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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가 예년보다 절반이상 줄었대요.그렇지만 단골 고객들을 생각해 가격은 올릴 생각도 못해요. 물론 신선도 유지는 말할 것도 없구요.” 광주시 동구 장동로타리 인근 꽃게전문점 ‘넓은 벌 동쪽 끝으로’의 주인 이공주씨는 오늘도 아침 일찍 남광주 시장으로 향했다. 영광과 서산인근 바다에서 잡힌 산 꽃게를 넉넉히 사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꽃게장 백반은 식당을 시작한 3년 반 전부터 시작됐다. 이 집의 꽃게장은 간장게장이다. 둥그런 흰 접시에 깻잎을 에둘러 깔았다. 꽃게를 부분별로 요리했다. 몸통과 다리, 등딱지로 갈랐다. 깻잎 위에는 레몬이 살짝 얹혀졌다. 레몬은 기능을 간파한 주인의 감각이다. 간장게장의 맛은 뭐니뭐니해도 며칠씩 정성을 들여 만든 간장양념이 승부수. 주인 이씨는 첫날 간장물을 끓이고 식힌 뒤 다음날 두번째로, 건고추와 마른 표고, 생강, 마늘, 술 등 11가지 양념을 넣고 끓이고 식힌다. 이후 세번째, 간을 다시 맞추고 5일간 충분히 숙성시킨다. 이때서야 간장양념이 약간 짭쪼름해지면서 사큼한 맛으로 완성된다. 여름철에는 약간 간기가 있어야 상하지 않는다. 가장 빨리 상한다는 꽃게를 맛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부분별로 접시에 오른 꽃게와 간장국물 위로 검은깨와 흰깨 등이 가득하다. 차르륵, 윤기가 흐르는 꽃게살이 번득거린다. 뼈가 많은 것보다 살덩이가 물컹거리는 것을 골랐다. 호로록, 윤기(潤氣)를 빨아들였다. 혀와 혀뿌리를 거쳐 목젖까지 맛이 확 번진다. 함께 온 동료는 의식하지 않고 욕심을 낸다. 두어개 더 시식했더니 혀와 이, 잇몸 사이에 간장게장의 독특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뽀드득하고. 어른들은 개운한 맛으로 느낄수 있으나 아이들은 거북할수 도 있는 맛일터. 어른은 계속먹고 아이들은 양념을 버무린 부추무침을 입 안에 넎은 뒤 밥 한숟갈로 정리하면 다시 한번 젓가락이 꽃게장에 간다. 밥을 두어숟갈 더 떠 내장이 남아있는 등딱지에 넣고 비빈뒤 뚝딱 해치운다. 꽃게장 백반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았다. 첫번째, 간장국물이 적당히 적셔진 깻잎으로 쌈을 해먹는다. 접시에 있던 깻잎을 하나 골라 손에 터억 놓고 밥으로만 쌈을 한다. 생 깻잎의 향이 가득 전해온다. ‘허억 이런 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는 구운 김에 싸먹는다. 주인 이 씨가 보란듯이 손수 구운 김이다. 전혀 양념을 하지 않았다. 약한 불에 구웠다. 냄새가 구수하다. 먼저 김을 게장간장에 콕 찍어 맛을 봤다. 맛있다. 어렸을때 김에 양념을 하지않고 그냥 찍어먹던 맛이다. 다음에는 밥을 얹어 둥그렇게 편한대로 말아 간장게장에 살짝 담가 맛을 봤다. 괜찮다. 끝으로 양배추쌈. 큼지막한 양배추를 골라 밑반찬으로 나온 재료들을 보쌈한다. 멸치볶음와 고추멸치볶음, 양송이 버섯, 고구마대, 미나리무침, 추나물 무침, 연근, 양파, 마늘 등을 두 세 종류, 혹은 서너 종류, 많으면 대여섯종류의 밑반찬을 조화롭게 마음껏 섞어 쌈을 하면된다. 입안에서 오물거리다가 강하게 자극하면 나름대로 자연의 맛이 느껴진다. 가장 합일(合一)에 이르는 양배추쌈은 절인 양파와 절인 마늘만을 쌈한 것. 이것을 권한다. 얼마나 이로우면 곰이 마늘먹고 사람이 됐을까. 양파는 간을 편하게 해준다. 혹 먹다가 좀 짜다 싶으면 백김치로 입안을 달래면 된다. 후식으로 과일과 매실, 녹차, 커피 등이 준비돼 있다. 꽃게장은 포장 판매(1만5천원)도 한다. 당일 귀중품 택배로 배달한다. 꽃게장백반은 1만5천원이다. 이밖에 굴비백반과 꽃게탕 역시 1만5천원, 생태탕과 생삼겹살은 각각 8천원과 6천원. 술안줏감으로 나오는 꽃게찜은 4∼5인분이 5만원이다. (예약, 062-226-8852, 011-640-2699)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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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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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잡이가 예년보다 절반이상 줄었대요.그렇지만 단골 고객들을 생각해 가격은 올릴 생각도 못해요. 물론 신선도 유지는 말할 것도 없구요.” 광주시 동구 장동로타리 인근 꽃게전문점 ‘넓은 벌 동쪽 끝으로’의 주인 이공주씨는 오늘도 아침 일찍 남광주 시장으로 향했다. 영광과 서산인근 바다에서 잡힌 산 꽃게를 넉넉히 사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꽃게장 백반은 식당을 시작한 3년 반 전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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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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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을 내리면 창밖의 댓잎이 한들, 실루엣이다. 여기 카펜가? 앉은 손님들이 도무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댓바람이 시원해서 그런지 아늑하다. 날고 드는 손님들의 동선(動線)이 자유롭다. 종업원들의 움직임이 소담스럽다. 대나무액을 먹인 돼지를 주재료로 한 음식점 ‘대사랑’ 봉선점(대표 박원태). 훈제와 소시지, 목살, 삼겹살, 버섯 등이 어우러진 모듬세트 ‘대사랑’을 시켰다. 한 접시에 죽 돌아앉은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불을 켰다. 불판이 예사롭지 않다. 특허품이다. 불판을 구성하는 쇠관 속으로 물이 순환한다. 수십 개에 이르는 이 관속의 물이 연기와 닿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홀연(忽然) 사라진다. 여느집 삼겹살을 구울 때처럼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부모님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외식에는 그만이다. 아빠 엄마는 있는듯 없는듯 뒤적이면 되는 것이다. 잘 차려입은 종업원이 적당하게 불조절을 한뒤 널찍하게 썬 고구마를 올리고 그 위해 훈제를 살포시 얹는다. 그 옆으로 가지런히 소시지와 목살, 삼겹살, 양송이버섯이 줄을 선다. 얄팍한 훈제로 ‘파저리’를 싼 뒤 머스타드 소스를 찍어 맛을 봤다. 훈제를 씹을 틈도 없이 아삭한 파저리와 소스가 입안에서 감돈다. 소스에 관한 한 손님들의 입맛을 손바닥 보듯 하는 ‘대사랑’봉선점 이성욱 과장은 우유와 소금, 설탕, 양겨자, 마요네즈, 양파, 피클로 머스타드 소스를 만들었다. 자칫 거북할수 있는 맛을 약간 톡쏘게 하면서도 부드럽게 가름했다. 목살은 흑설탕과 땅콩버터, 마늘로 간을 한 된장소스에 찍어 맛을 봐야 제맛을 즐길수 있다는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오는 손님마다 두세그릇을 추가로 시켜먹는다는 야채 샐러드. 양상추와 당근, 비트, 신선 유기농야채인 청겨자, 적겨자, 치커리, 케일, 금강초, 치콘, 적근대, 양파를 섞었다. 여기에 사과와 당근, 양파, 피클, 마요네즈, 사과식초, 설탕, 소금, 후추 등으로 만든 드레싱을 뿌렸다. 샐러드 마니아들이 행복해질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안주인 오전경씨는 고민이다. ‘대사랑’운영 제1원칙이 신선도 유지와 손님이 원할때까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웃고 만다. 오늘도 손님이 많이 들었다. ‘대사랑’의 점심시간은 만원이다. 한지로 곱게 싼 대통밥이 인기다. 현미찹쌀과 은행, 밤, 콩, 보리, 수수, 대추, 검정콩, 잣 등으로 습고온 처리했다. 안주인 오씨는 매일 아침 식재료와 밥맛을 꼭 확인한다. 밥맛이 좋아야 전체 음식이 균형을 잡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찬으로 훈제와 족발, 보쌈용 목살고기, 제육볶음, 한식야채샐러드, 모듬야채, 젓갈, 쌈장, 무침이 나온다. 된장국은 그야말로 딱이다. 