도 틀림없을까’ ‘천천히’라는 ‘확인의 심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신경과민’에 가까운 섬세한 손길이 구석구석 뻗어져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 ‘안전한 사회’ ‘맞은 데는 두번 다시 안 맞는’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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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1999.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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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광주시교육위원회와 영광군의회의의 금강산 연수와 유럽 5개국 원전시설 견학방문이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광주시교위는 지난 12일 제2차 추경 예산안에 교육위원 7명과 의사국 직원 2명 등 모두 9명의 금강산연수 비용으로 1인당 230만원씩 2천70만원을 책정했으나 과다책정이라는 지적이 일자 이를 백지화할 방침이다. 이같은 연수금액은 교육부가 통보한 일반교사의 1인당 금강산 연수비 55만2천원에 비해 174만8천원이 비싼 것이다. 이는 가장 비싼 객실을 기준으로 삼은데다 사용처가 명확치 않은 경비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광주시교육위가 당초 9명의 금강산 연수를 위해 책정했었던 연수비 2천70만원은 일반교사 37명의 연수비용이다. 단순계산으로 따져볼 경우 시 교위 관계자 1명의 연수비는 일반교사 4명의 연수비에 해당되는 것이다. 또 영광군의회 의원등 15명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 5개국의 원전관련 시설을 견학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15일 출국했다.1인당 여행경비는 390여만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의 1인당 여행경비는 일반인들이 여행사에 지급하는 유럽 단체관광 요금보다 150만원 정도가 비싼 것이다. 터무니없이 여행경비가 높게 책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의를 빚고 있는 두 기관의 연수·외유문제에 있어 공통점은 모두 일반인 기준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선거과정에서 주민과 지역에 대한 봉사를 외쳐댔던 그들의 말과는 정반대되는 행태이다. 그들이 금강산 연수비나 원전시설 견학경비를 자신들이 지불하는 경우라면 이처럼 비싼 경비를 용납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아마도 조목조목 따지며 부당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했을 것이다. 주민들의 혈세를 아끼지 않는다는 공통점외에도 양 기관의 연수및 견학은 명분상에서도 의롭지 않다. 금강산 연수에 있어 우선순위는 당연히 일선 교육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반교사들이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남북통일의 당위성과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을 교육하고 있는 일반 교사들을 우선으로 해 연수를 실시한뒤 교육위원들이 연수를 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영광군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 국가의 원전시설들은 입지 조건 등이 영광원전과 맞지 않아 실제 영광원전의 안전보완대책을 강구하고 수립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함께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한채 군의원들이 외유에 나선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더구나 요즘은 태풍피해 복구를 전 국민이 힘을 모아가고 있는 때이다. 행정기관의 예산을 자기 주머니의 돈처럼 여기는 이같은 일들이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봉사와 희생을 내세웠으면서도 군림과 독선을 되풀이할 경우 주민들의 냉정한 심판이 뒤따른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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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은 여론과 민심에 민감하다. 정치적 행사와 정책을 입안할 때도 여론과 민심에 따라 방향과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정당들은 여론과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정당은 여론과 민심을 먹고사는 생물이랄 수 있다. 여론과 민심에 따른 정강정책을 세우고 정치를 하면 정권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과 민심을 거스르면 잡은 정권도 내줘야 하는 괴력을 지니고 있다. 여론과 민심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선 여론과 민심은 다른가 동일한가. DJ는 여론과 민심을 동일하게 여긴 듯하다. 그는 지난 6월24일 청와대에서 원외지구당 위원장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의 소견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은 하늘이요. 우리가 받들어야 할 대상이다. 국민이 우리를 질책할 때는 반성하고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시정해야 한다. 최근 몇몇사건(고관집 절도, 옷로비, 파업유도 발언 등)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린데 죄송하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반대로 여론과 민심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여론은 먼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역사에서 그 사례를 보자. 7년 전쟁이 끝난 1763년 프랑스정부는 여론에 밀려 영국해군에 점령당했던 가드루프섬을 돌려 받은 대신 이보다 5,500배나 큰 캐나다를 영국에 넘겨 준 어리석음을 범했다. 당시 프랑스 국민은 이를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뿐만 아니다. 자원의 보고를 알려지고 있는 알레스카의 매매에서도 그 속성은 드러냈다. 1867년 미국의 앤드류 존스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문제의 땅을 720만달러에 매입하자 국민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들은 역사상 가장 비싼 냉장고를 사들인 바보”라며 모진 비난을 서슴치 않았다. 