대통밥은 빈 그릇에 덜어 아무 반찬 하나를 엊어 먹어도 좋고 그냥 떠먹어도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직장 동료들이나 오전 산책, 등산, 취미활동에 허기가 난 부부들이 주로 찾는다. 함께 나온 김칫국은 맵지않고 시원하다. 살얼음이 둥둥 뜬 미역오이냉채 국물은 속이 다 후련하다. 내친 김에 한 그릇 더. 대사랑 모듬세트는 4인기준 3만원, 3인기준 2만2천원, 2인기준 1만5천원이다. 추가메뉴로 삼겹살은 7천원, 훈제와 목살, 갈비, 소시지는 각각 6천원이다. (예약, 062-676-6698, 011-9777-8080) 글//우성진 기자 us@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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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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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초액이란 대나무를 탄화시킬때 나오는 연기를 냉각장치에 의해 액화시키면 생기는 액체로, 이를 6∼12개월 이상 숙성·정제시켜 나오는 투명한 적갈색의 산성용액이다. 죽초액은 예로부터 선조들이 위장병 치료에 민간요법으로 이용해 왔으며,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 향약집성방 등의 고전 한의서에 따르면 사람이 직접 마시면 강장작용과 항암, 숙취제거 효과가 있으며 당뇨, 간질환, 성기능, 변비, 어혈 제거 등에 상당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들어서는 면역력 조절, 항암능력, 항알레르기, 피로회복 등에 기능성 물질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죽초액 포크의 특징은 육즙이 풍부하고 맛이 담백해 느끼하지 않으며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저지방 고품질 돈육이다. 또 육조직이 치밀하고 탄력이 있으며 특유의 윤기가 나고 생육상태에서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사랑’의 죽초액 포크는 다른 브랜드육보다 25%가량 비싸다. 이는 기능성이 그만큼 탁월하다는 것이며 담양공장에서 최고의 시설에서 신선도를 유지, 공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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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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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탈리아다운 맛 ‘오롯이’ -그릴·오븐 대신 참숯으로 스테이크 구워 -주방장, 현지 요리학교·식당서 트레이닝 -고객 주문 특별코스 준비…와인 50가지나 봄이 오는가 싶더니 신록이 어느새 도심을 덮었다. 해질녘 어깨 너머로 드리워진 녹색의 플라타너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시원한 그늘이 됐다. 매스껍던 대기가 가벼워졌다. 최근 이틀새 내린 비 덕분이다. 때문에 광주천도 맑아지고 조금 깊어졌다. 유량(流量)이 많다. 5월이다. 아이들과 이국적인 맛을 볼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광주 사직공원서 옛 적십자 병원을 지나 전남도청 쪽으로 방향을 잡자마자 왼쪽 건너편에 자리잡은 정통 이탈리안 식당 ‘시에테 벨리’(주인 김동욱·45). ‘시에테 밸리’는 지난 2000년 7월 오픈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출신인 김동욱씨가 주인겸 주방장을 맡고 있다. 대학 졸업후 의류업체에 근무했던 김씨는 업무 때문에 이탈리아를 자주 왕래했다. 평소 음식에 취미가 있었던 김씨로서는 ‘물을 만난 격’. 김씨는 이때 과감히 샐러리맨에서 요리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우선 6개월 과정인 ‘ICIF’에 등록했다. 이후 현지식당에서 2년여동안 요리와 식당경영 실무를 익혔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고향인 광주에 정통 이탈리안 식당을 열었다. ‘장사는 거짓말을 하지만 음식을 거짓말을 하지않는다’평소 소신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한국식 볶음밥 등을 첨가 메뉴로 내놓더라도 오롯이 정통 이탈리안 요리만을 고집하고 있다. ‘시에테 벨리’의 스테이크 메뉴중 하나인 ‘꽃등심 스테이크 정식’요리과정을 보자. 일반적으로 그릴과 오븐 등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시에테 벨리’는 천연숯을 사용해 스테이크를 굽는다. 숯으로 구울 때 장점은 지방 등은 빠지고 쇠고기의 참맛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등심은 전국 호텔들에만 공급되고 있는 최상품만을 취급한다. 굽는 동안 가급적 향신료 등은 피한다. 천연의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함께 나온 샐러드는 플레인 요구르트로 적셨다. 신선한 맛이 감돈다. ‘시에테 벨리’가 내놓는 이탈리아 요리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우선 2∼3명이 먹을수 있는 아모레 세트메뉴. 피자와 파스타 각 1개와 스프 2개, 샐러드 초이스, 소프트 드링크, 시에테벨리 수제 과일샤베트가 나온다. 값은 2만9천원. 갈비살 스테이크정식은 샐러드와 스프, 갈비스테이크, 시에테벨리 수제 젤라또, 커피 등이 나오며 값은 1만5천500원. 특선코스메뉴로는 A, B, C, D코스 네가지 있다. 이가운데 가장 일반적인게 C코스. 오늘의 특선 안티파스티와 싱싱한 석굴로 만든 그라탕, 특선 스프, 파스타, 오렌지 소스로 맛을 낸 안심스테이크 또는 숯불양갈비구이가 나온다. 디저트도 특선으로 준비된다. D코스는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특별한 구성을 요구하면 주방장이 실력을 발휘한다. 다음은 아이들과 학생들이 좋아하는 정통 나폴리식 피자. 1만원인 마르게리타와 1만2천원인 카페리, 로사 치폴라, 나폴리타나, 베르듀라, 파타테, 스트라디아볼라, 풍기, 콰트로 스타지오네, 페페로나타, 깔조네 등이 있다. 고객의 취향과 주문에 따라 토핑을 선택하는 맞춤피자도 가능하다. 파스타는 소스별로 맛이 독특하다. 토마토소스 파스타는 페스카토레, 시칠리아나, 부타네스카, 페투치네 볼로네제, 펜네 아라비아타가 있으며 생크림소스는 페투치네 마레 에 몬테, 파르팔레 살모네, 스파게티 카르보나라, 스파게티 파르미쟌, 펜네 파르팔레, 스피나치가 있다. 올리브소스는 스파게티 봉골레와 페스카토레 비앙코가 있다. 가격은 부담없는 9천원. 특별한 파스타를 아이에게 먹이고 싶다면 라비올리와 생면 수제 라자니아를 주문하면 된다. 이와함께 각종 야채로 만든 정통 로마식 샐러드인 로마나 야채 샐러드와 닭가슴살, 잣, 건포도, 토마토다이스로 맛을 낸 인살라타 타끼넬라, 송아지 편채, 계절야채, 참치소스로 주재료인 비텔로 토나토 샐러드가 준비된다. 특히 ‘시에테 벨리’에는 50가지 종류의 와인이 있어 마니아들을 즐겁게 해준다. (예약, 233-1150, 011-494-6751)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기경범 기자 kgb@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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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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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휑하니 허공을 가른다. 허공도 마다하지 않는다. 받아안는다. 아직 한적한 강가. 시간을 잊은걸까, 낚는걸까. 강태공이 허공으로 낚싯줄을 힘차게 날린다. 낚싯줄이 강속으로 흐느적 거리며 파고든다. 강태공은 갑자기 찾아온 깜짝 땡볕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도 여념이 없다. 메기를 건지느냐, 쏘가리를 건지느냐, 그것도 모자라면 빠가사리라도 좋다. 물이 좋으니 고기도 좋으렸다. 나주 산포를 타고 내려온 지석천 중류 정자교 유원지. 해마다 큰 물이 질때 여지없이 강물이 넘친다는 곳이다. 강물이 바로 코 앞서 찰랑대는 ‘강변나루터’(주인 최계순). 쏘가리·메기·빠가사리탕이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80년대 초반 시어머니 강봉금씨가 시작해 88년부터 며느리 최계순씨가 이어받았다. 2대째다.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있던 손님들이 나서서 ‘강변나루터’를 자랑했다. 직장동료인 김광현 배세택 박승철씨. 광주서 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는다는 이들은 빠가사리탕을 시켰다. 메기탕 보다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더 난다는게 이유. “함평 나산천허고 나주 지석천 고기맛이 호남서는 제일이요, 옛날 함평 나산 인근 사람들이 나산천 고기맛을 못잊어서 이사도 못간다는 말이 있었응께.” 배씨의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김씨의 맞장구. “지석천에는 축산시설이나 강을 해칠만한 머가 없응께. 염려않고 묵을수 있제, 맛은 또 어찌고.” 뒤질세라 박씨도 거든다. “하여간 기가막혀, 어이 한 잔 더 허세, 머한가.” 일행이 시킨 빠가사리탕이 나오고 메기탕이 나왔다. 붉은 색감으로 가득한 탕이 먹음직스럽다. 걸쭉하다. 시래기(실가리)와 고추, 담근 된장, 대파, 마늘, 생강을 듬뿍 넣었다. ‘강변나루터’의 ‘실가리’는 지난해 가을, 나주 산포 황토흙에서 튼실하게 자란 무청이다. 워낙 수요가 많아 몇대의 트럭에 나눠 싣고 ‘강변나루터’ 뒤편 양지바른 곳에서 2∼3일 말린다. 무잎 사이를 간지럽히는 바람과 스멀스멀 올라오는 땅의 습(濕), 이들을 따사로운 햇볕이 갈무리했다. ‘실가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주인 최씨가 성화를 부린다. “고기와 국물은 남겨도 실가리는 남기지 마세요.” 메기대신 실가리 두세가닥을 입으로 가져갔다. 사각사각 씹히는 실가리가 맛이 들었다. 주인의 공력(功力)이 묻어난다. 그냥 먹어도 좋고 밥을 싸서 먹어도 좋다. 지석천서 잡아올린 메기의 살도 통통하다. 예로부터 민물고기매운탕은 스태미너에 좋고 위(胃)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노약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음식이라 했다. 함께 주문한 가물치찜. 일단 크다. 얘들과 함께오면 놀랠까 걱정이다. 황제와 황후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 대단한 위용(偉容)이다. 허리를 틀어 꼬리를 접시위에 기어코 올렸다. 보기드문 모습이다. 튀긴뒤 갖은 양념으로 에둘렀다. 숭 숭 칼집사이로 드러난 가물치의 속살이 희끗하다. 떼어먹기에도 좋다. 양념국물을 조금 떠서 밥을 비벼먹었다. 달착지근하다. ‘강변나루터’는 매운탕이 전문이지만 용봉탕과 가물치회 등도 맛있다. 가물치회 중(中)이 3만5천원, 찜 중이 4만원이다. 붕어찜 중은 2만원, 지석천 장어구이가 1만2천원이다. 메기탕과 빠가사리탕이 각각 8천원, 1만원이다. 이밖에 쏘가리매운탕, 오리탕, 촌닭 백숙도 한다. (예약 문의, 062-374-4596, 373-9243, 011-603-9596)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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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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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인 나그네는 찾아가는 것이 자칫 어려울 수 있다. 광주서 출발할 경우, 나주·목포방면으로 길을 잡고 남평 오거리에서 첫번째 LG주유소를 지나고 두번째 활주로주유소와 삼성자동차전문학원을 오른쪽 곁에 두고 일방로 샛길을 통해 비상활주로로 바로 접어들어야 한다. 비상활주로를 300∼400여m쯤 가다보면 철제 바리케이트가 나오고 이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꺾어 풍차가 보이는 쪽으로 가야한다. 이후 풍차를 왼쪽으로 두고 오른쪽으로 지석천을 바라보면서 상습 침수교인 정자교를 건너면 바로 ‘강변나루터’다. 지금은 정자교 공사중이므로 차를 몰때는 길턱이나 패인 홈 등을 잘 보고 운전해야 한다. 자동차가 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더. 강변나루터가 나주 산포에 있지만 전화는 광주지역 번호인 ‘062’를 사용하므로 예약전화때 이를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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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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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이 강물을 닮았다. 온 몸 속을 휘돌 푸른 빛이 속까지 풀어줄 것 같다. 실제 그렇다. 다슬기의 국물이 푸른 빛을 띠는 것은 구리 성분이 미네랄 형태로 풍부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다슬기의 국물은 간 기능을 회복시켜 황달을 없애고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한다. 또 부종을 없애며 눈을 밝게한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과 우울증, 스트레스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신장 및 담낭결석을 예방하는 마그네슘과 산소공급에 필요한 헤모글로빈이 많아 몸에 유익하다. 이같이 이로움이 많은 다슬기를 뚝배기와 수제비, 부침개, 회무침으로 내놓는 식당이 있다. ‘온 가족의 건강음식’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광주시 남구 주월동 제석초등학교 인근 ‘섬진강 다슬기’(대표 김점님). 음식이 나오기 전 삶은 번데기와 다슬기를 내놓는다. 어려웠던 시절 아이들의 먹거리와 ‘다 큰’어른들의 주전부리 대용으로 한 자리를 꿰찮던 번데기에 매운 고추를 넣어 매콤하다. 낱개로 먹다 숟가락으로 푹 떠먹어도 좋다. 다슬기는 차가운 기운을 머금었다. 제법 큰 것부터 이쑤시개로 사냥을 한다. 둥그렇게 생긴 것, 길쭉하게 생긴 것, 골이 많이 있는 것, 다슬기 종류가 많기도 하다. 까 먹다 보니 작은 것들만 남았다. 정교한 손놀림으로 속살을 건진다. ‘섬진강 다슬기’의 주 메뉴인 다슬기 뚝배기가 나왔다. 직장인들의 점심으로 제격이다. 값은 5천원, 싸다. ‘3년만 꾸준히 먹으면 삼동(三冬)에 감기 걸릴 일 없다’는 된장을 풀었다. 된장은 친정 강진 성전에서 가져왔다. 냉이와 표고버섯, 쪽파, 청양고추 등을 썰어 넣었다. 소금으로만 간을 맞췄다. 뿌리째 걷어올린 냉이가 푸르디 푸르다. 냉이는 함평 들녘에서 최근 몇차례 직접 캐 왔다. 다듬고 씻은 뒤 살짝 삶았다. 냉장고에서 급랭시켜 영양소 파괴를 막았다. 손이 많이 가지만 봄을 맛보게 하는 ‘절대음식’재료라 너끈한 마음으로 준비한다. 국물을 떠먹으면 먹을수록 입안이 화끈거린다. 와이셔츠 깃 안으로 땀이 배어든다. 넥타이를 푼다. 이제는 화끈함을 즐기는 순서. 짜지않고 얼큰함이 난이도를 더한다. 속이 제대로 풀린다. 지난밤 과음했다면 효과를 톡톡히 볼수 있다. 음주를 하지않았더라도 평소 속을 달래놓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주인 김씨는 혹 코끝이 붉은 빛이 도는 손님이라면 다슬기 국물을 많이 끓인 뒤 식혀 냉장고에 두고 물 마시듯 복용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음은 다슬기 수제비. 역시 냉이를 갈아 넣었다. 다슬기 푸른 빛에 색깔이 더 진하다. 밀가루 반죽은 손수 밀고 돌리고 누르고 또 밀어 점성(粘性)이 강하다. 여기에다 영하 5도정도에서 3일간 숙성 시킨다. 쫄깃쫄깃한 맛이 더해진다. 다슬기는 강원도산이다. 하루안에 도착한 신선한 다슬기는 3시간 가량 깨끗한 물에서 ‘흐리’를 뺀다. 저수지 등서 잡은 붕어 등을 하루정도 물에 풀고 또 물을 갈아 주면서 좋지않은 것을 뱉을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과 같다. 주인 김점님씨는 다슬기는 하나만 상해도 모두 상하기 때문에 이같은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꼭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슬기 부침개는 간 냉이에 소금과 약간의 설탕만으로 요리했다. 