여론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언제나 흔들린다. 하지만 민심은 큰 파도와 같다. 얼핏보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여론은 늘 얼굴을 드러내지만 민심은 숨긴다. 여론은 늘 큰소리를 내지만 민심은 좀처럼 소리를 내지 않으나 한번 소리를 내면 천지를 진동시킨다. 여기서 발자크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는 바람과 같이 나부끼는 여론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이어 지도자는 단순히 여론을 대변하면 안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론과 지도자는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무능한 지도자는 여론에 끌려 다닌다. 영악한 지도자는 여론을 탄다. 뛰어난 지도자는 여론을 이끌어간다. 못된 지도자는 여론을 조작하면서 민심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심은 여론과는 다르다. 여론은 조작할 수 있어도 민심은 조작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무리 힘센 권력자도 조작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치는 어려워진다는 것이 발자크의 소견이다. 문제는 여당의 남구청장 후보공천이다. 중앙당은 엊그제 지구당에 공천신청서도 내지 않았고 스스로도 국민회의 공천을 마다한 인물을 공천한 바 있다. 이런 공천은 여론인가 민심인가. 정당도, 지구당도, 시민단체도, 본인도 정도를 벗어났다고 볼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 축제라고 한다.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가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당은 남구 구민들이 자조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정권의 텃밭에서 정치를 혐오스럽게 만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여당으로 돌아간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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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지역 재·보궐선거가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특히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를 앞두고 전초전 성격이 강해 정치권은 물론 지역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남구청장 보궐선거 경우 접수된 국민회의 공천후보 신청자만해도 14명에 이르는 등 공천에서부터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 이번 선거가 다른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들의 불법·과열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선관위가 전망하고 있는 이번 선거의 성격과 후보자들이 지켜야 할 사항, 선거준비 상황 및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오세욱 남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45·광주지법 부장판사)을 만나 알아봤다. -선거법위반과 개인비리 등에 의해 다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선거는 여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우선 선관위의 역할과 선거준비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여느 선거도 마찬가지겠지만 다시 치러지는 이번 남구 재·보궐선거만큼은 선거법위반행위 등 불법선거가 없는 바른 선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후보자나 유권자 등 모든 구민들은 선거후 당락을 떠나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격려를 보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선관위는 현재 공정한 선거를 위해 1단 3부 5반 21명으로 구성된 관리단을 편성하는 한편 위법행위 근절을 위한 지도·단속체제 구축 등 만반에 걸쳐 선거준비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3부로 편성된 지도·단속부에서는 선거법위반행위 감시·단속과, 선거비용관련 및 자료수집 등을 하고 홍보부는 공명선거 및 투표참여 캠페인 등 홍보활동을 하게됩니다. -선거 후에는 항상 부정선거에 따른 고소·고발 등 갖은 후유증이 발생되고 많은 선거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지방의원에 출마한 대다수 후보자들이 공보에 정당표기 등을 함으로써 선거법위반혐의로 재적의원 절반정도가 의원직을 상실하는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선관위가 선거관리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그렇습니다. 그동안 우리 유권자들은 항상 선거 후 상호비방 등 부정선거에 따른 갖은 고소·고발 등으로 인해 실망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6·4 지방선거때 후보자들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공보 정당표기 등 불법행위를 해놓고 선관위에 이를 탓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물론 선관위의 선거관리가 반드시 완벽했다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소 미흡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남구선관위에서는 이를 예방키위해 적극적인 안내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위반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것입니다. 