잘디 잔 다슬기들이 부침개 위에 맺혀있어 젓가락으로 일정부분을 가른뒤 그 안으로 몰아넣고 감싸, 한 입에 먹는 것도 괜찮다. 느끼한 맛이 없이 담백하다. 다슬기 회무침은 오이와 배를 썰고 특별한 양념없이 무쳤다.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맛을 냈다. 주인 김씨는 이것저것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재료들이 얼마만큼 나름의 맛을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다슬기와 두어 종의 야채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느끼라는 말일 게다. 함께 섞여 있으되 낱낱이 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양이 많으면 뚝배기를 하나 더 달라고 한뒤 비벼먹어도 좋다. 다슬기가 알알이 씹힌다. 한 가지 더. 강진서 화랑게라 불리는 검정게가 젓갈로 나오므로 쌈과 함께 먹으면 독특한 맛이 난다. 옛 어른들이 즐겨 먹던 식습관이다. 다슬기 부침개는 8천원, 회무침은 1만5천원이다. (예약, 653-4789, 011-629-9083)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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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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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월드컵경기장을 지나 금호지구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야트막한 산이 있다. 이정표도 보일락말락 키가 낮다. 촌닭코스요리 명가 ‘햇살과 달빛’풍암점(대표 최경숙). U턴을 해 산길로 들어선다. 도심속에 이같은 고샅이 있나 할 정도로 깊다. 거리로야 기껏 200여m나 될까. 소나무와 잡목들이 좌우로 감아돈다. 이엉으로 엮은 초가지붕이 오래간만이다. 혹 비가 샐까 비닐로 감싼 것은 주인의 세심함일 터. ‘이제 내 몫은 다했다’는 목련과 벚꽃이 꽃무리로 땅을 향해 하늘거리고 붉디붉던 동백도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갈아 논 밭고랑 위로 까치떼가 사랑놀음에 여념이 없다. 암컷이 분명한 것이 앞으로 훼액, 훼액 하고 차오르고 꺽어지면 두세 마리가 연이어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 좀 더 눈길을 돌리면 풍암저수지. 가장자리에 한껏 물을 머금은 버드나무들이 치렁치렁 녹음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보라빛을 뽐내는 제비꽃이 손님을 맞는다. 양계닭이 아닌 순수 촌닭이 재료다. 첫 코스는 육회. 모두 가슴살이다. 마늘과 양파, 소금으로 간을 맞춘 생육회와 양념육회, 모래주머니 등 세가지가 나왔다. 생육회는 신선한 맛에 마늘이 조화를 이뤘다. 양념고추장에 스민 양념육회는 매콤하다. 일명 ‘응가집’으로 불리는 모래주머니는 씹는 맛으로 승부. 다음 코스는 불고기 치킨. 쌈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쌈 야채가 남다르다. 쌉쓰름한 향이 독특한 머웃대와 적상추, 상추, 열무, 배추, 가랏 등 종류만 7∼8가지에 이른다. 잎이 크지 않다. ‘햇살과 달빛’ 인근 밭에서 직접 기른 것이다. 모두 유기능 야채다. 상추가 작아 두세개로 아래를 받친 뒤 머웃대와 열무를 올린다. 그 위에 불고기 치킨을 두어점 올리고 양손을 부지런히 놀려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 세번째 코스는 찜이다.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큼지막하게 썬 감자와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탱탱한 살이 입맛을 자극한다. 짱짱한 다리 한쪽을 붙들고 씨름을 한동안 했다. 포글포글한 감자가 담백하다며 이를 더 찾는 손님도 많다. 주인 최경숙씨는 특히 찜 요리는 불조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접 한다. 네번째 ‘햇살과 달빛’ 코스요리의 절정인 한방백숙이다. 주인 최씨가 10년 공력을 들였다. 여느 백숙과는 달리 육수가 가무스름하다. 검정콩과 검정쌀, 녹두, 수수, 댓잎, 솔잎에다 구기자, 당귀, 황기 등 한약재가 고루 섞였기 때문이다. 또 숯을 둥둥 띄웠다. 한의학에서는 검은색 식품이 신장기운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장은 소변을 걸러낼 뿐 아니라 뼈와 근육, 생식기 기능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이에따라 신장기능을 강하게 하면 힘은 물론 기초적인 건강도 다질수 있다. 또 신장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음식을 먹으면 노화를 예방할수 있어 신장과 궁합이 맞는 검정색깔을 띈 약재나 식품은 건강에 필수요소다. 특히 검은 콩은 비타민과 무기질 영양소인 미네랄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검은 쌀 또한 흰쌀에 비해 검은 콩과 같이 비타민과 미네랄 함유량이 많다. 한약재로 쓰이는 구기자와 당귀, 황기 등은 봄철 원기회복에도 효험이 있다는게 한의사들의 진단이다. 숯은 항균 항독 등 그 효능이 탁월해 설명은 불문가지(不問可知). 국물은 숙취에 탁월하다. 음주는 권하기에 부담은 가지만 기왕 마셨다면 한방백숙으로 이를 정리하는 것도 지혜다. 국물을 먹다보면 부드러운 녹두가 입안에서 씹힌다. 마지막 코스는 촌닭 볶음밥. 짜글짜글 볶은 밥에 한방백숙 국물로 코스를 마무리 짓는다. 식사 후 커피는 ‘햇살과 달빛’주인의 촌닭요리에 대한 전문성을 엿볼수 있는 대목. 자칫 느끼해질수 있는 입안에 단 맛을 충분히 한 커피는 필수 코스다. 2인 기준 코스 가격은 3만원이며 한사람이 더 늘 때마다 1만원씩 음식값이 추가된다. 한방백숙이 아닌 일반백숙(3인 기준 3만원)도 따로 제공된다. 주인 최씨는 “모든 손님들이 제대로 된 촌닭코스요리를 맛볼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편안한 음식여행을 위해 조경 등 분위기 가꾸기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살과 달빛’은 화순 수만리 본점(061-372-0505)을 비롯해 풍암점, 증심사 입구점, 최근 문을 연 진월점 등 모두 4곳이다. (예약, 681-4441, 011-606-0504)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맹대환 기자 newsing@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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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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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스며든다. 지난밤 아무 말없이 뻘밭을 벗어났던 물길이 소리없이 다시 다가왔다. 옅은 안개와 함께…, 하루에도 몇차례 이를 반복한다. 이같은 뒤척임은 바닷속 모든 이들에겐 일상이자 자양분을 공급하는 에너지다. 신안 청정해역. 홍어를 떠올리게하는 섬나라다. 여기에 ‘바다 어류의 지존’민어가 있다. 20년 가까이 이를 말리고 쪘다. 때론 탕으로 지켜온 입맛이다. 목포 중앙동 초원관광호텔 인근 삼화횟집(대표 천안숙). 옛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민어는 버릴 것이 없다’했다. 주인 천안숙씨는 ‘자산어보’에도 민어는 순하고 독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크기가 1m에 이르는 말린 민어를 들어보인다. 민어는 얌전했다. 찜과 탕이 나오기전 횟감을 맛보란다. 민어는 서남해안 수심 40∼120m의 진흙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때문에 새우와 게, 작은 어류 등이 먹이다. 각종 광물질을 충분히 섭취한다는 얘기. 성격도 게으를 정도로 느긋하다. 맛이 부드러울수밖에. 부레와 민어껍질, 뼈꼬시를 함께 내놓았다. 민어 부레는 몇 점 나오지 않는다. 얌체선원의 몫이었다. 그 맛의 독특함은 물론 영양만점이라는 사실을 뭍사람들은 알리 없기 때문이다. ‘부레 꼭 주세요’하면 주인은 긴장한다.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담백·은은한 맛이 더 오래간다. 아가미와 등뼈를 갈아서 다진 뼈꼬시는 칼슘의 왕이라는 멸치를 가볍게 제칠 정도다. 뼈들이 씹히더라도 부지런히 먹으면 몸에 좋다. 영양가는 낙지에 버금간다. 배추잎과 깻잎에 가득 싸서 먹는 맛이 제법이다. 다음은 찜과 탕. 민어를 갯바람에 말렸다. 나무위나 배(船)위가 좋다. 여의치 않을땐 갯바람이 잘 불어오는 그늘진 집 뒤뜰도 괜찮다. 옛 어른들은 1주일 정도 말린 뒤 쪄서 먹으면 좋다 했다. 삼화횟집이 그렇다. 찜이 푸짐하고 튼실하다. 탕은 균에 강하고 독에 저항력이 있는 쌀뜨물에다 멸치, 무우, 대파, 다시마 등을 숭숭 썰어넣었다. 간기를 뚝 떨어뜨린 쌀뜨물에 녹은 민어의 뼛국물이 더없이 시원하다. 살덩이는 고스란히 입으로 들어온다. 주인이 옆에서 거든다. “어찌요, 오지지라~.”서렁게를 맛본 뒤 갈치창젓에 밥 말아먹는 것도 쏠쏠하다. 포만감이 가득 전해온다. 주인 천씨는 “민어는 가장 선도(鮮度)가 높은 고기”라면서 “그 만큼 탈이 없고 먹을만한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민어회, 찜, 탕 한 접시가 각각 3만5천원이다. 150명 이상을 받을수 있는 넓은 홀이 있어 단체손님 예약도 가능하다. (예약, 061-244-1079, 245-2556, 017-724-1079)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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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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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수산시험연구소가 개발하고 신안군이 직접 생산한 갯바람 참민어는 필수아미노산과 고도불포화 지방산인 천연 ‘EPA’와 ‘DHA’함량이 높은 고급 수산식품이다. ‘EPA’와 ‘DHA’는 기억력 및 학습능력을 높여주며 혈액중의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의 응고 방지, 치매 및 항암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갯풍 참민어는 오븐 또는 그릴에 통째로 구워 먹으면 참맛을 느낄수 있다. 혹 전자렌지를 이용, 해동해 찌거나 튀겨 먹으면 고유의 감칠맛이 사라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보관은 구입즉시 지퍼백으로 밀봉, 냉동보관하는 것이 좋다. 갯풍 참민어 제품은 1마리당 500∼800g 정도되는 민어로 군에서 직접 제조했으며 제품크기당 시판가격은 큰(大)것은 10마리 기준 50만원, 가운데(中) 것은 5마리 기준 20만원, 작은(小)것은 10마리 기준 30만원이다. 구입은 신안군청 해양수산과(061-240-1415)로 하면된다. 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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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동 기자 cwd@kjtimes.co.kr
2004.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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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기운을 머금은 산들바람이 도심 골목길을 휘익 감는다. 돌아드니 작은 키의 소나무 장승이 눈에 띈다. ‘헤∼’하고 맞는다. 익살스럽다. 나이는 제법 먹은 모양이다. 한 무더기의 시누대가 장승 곁에서 동무삼아 건들거린다. 때이른 철쭉이 장승과 시누대를 감쌌다.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다. 들머리에 다양한 전복요리들을 소개한 현수막이 걸려 전복전문점임을 한 눈에 알수 있게 해준다. 광주시 동구 대인동 ‘예향’(대표 강숙희). 최근 문을 열었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중 그 맛과 영양에서 단연 선두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전복을 회, 구이, 전골, 죽, 밥 등으로 요리한다. 전복은 예로부터 약리적 효능이 만만치 않아 즐겨찾는 이들이 많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고혈압과 당뇨예방에 좋으며 간장 기능을 회복시켜준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피부노화를 방지하며 시력을 좋게한다. 여기에다 산모(産母)의 젖을 잘 나오게 하고 병중병후(病中病後)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최근 몇년새 여름철이면 가슴 철렁 내려앉게 하는 비브리오균과도 무관하다는게 정설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뻘에 기대어 사는 패류(貝類) 등과 달리 전복은 바위가 온전한 생활터전이라는 것이다. 전복의 먹거리는 다시마와 미역이다. 사시사철 언제나 부담을 갖지않고 먹을수 있다는 얘기다. ‘예향’은 특히 맥반석광 일대인 완도 넙도인근에서 키운 전복들만을 직접 구해와 요리하므로 찾는 이들이 믿고 맛볼수 있다는게 주인 강숙희씨의 설명. 전복회가 나오기전 밑반찬이 볼 만하다. 키조개와 성게, 굴, 가리비, 개불이 한 팀으로 나와 식욕을 돋운다. 전복회가 나왔다. 전복내장이 덤으로 나와 회접시의 양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다. 이때 ‘선수’들의 눈은 빛난다. 선수들은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곧바로 전복내장을 시식한다. ‘새내기’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어느새 사라진 전복내장. 내장은 ‘어른’들을 행복의 지름길로 안내해주는 견인차다. 멋모르는 일행은 전복회 맛에 반하면 그 뿐. 어금니 사이에 밀어넣은 회를 오도독 오도독 씹는다. 짱짱하다. 전복의 특징을 단번에 알수 있는 대목. 두어점째부터 더욱 어금니에 힘을 준다. 노르스름한 전복구이가 뒤를 이었다. 바다의 짭쪼름함이 입안을 채운다. 맛이 제대로 들어 ‘바다’의 맛이 혹 이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기름장을 살짝 얹혔다. 부드러워졌다. 비싼만큼 제값을 한다. 구이를 맛보는 동안 자글자글 끓고 있는 전복전골. 전복과 팽이버섯, 풋고추, 미나리, 콩나물, 표고버섯, 양파, 새송이, 고둥, 무, 바지락 등이 주재료다. 육수는 전복과 다시마 등을 넣고 ‘예향비법’을 더해 우려낸다. 얼큰하고 시원하다. 약간 데쳐진 미나리로 익은 새송이버섯을 싼 뒤 초장에 찍었다. 주인이 권했다. 독특한 맛이다. 국물맛이 스며든 탓일 게다. 입안이 얼얼해진다. 여기에 매일매일 담근 생김치 맛을 보면 주인의 정성이 전해온다. 전복밥은 우려낸 육수에 콩나물, 양념장, 가루 김, 쪽파, 무, 새송이를 넣고 비빈다. 참기름을 착, 착, 뿌리는 것은 기본. 욕심내지 말고 덜어서 먹는 것이 예의. 기호에 따라 김을 찢어서 더 넣어 먹으면 손해없다. 전복죽은 내장에 쌀을 볶아서 내놓았다. 소금으로만 간을 맞춘다. 소화가 잘 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고 결국 건강식품으로 으뜸이다. 강씨는 “전복이 500g이면 ‘심봤다’라고 할 정도로 귀한 음식재료이지만 손님들에게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전복죽 등 다양한 요리를 개발,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3∼4인분의 전복전골 중(中)은 4만원, 전복죽은 특 8천원, 보통 6천원이다. 대합죽과 야채죽은 각각 8천원과 6천원이다. 큰 방 두개가 있어 단체손님도 받는다. 예약 및 체인점 문의 236-1952(011-9445-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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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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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이 지난지 벌써 10여일,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코앞인 데 입맛이 통 살아날 기미가 없다. 