또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불법행위를 한 후보자는 결코 당선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구민 모두가 불법행위를 감시해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선관위는 후보자들과 단속요원들에게 어떤 행위가 선거법에 위반되는지를 쉽게 설명한 선거법위반 사례예시 300부를 작성해 이미 배부하였습니다. -이번 선거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치러져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후보자들의 경쟁 또한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선거기간 동안 흑색선전, 상호비방 등 불·탈법 행위가 난무할 것으로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불법선거 차단 및 감시 대책은. ▲불법선거예방을 위해 각 동별 투표구 사례수집반과 아파트관리소장, 이·미용업종사자, 택시기사 등으로 구성된 신고·제보요원을 운영하고 각 후보자와 정당 등 감시영역을 세부적으로 나눠 선거법위반행위 기동단속반을 구성, 밀착감시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또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하여 불·탈법선거운동을 차단하는 공명선거캠페인을 실시하고 정당과 후보자들에게는 정정당당한 정책대결을 유도하는 한편 위법행위 적발시는 언론에 공개할 방침입니다. -선관위의 인력부족 등으로 불법선거 감시 등 선거관리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운영 할 것인지. ▲동시선거가 아니고 남구에서만 치러지는 재·보선 선거라 선거관리를 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남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을 최대한 동원하고 광주 관내 다른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구청직원들을 파견받아 선거관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광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시 단속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선거감시활동에 시민단체들도 참여하므로 인력부족에 따른 문제는 없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선거기간동안 후보자들이 저지르기 쉽다고 예상되는 불법운동은 무엇이며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기준은. ▲여느 선거때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는 많은 불법행위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후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예상 불법운동을 몇가지 파악해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첫째 금전·음식물 등 금품제공행위와 연설회 등 각종 행사장에서의 인력동원 및 금전수수행위. 둘째 후보자 상호간의 비방·흑색선전행위와 각종 단체의 선거운동행위. 세째 공무원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의 선거운동행위와 불법유인물 배포행위 등이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세부적인 지도 단속체제를 구축해 놨습니다. 선관위는 또한 불법행위 적발시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경고와 수사의뢰 및 고발조치를 하는 한편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적발해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이번 남구청장 보궐 선거에 참여,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느냐는 일부 의혹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법위반 여부와 대처방안은. ▲각종 단체가 단독으로 또는 특정단체와 연합하여 후보자를 추대하거나 후보자를 위하여 소속 구성원을 모집한 후 선거대책기구나 후보자추대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선거운동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협조를 구해 위반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위반사례 발생시는 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입니다. -그런데 무소속 후보들은 이같은 조항은 정당 소속후보들에게만 유리한 불합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거법상 단체는 노동조합을 제외하고는 단체의 명의나 그 대표자의 명의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어 정당소속 후보자들에 비해 무소속 후보자가 다소 불리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만 선거법상 법규정은 꼭 지켜야 할 것입니다. -6·4지방선거와는 달리 이번 재·보선에서는 후보로 나서는 공직자 사퇴시한이 짧아 현직에 몸을 담고 있는 공직자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 1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후보자 등록신청 전까지만 사직하면 입후보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입후보 예정자에 대해서는 재·보궐선거실시 사유가 확정된 시점부터 기부행위제한, 공직자의 선거 관여행위 금지 등 여러가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끝으로 유권자와 후보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보자는 과거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합니다. 또 유권자들은 진정 구정발전과 구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군가를 판단해 신성한 한표를 행사해주셔야 합니다. 다함께 공명선거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데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약력 ▲1954년 출생 ▲1973년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77년 고려대 법과대학 행정학과 졸업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합격 ▲1981년 광주지법판사 ▲1983년 광주 목포지원판사 ▲1987년 미국산타클라라대방문교수 ▲1988년 광주고법판사 ▲1991년 대법원재판연구관 ▲1996년 광주 순천지원장 ▲1998년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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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전자가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회사 양재열사장은 13일 미국의 투자그룹인 왈리드엘로마측으로부터 32만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빅딜 등으로 노·사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동요했던 광주공장은 안정을 되찾게 됐다. 대우전자의 외자유치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제조업체가 변변치 않은 광주에서 대우전자 광주공장의 위치는 결코 만만치 않다. 매출과 수출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1천600여명의 노동자가 고용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존재가치와 영향력은 가볍게 평가하기 어렵다. 지역내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문제의 공장이 8개월 가깝게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곧 지역경제의 피해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발단은 지난해말 정부가 빅딜을 발표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노·사는 빅딜에 반대하며 광주와 서울까지 찾아가 원정시위를 하느라 극심한 혼란이 계속됐다. 결과는 회사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의 신용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자금난은 가중됐다. 종업원들의 고용불안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혼미했다. 뿐만 아니다. 협력업체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빅딜발표이후 적지 않는 협력업체들은 어음지급기일이 늦어져 회사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외자유치의 성공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우선 유치규모가 32억달러에 달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실적가운데 가장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엘로마측이 종업원 모두를 고용승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어떠한 다짐보다 생계를 좌우하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엘로마측은 공장인수에 따른 실사작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실사과정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변수가 나오지 않도록 대우전자측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큰 덩어리의 계열사가 쪼각쪼각 잘려 나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대우그룹 자산규모는 국내 2위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같은 덩치가 구조조정을 위해 분리 매각되는 것은 착잡하기 조차하다. 더구나 수십년동안 심혈을 기울려 쌓아올린 브랜드마저 소멸될 상황이라니 결코 기쁜소식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그룹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나라 5대그룹은 선단식 또는 문어발식 기업확장으로 자멸의 길을 초래한 우를 범했다. 그들은 IMF환란을 조금 벗어나자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미루거나 더 확장하다 오늘의 수모를 겪고 있다. 바로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도 못막는 꼴이 됐다. 우리는 지역의 대표기업이랄 수 있는 대우전자가 새로운 주인을 만나 건전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국제화 시대에 주인이 누구냐는 별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종업원들이 고용의 안정, 지역 이미지와 스스로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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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광복 54주년이 되는 날이다. 때가 때인만큼 어김없이 모든 신문·방송에 정신대 할머니들과 독립군·항일지사 후손들의 한맺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과거지향적인 소재들이다. 일본정부의 후안무치와 뻔뻔스러움에 대한 질타도 ‘양념’이다. 이 ‘양념’들은 독자·시청자들의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기보다는 ‘감성’을 겨냥한 것들이다. 몇해전에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극일(克日)’이 한국사회의 화두(話頭)가 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극일을 위한 구체적이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방안들이 마련되질 않고 있다. 너무 ‘크게’생각해서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때려부수고, 일본담배를 사 피우지 않고, 일본영화를 보지 않는 식의 단선적(單善的)이고 외형적인 ‘모양잡기’에 얽매어 있어서이다. 구체적인 국민합의도 없이, “극일을 하자”고 외쳐대고 있어서이다. 이런 관계로 강아지와 펭귄이 그려져 있는 일본 옷이 거리에 넘실대고 있다. 닌텐도 게임은 어린아이나 어른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다. 소니(SONY)TV는 두말할 것 없다.긴쟈(銀座)에 노랑머리가 뜨니까 충장로에도 노랑머리가 뜨는, 신세대들의 일본문화 추종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실적으로 무엇이 ‘극일’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인 지를 곰곰 따져보아야 한다.역지사지(易地思之)인만큼 일본인들이 지적하는 우리사회의 ‘약점’들을 극복하는 것도 일본을 이기는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26년을 살아온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의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라는 책은 정독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이‘어글리 코리언’을 양산했는지를 짚어보게 해준다. 