봄나물을 무쳐 바깥양반과 한참 크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권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 큰 맘 먹고 조금 비싸지만 해물요리전문점을 찾기로 했다. 광주지역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광주 상무지구 ‘문희석 꽃게랑 아구랑’(대표 문희석)이다. 살아있는 활꽃게와 아구, 바다가재 등을 찜이나 탕, 무침으로 내놓는다. ‘바닷가재 해물탕’과 함께 이 집의 자랑인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주문했다. 먼저 간장게장. ‘문희석 꽃게랑 아구랑’의 수랏간 최고상궁 이점순씨(59)가 나섰다. 간장게장의 소스는 밝힐수 없는 두가지 간장종류에 마늘과 양파, 생강, 한약재인 감초 등 10여가지의 재료를 넣고 달인다. 3일간 터울을 두고 한 차례씩, 모두 9일간 세 차례 달인다. 이를 싱싱한 진도산 꽃게에 저며들게 한다. 간장게장을 먹기좋게 손질하는 아낙의 솜씨가 재빠르면서 수더분하다. 그 틈새로 간장맛을 봤다. 젓가락 끝으로 살짝 찍었다. 혹시 짤까 해서. 짜지않다. 한번 더 찍어봤다. 간장이 스며든 탓에 가무스름해진 게살. 언뜻언뜻 윤기가 흐르며 반짝인다. 서남해안을 파라락 파라락 때론 촉, 촉, 힘있게 내닫던 꽃게였을 것이다. 살이 다복솔 처럼 탱글탱글하다. 와작 씹었다. 살이 입안에 가득 찼다. 두어번 먹었더니 짭쪼름한 맛이 번진다. 목젖이 떨어질 정도다. 흰 쌀밥 한숟갈 푹 떠넣는다. 동치미가 시∼원하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톳과 무침으로 나온 달래, 도라지가 눈길도 안준다며 토라졌다. 달래줬다. 보기에도 매콤한 양념게장 순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귓볼부터 발그레해지고 있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오도독 오도독 위아랫니에 힘을 준다. 살이 너무 많다. 입에 문 꽃게 다리 쪽으로 진홍빛 양념이 뚝뚝 떨어진다. 아깝다. 숟가락으로 아래를 받쳤다.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조근조근 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주인이 끼어들었다. 부끄러운지도 모르게 속살을 모두 손님에게 내맡겼던 꽃게의 등 껍데기에 밥을 두어숟갈 담아줬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비비고 맛을 봤다. 입맛이 살아났다. 성정(性情)이 급한 사람은 숟가락으로 그냥 떠 먹어도 뭐랄 사람 없다. 이제 ‘바닷가재 해물탕’을 맛볼 차례. 꽃게를 비롯해 대하, 낙지, 큰 맛, 작은 맛, 소라, 가리비, 대합, 오징어, 쭈꾸미 등등 들어갈수 있는 해산물은 모두 있다. 붉을대로 붉어진 바닷가재를 큰 접시에 따로 떼 놓는다. 캐나다산이다. 바닷가재가 ‘집게가위’한 쌍을 당당히 선보였다. 기껏해야 민물가재나 접했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손재주를 가진 아낙이 가위를 들고 다시 다가왔다. 바닷가재 가위와 아낙의 가위가 한 판 대결을 벌인다. 가재의 가위가 잔뜩 움츠러 들었다. 이를 놓칠세라 아낙의 가위가 한방을 날렸다. 연약한 가재가위 부위를 한 바퀴 휘익 돌아 단번에 서걱. 맥없이 포기하는 랍스터. 아낙이 해물탕속으로 삼등분한 바다가재를 밀어넣었다. 해물탕 국물맛은 갈수록 담백해졌다. 다 익은 가재의 한쪽 다리를 꺼내 주욱 찢는다. 하얀 속살, 목화섬보다 더 하얀속살이 따라 나왔다. 이렇게 부드럽다니. 봄맛이 돌아왔다. 이 집의 찜은 왕게·킹크랩, 꽃게백숙, 꽃게찜, 아구찜, 바다가재찜이 있으며 꽃게와 아구를 함께 요리한 섞어찜의 맛이 일품이다. 또 탕으로는 바다가재해물탕을 비롯해 모듬해물탕, 꽃게탕, 아구탕 등이 있으며 술안주감으로 전복사시미와 꽃게무침, 왕새우소금구이가 있다. 입맛을 돋우는 양념게장(1인분)과 간장게장(1인분)은 각각 1만5천원과 1만2천원씩으로 포장판매도 한다. (예약, 062-381-1148∼9)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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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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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인 꽃샘추위를 뿌리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얼까. 봄나물을 양껏 내놓을만한 식당을 찾는 것이 나을성 싶다는게 주위의 얘기. 그것도 일단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야 된다는 것. 서울 방향 고속도로를 한 숨 쉴 정도 달렸다. 장성 백양사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꽃 순(筍)을 외투에 감춘 수십년생 벚나무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돌리면서 ‘왜 벌써 오느냐’며 트집이다. 4월10일은 돼야 하얀 봄 옷을 맘껏 뽐낼수 있다는 것일 게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산채 명가 ‘정읍식당’(대표·정상만)을 찾았다. 백양사 입구 첫번째 집이다. 산채 전문식당답게 식사와 안주, 별미류 등으로 손님들을 맞는다. 식사류에는 정읍식당의 자랑인 특정식과 산채정식, 산채비빔밥, 멧돼지 구이가, 안주류로는 더덕구이를 비롯해 더덕무침, 버섯전골, 버섯볶음, 낙지볶음 등이, 별미류로는 순도토리묵과 빈대떡, 파전이 있다. 식사를 하다 흥이 차면 찹쌀동동주나 복분자주, 더덕주를 주문할 수 있다. 식탁에 오른 것은 특정식. 찬(饌) 가짓수만 서른가지에 이르러 아줌마들이 든 찬쟁반이 휠 정도다. 두번이나 날랐다. 아줌마는 혹 떨어질까 조바심을 내는 손님의 마음은 아랑곳 않는다. 펼쳐진 음식이 너무 많아 어느 것부터 손댈지 고민이다. 먼 길 찾아온 덕에 무우생채동치미로 우선 속부터 풀었다. 다음은 봄나물. 특유의 향이 나는 취나물이 생나물과 무침 두 가지로 나왔다. 예로부터 두통을 다스릴 정도로 몸에 이롭다는 취나물.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한의사들은 전한다. 때문에 나물로 먹거나 달여 마시고 가루로 빻아 먹으면 좋다. 생나물은 향긋하다. 지난 봄 그늘에서 말린뒤 내논 취나물 무침은 담백하다. 깔깔하던 입안이 정갈해진다. 춘곤증에 허덕이던 도시 나그네를 유혹하기엔 그만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이 올라간다. 두릅도 생으로 나왔다. 쌉쌀한 맛이 입맛을 더욱 돋운다. 두릅은 독이 없어 어린 순이면 그냥 먹어도 상관없다. 두릅은 위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위경련·위궤양에 좋고 장기간 먹으면 위암까지 예방해준다. 특히 혈당 강하작용이 있어 당뇨환자에게도 효험이 있으며 정신을 맑게 해주는 성분이 있어 샐러리맨과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도 좋다. 이어 겉절이로 나온 참나물과 돈나물, 치커리, 토란나물. 참나물은 향이 진하고 돈나물은 빠질수 없다며 자리 한 켠을 잡고 있다. 아삭아삭 신선한 양파와 함께 버무린 치커리와 토란나물은 봄의 전령사다. 새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은 영양이 달아나지 않게 살짝 데쳐 내왔다. 여기에 직접 담근 열무와 배추, 돌산갓김치가 붉디붉은 색감을 선뵌다. 산기슭 식당이라고 싱싱한 해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먹음직스런 굴과 홍어회, 꼬막, 조기구이, 낚지볶음, 파래무침, 우렁이무침, 오징어볶음, 멸치 볶음, 데친 쭈꾸미가 식욕을 돋운다. 장성의 땅 기운을 받아 자란 더덕은 무침이다. 고유의 씹히는 맛에 매콤함이 코속에 전해온다.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된장국과 술을 곁들인 손님을 위해 콩나물해장국을 전문점 못지않게 내놓는다. 