사회집단의 변화와 개인의식의 변화를 ‘극일’로 가는 중간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모두 노력해 일본사회보다 더 높은 사회문화 와 정신문화 가치를 지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니는 있는 ‘아킬레스 건’은 무질서이다. ‘빽’과 ‘사바사바’‘짜웅’등은 내 순서와 몫이 아닌데도 요령과 비비기를 잘하면 순서와 몫이 돌아간다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말들이다. 구태여 줄을 서지 않더라도 목소리를 높여 윽박지르고, 뒷켠으로 돌아가 주머니에 찔러주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 차례가 될 때까지 줄을 서 있는 사람은 무능하거나 바보이다. 우리사회가 지닌 온갖 혼란과 부정은 ‘줄 부재(列 不在)’에서 비롯되고 있다.이런 점에서‘줄서기 운동’을 극일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줄을 서는 곳이 많을 수록 우리 사회는 그만큼 깨끗해 질 것이다. 21세기의 삶에 있어 ‘일본의 과거’가 ‘티’라면 ‘한국의 무질서’는 들보이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잘보면서도 내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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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불가(不可不可)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떼어서 불가 불가(不可 不可)라고 쓰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말을 강조하는 뜻이 되고 이 말을 떼되 불가불 가(不可不 可)라고 쓰면 어쩔 수 없이 가능하다는 뜻의 말이 된다. 그런데 요즈음 광주의 남구청장 보궐선거인가 뭔가 하는 것을 놓고 광주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일을 보면 이 불가불가(不可不可)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치는 어떤 이념을 내세워 그 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행동을 하기위해 정당을 만들고 정치인은 그런 당에 들어가 그야말로 ‘정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다가 선거때가 되면 대통령 후보도 공천하고 국회의원 후보도 공천하고 시의원도 공천하고 이번처럼 두번이고 세번이고 구청장도 공천하고 하는 고유의 권한을 가진 것이 민주사회에서의 정당이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몫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공천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전문으로 하는 정당만이 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요 영역이다. 그런데 이번 광주 남구청장의 경우에 보니까 지난번 공천을 해서 시민들이 뽑아준 그 정치인 구청장이 사표를 낼 수 밖에 없는 어떤 짓을 했고 그런 사람을 공천할 수 밖에 없는 정당이라면 그걸 받을 수 없으니 이번에는 정당에서 공천하는 것에서 손을 떼고 시민들이 그냥 추천하는 후보를 내겠다고 하는 것이 일부 광주시민들의 주장인 것같다. 하, 이거 참 맹랑하다. 정치를 하려면 그 고유권한과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하는 정당에 들어가 까놓고 정당인이 되어 공천이고 후보 추천이고를 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고 그럴 권한도 없고 그럴 아무런 이유도 없는 민간인들이 그 정당의 공천 권한을 배제하고 ‘우리들이’ 추천하는 사람을 기어코 ‘공천’하겠다니 이것은 정도(正道)에서도 한참 벗어난 길이고 사고(思考)요 행태(行態)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전라도 사람은 정치에 좀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닌가 여겨졌었다. 그것은 물론 전통처럼 되어있는 정의감과 의분심과 애국심까지를 포함한 그 어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발로된 심성이고 행위라고 보아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 자랑으로 여길만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한 정치행위를 하는 정치인도 아니면서 순전히 민간인 자격으로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는 정당의 공천권까지를 배제하면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이건 결코 긍정적인 면으로만은 볼 수 없는 지나친 정치성향이고 무리한 행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그 지독한 사건의 주인공으로써 전라도 사람 아니 광주사람 모두가 정치인 비슷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성이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정치성 시민. 그것이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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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가 남구청장 후보 공천을 놓고 당론을 통일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구당의 상무위원들과 위원장의 입장이 서로 다른데다 중앙당마저 지구당의 입장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집권여당이 보궐선거에 나설 구청장 후보 공천을 앞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당 민주화의 단면으로 여길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전한 의견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민주적 절차를 중하게 여기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구당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남구지구당 상무위원들은 구청장 후보를 단일화하자는데 비해 지구당 위원장은 복수로 중앙당에 추천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의 서로 다른 입장차는 그 진의가 어디에 있건간에 제3자가 가타부타하기는 곤란하다. 문제는 위원장과 중앙당의 태도다. 