안주인 김이순씨(62)는 “관광지다 보니 자칫 소홀할수 있으나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의 입맛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15년째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정오순씨는 “봄이 완연해지면 더욱 맛깔난 토란나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다이어트로도 효과가 있다는 죽순나물 등이 나온다”며 다시 찾아 달란다. 식사후 뽕잎차와 녹차를 섞어 끓인 정읍식당만의 명품차가 나온다. 뽕잎향이 입안을 감돈다. 평소 식수로 먹으면 당뇨병 등 소갈(消渴)에도 효과가 있다는게 김씨의 설명. 내친 김에 두어잔 더 마셨다. 정읍식당 특정식은 1인분 기준 1만2천원, 산채정식은 1만원, 산채비빔밥은 6천원이다. 안주감인 더덕구이와 더덕무침은 각각 2만원. (예약, 061-392-7427, 9367)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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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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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 들어서면 낯설고 상쾌한 향이 꼬 끝을 간지럽힌다.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했던 삼겹살 냄새는 간데 없고, 허브내음 만이 가득하다. 깔끔히 정돈된 실내장식들도 볼 만하다. 대나무 데코레이션과 한 두 개 빼놓곤 이름도 생소한 허브 식물들의 사진들이 한 켠을 차지하고 손님들을 맞는다. 허브의 향과 삼겹살의 맛을 함께 자랑하는 이곳은 광주 서구 금호동 퓨전허브생삼겹살집 ‘산하’(대표·김성진·42). 주메뉴인 허브삼겹살은 허브식물을 먹여 키운 돼지고기를 잡아 삼겹살로 내놓은 것이 아니라 최상품의 삼겹살에 목포 ‘좋은자연농원’에서 키운 로즈마리를 가루로 만들어 충분히 재운뒤 내놓은 것이라는게 안주인 박미형씨(39)의 설명. 간혹 기능성 식품으로 알고 찾는 이가 있으나 허브의 향과 독특한 성분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퓨전’음식이라는 것이다. 허브삼겹살은 숯불에 올린다. 불판 가운데는 허브삼겹살이 중심을 잡고 굴(石花)이 에둘러 자리를 잡는다. 큼직하다. 안주인의 설명이 계속된다. 소스는 로즈마리를 주원료로 마늘, 양파, 된장, 고추장 등 15가지의 양념이 첨가됐다. 여기에다 뼛국물을 넣고 ‘밝힐 수 없는’또 다른 허브식물이 맛을 더 내준다. 그리고 2시간 동안 달인다. 제 맛이 나올때까지. 소스 연구만도 1년여 가까이 소요됐다. 로즈마리 가루를 얹어서 그런지 삼겹살의 색깔이 여느 식당과는 다르다. 소스를 약간 찍어 시식. 순간, 약간의 거부감과 함께 연이어 코속까지 환해지는 느낌. 로즈향이 가득해졌다. 그나저나 삼겹살맛은 어디 간 거야. 싱싱한 횟감에 초장 대신 겨자를 찍어 먹던 경험에 비추면 비슷하다고 할까. 서너차례 더 먹으면 허브생삼겹살의 맛이 입안에 오롯하게 전해진다. 제대로 찾아온 맛집이다. 허브삼겹살을 맛있게 먹는 방법. 첫째는 로즈마리 가루로 재워진 구운 삼겹살만 먹는다. 다음, 소스를 찍어 먹는다. 그다음, 상추쌈으로 구운 삼겹살을 소스에 찍어 먹는다. 여기에 빼놓을수 없는 미식가의 삼겹살 먹는 방법. 신김치에 싸 먹는 것. 특히 ‘산하’에서 내놓은 김치는 영암 시종 친척집 독에 1년전에 담가논 김장이라 그 맛이 사뭇 들었다. 양이 제법 큰 사람들은 돌판비빔밥을 된장국과 함께 들어도 좋다. 국물맛도 그만이다. 산하를 찾은 KT 북광주지점 안동천 국장은 “기름기가 거의 없고 느끼한 맛이 전혀 없다”면서 “입안과 코끝을 자극하는 허브향의 유혹을 떨칠수 없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허브생삼겹살 4인분이 2만4천원이며, 아이 둘을 동반한 부부라면 돈까스 2인분을 더 시켜 먹으면 넉넉한 외식을 즐길수 있다. (예약, 062-371-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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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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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로 ‘푸른 풀’을 의미하며 ‘잎, 줄기와 뿌리, 씨앗 등이 식용, 약용에 쓰이거나 향기에 이용되는 식물의 총체’라 할수 있다. 또 세제용, 염료용, 차, 요리용으로 사용되고 해열과 두통,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허브의 발상지는 지중해 연안지역으로 중동, 터키,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지역에서 옛날부터 허브가 이용돼 왔다. 허브는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우리들의 생활속에서 음식이나 향기, 몸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로즈마리는 늘 푸른 관목으로 유럽이나 지중해 연안에서는 방향성 식물이다. 향수나 약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잘 재배하면 2m까지 자라므로 현관 양쪽에 심으면 향이 좋은 인상적인 입구가 되고, 순수한 허브 가든에 심으면 높게 자라 생울타리로 이용할 수 있다. 향이 강하며 상쾌해 두뇌를 명석하게 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준다. 전문가들은 ‘허브를 알면 생활의 향과 맛이 달라진다’고 장담한다. 라벤더, 로즈마리, 세이지 같은 허브들과 함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미나리, 쑥갓, 마늘, 파, 고추 등의 향채소도 허브다. 맛있는 음식으로, 향긋한 차로, 우리 입맛을 즐겁게 해주는 허브, 스트레스나 피로감, 피부손질에도 꼭 필요한 놓칠수 없는 귀한 식물이다. 가까이 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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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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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식이나 친구들 모임에 가장 적당한 식당은 어떤 곳일까. 값싸고 맛있으면 그만이다. 거기에다 양까지 많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 광주 남구 봉선동 모아아파트 인근 우도해물탕(대표 최은숙·45)이 바로 그 곳. 우도해물탕을 들어서면 우선 널찍한 내부가 시원하다. 골목길에 있어도 한쪽 전면이 모두 창으로 돼 있어 경쾌함마저 느낄수 있다. 자리를 잡으면 먼저 나오는 것이 말린 명태찜 강정과 고구마튀김. 달짝지근한 양념맛과 명태의 통통한 살이 입안의 침을 돌게한다. 시장기를 가시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도해물탕의 주 메뉴인 해물탕을 주문했다. 4∼5명이 먹을수 있는 중(中)을 시켰다. 밑반찬이 쉴새없이 나온다. 해물 3총사인 홍어회와 회무침, 굴에 손이 갔다. ‘사큼한’ 홍어회를 먹은 다음, 회무침에 젓가락이 가고 단백질 덩어리 굴 순이다. 원재료값에 엄두를 못낼 정도지만 손님들이 찾기에 1년 365일 나온다. 신선한 겉절이김치로 입맛을 더욱 돋운다. 주인공은 가랏김치와 봄내음 물씬나는 달래. 조미료는 전혀 안넣었다. 주방을 직접 챙기는 주인 최씨의 설명. “친정어머니가 계신 화순 이양에서 직접 기른 양념거리와 김치거리를 가져와요. 어머니 덕이 큰 거죠” 해물탕이 나왔다. 다시마와 대파, 재첩, 어린 멸치 등으로 맛을 우려낸 육수에다 콩나물과 새송이, 팽이버섯을 넣고 그 위에 가리비, 오징어, 대합, 새우, 소라, 대맛, 미더덕, 생굴, 꽃게, 홍합, 키조개가 진을 치고 있다.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고 해물탕의 터줏대감, 산 낙지 한 마리를 떡 하니 올린다. 낙지가 몸서리를 친다. 우리는 짐짓 모르쇠로 일관. 패류(貝類)들도 뜨겁다고 입을 벌리며 아우성들이다. 국물이 담백하다. 눈에 띄는 오징어를 한 점 먹은 뒤 국물 한 숟갈 또 꿀꺽. 더 늦기전에 다 익은 게를 다른 접시에 올려놓았다. 식혀서 먹을 요량(料量)이다. 살 두터운 키조개는 가위로 슴벅슴벅 자른뒤 작은 것은 남 주고 큰 것은 내 입으로 쏘옥. 