지구당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지난 10일 “공천문제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 갑자기 공천절차를 바꿀경우 더 큰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11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토론회 등 여러 검증작업을 거쳐 12일까지 복수후보를 선출, 중앙당에 추천키로 합의, 상무위원들의 의견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중앙당은 지구당의 의견은 모조리 수용하지 않을 배수진까지 치고 있다. 지구당이 추천한 인사라도 결격사유가 있거나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과 어긋나면 심사과정에서 재고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지구당위원장이 복수추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시하겠다는 경고의 뜻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중앙당의 의중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복선이 깔려있다. 그들은 “시민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중앙당에 공천신청을 하면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다”고 속내를 비치고 있다. 이는 곧 11명의 후보를 제치고 시민 후보로 거론된 인사가 공천 신청만 하면 그를 후보로 공천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천하의 공당이 공식절차도 무시하고 특정단체의 인사를 낙하산식으로 공천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부당한 발상이다. 굳이 정당을 선택하지 않고 출마를 하겠다는 시민후보를 정당의 굴레를 씌워 후보로 공천하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으려니와 집권여당이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국민회의의 이런저런 의도는 나름대로 뜻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여당의 텃밭에서 시민후보에게 패배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저의가 아닌가 보여진다. 하지만 국민회의는 보다 당당해야 한다. 선거는 질 수도 이길 수도 있기에 떳떳하게 겨뤄 민의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 우리는 국민회의가 남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지역정서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보를 공천하면서 중앙당의 월권을 하거나 지구당이 합리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렇지 않아도 이반하고 있는 민심을 되돌릴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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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떼어서 불가 불가(不可 不可)라고 쓰면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는 말을 강조하는 뜻이 되고 이 말을 떼되 불가불 가(不可不 可)라고 쓰면 어쩔 수 없이 가능하다는 뜻의 말이 된다. 그런데 요즈음 광주의 남구청장 보궐선거인가 뭔가 하는 것을 놓고 광주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일을 보면 이 불가불가(不可不可)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치는 어떤 이념을 내세워 그 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행동을 하기위해 정당을 만들고 정치인은 그런 당에 들어가 그야말로 ‘정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다가 선거때가 되면 대통령 후보도 공천하고 국회의원 후보도 공천하고 시의원도 공천하고 이번처럼 두번이고 세번이고 구청장도 공천하고 하는 고유의 권한을 가진 것이 민주사회에서의 정당이요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몫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공천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를 전문으로 하는 정당만이 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요 영역이다. 그런데 이번 광주 남구청장의 경우에 보니까 지난번 공천을 해서 시민들이 뽑아준 그 정치인 구청장이 사표를 낼 수 밖에 없는 어떤 짓을 했고 그런 사람을 공천할 수 밖에 없는 정당이라면 그걸 받을 수 없으니 이번에는 정당에서 공천하는 것에서 손을 떼고 시민들이 그냥 추천하는 후보를 내겠다고 하는 것이 일부 광주시민들의 주장인 것같다. 하, 이거 참 맹랑하다. 정치를 하려면 그 고유권한과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하는 정당에 들어가 까놓고 정당인이 되어 공천이고 후보 추천이고를 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고 그럴 권한도 없고 그럴 아무런 이유도 없는 민간인들이 그 정당의 공천 권한을 배제하고 ‘우리들이’ 추천하는 사람을 기어코 ‘공천’하겠다니 이것은 정도(正道)에서도 한참 벗어난 길이고 사고(思考)요 행태(行態)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전라도 사람은 정치에 좀 지나치게 민감한 것 아닌가 여겨졌었다. 그것은 물론 전통처럼 되어있는 정의감과 의분심과 애국심까지를 포함한 그 어떤 긍정적인 측면에서 발로된 심성이고 행위라고 보아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 자랑으로 여길만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한 정치행위를 하는 정치인도 아니면서 순전히 민간인 자격으로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는 정당의 공천권까지를 배제하면서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이건 결코 긍정적인 면으로만은 볼 수 없는 지나친 정치성향이고 무리한 행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그 지독한 사건의 주인공으로써 전라도 사람 아니 광주사람 모두가 정치인 비슷하게 되지 않을 수 없는 역사성이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정치성 시민. 그것이 좋을 수도 있고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남도일보
1999.08.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