이 때 주인 최씨가 육수바닥에 다진 양념장이 있으니 풀어서 국물맛을 보란다. 생강과 인삼, 더덕, 마늘 등 15가지의 각종 양념거리로 다져진 양념장을 풀었다. 매콤 새콤한 맛이 이마에 땀을 맺게 한다. 해물탕의 결정판은 역시 매운 맛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 우도해물탕의 또 다른 자랑은 아구찜이다. 양념으로 더해지는 들깻가루와 고춧가루, 참기름 등 모든 것이 시골서 가져온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올 땐 부드러우면서도 맵지않게, 어른들끼리 찾을 땐 술맛 돌게 맵게 해준다. 배구동호회원들과 우도해물탕을 자주 찾는다는 전명옥씨(50)는 “해물탕의 맛이 담백하고 독특한 것이 이 식당 특징인 것 같다”며 “밑반찬도 소홀함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이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해물탕 중(中)이 3만8천원, 아구찜 중이 3만5천원이다. 이밖에 생태탕과 볼테기탕이 각각 5천원.(예약, 651-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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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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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와 해넘이를 함께 볼 수 있는 무안 해제면 도리포. 이 곳에서는 겨울철 최고 횟감중 하나인 숭어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우선 무안 도리포가 왜 ‘숭어의 고장’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듯. 도리포 김성채 어촌계장(53)의 설명을 들어보자. 도리포는 무안지역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청정지역이다. 면 단위 가운데 유일하게 오·폐수가 방출되지 않으며, 공장이나 축산시설물이 전혀 없다. 여기에다 무안 황토가 빗물에 씻겨 도리포 해안으로 흘러 천혜의 정화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수산자원 보존지구로 지정돼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해양수산부가 갯벌보존지구로 선정해 환경관리도 그 만큼 철저하다. 이에따라 도리포 앞바다는 모든 어종들이 산란하는데 적합하다. 고급어종인 민어와 농어를 비롯해 돔, 황가오리 등이 철별로 등장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살아있는’민어와 황가오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김씨와 함께 이 곳의 대표횟집인 ‘갯마을 횟집’(대표 박천규·41)을 찾았다. 입구의 활어통에는 도리포에서 직접 잡은 숭어들이 크기별로 노닐고 있다. 싱싱함이 묻어난다. 숭어회가 나오기전 바지락보다 작은 도리포 굴이 나왔다. 크기가 작은 만큼 손질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간혹 씹히는 굴 껍질이 달콤 짭쪼름한 맛에다 긴장감을 더해준다. 2인분의 숭어회가 나왔다. 김씨의 설명이 보태진다. ‘이것 보세요. 이렇게 무지개빛이 나고 살결이 투명하잖아요. 이것이 도리포 숭어의 특징입니다.’ 욕심을 내 두 점을 입에 넣고 맛을 봤다. ‘싸그락 싸그락’. 흐느적 거리는 여느 횟감과는 비교 거부. 비싼 값을 지불하는 민어나 농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촌계장의 입에서는 아예 ‘짤그락 짤그락’소리가 났다. 제대로 맛을 알고 이를 즐기는 것이다. 함께 나온 어린 숭어인 모치는 뼈꼬시로 제공된다. 신 김치로 에둘렀다. 오돌오돌 씹히는 뼈와 여린 살결, 신 맛이 어울려 입안을 알싸하게 만든다. 이 순간 살짝 데친 숭어껍질로 젓가락을 옮겼다. 담백한 맛이다. 이에 뒤질세라 숭어구이도 맛을 봐달란다. 숭숭 칼집을 낸 숭어에 2년이상 묵힌 왕소금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얌전하게 가닥가닥 맛을 봤다. 인절미 맛이다. 전혀 짜지않다. 주인 박씨는 “도리포 깊은 수심에서 사는 숭어는 그 만큼 살이 탱탱하다”면서 “인근 지역 횟집주인들도 혀를 내두르고 먹고가는 맛”이라고 자랑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옆자리에 있던 정연순씨(68·무안군 해제면)는 “맛은 맛대로 제일인데다 가격도 저렴해 외식을 할라치면 도리포만 온다”고 말했다. 함께 온 남편도 고개를 끄덕인다. 안주인 김영화씨(36)가 밥과 찬을 가져왔다. 젓갈들이 눈에 띈다. 숭어창젓, 전어젓, 황석어젓, 모치젓. 모두 안주인 김씨의 솜씨다. 남편이 직접 농사지은 ‘꿈의 벼’쌀로 지은 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맛으로는 별로라는 숭어매운탕. 하지만 갯마을횟집은 예외다. 겨자를 살짝 넣고 다른 몇가지 비법을 동원, 시원한 맛을 우려냈다. 이렇게 진수성찬으로 먹은 밥상이 3만5천원이다. 예약은 061-454-7448(011-643-7439). 아참, 돌아올 땐 최근 개통한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입안엔 맛을 머금고 끝없는 갯벌엔 시름을 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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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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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치어’라 기재하고, 숭어의 형태·생태·어획·이명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또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일이다’라고 했다. 숭어는 예로부터 음식으로서만 아니라 약재로도 귀하게 여겼다. 또 고급 술안주로도 이용했는데 난소를 염장해 말린 것을 치자라 일컫고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수어(水魚)라 했고,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했다. 최대 몸길이 120cm, 몸무게는 8kg에 이른다. 겨울 동안 바다에서 태어난 유어들은 여름에는 성장이 빨라서 초가을이 되면 몸 길이가 20cm가 넘는다.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는 민물을 떠나 바다로 내려간다. 주로 연안에 서식하나 강 하구나 민물에도 들어간다. 도약력이 뛰어나 수면 위 매우 높은 곳까지 뛰어오른다. 뛰어오를 때에는 꼬리로 수면을 치면 거의 수직으로 뛰어오르며 내려올 때는 몸을 한 번 돌려 머리를 아래로 하고 떨어진다. 대개 수명은 4∼5년. 무안지역에서는 숭어를 어린 것(크기)부터 차례로 모치(모댕이), 대사리, 무거리, 댕가리, 숭어로 부른다. 통상 60㎝이상이어야 숭어라 부르기 때문에 이 기준에 못미친 숭어들에 대해 사람들이 ‘넌 아직 숭어가 아니다’라고 했더니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다고 해서 ‘눈 부릅뜨기’라고 불리며 숭어맛은 겨울이 제격이라는 데서는 ‘참동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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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2004.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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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한 소에게 낙지 한 마리만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일화처럼 최고의 스테미너를 자랑하는 ‘바다의 인삼’ 낙지. 낙지를 이용해 갖가지 요리를 선보이는 낙지 전문점을 소개한다. 광주시 서구 풍암지구에 자리한 ‘낙지 한마당’. 식당 바깥에 마련된 커다란 수족관 안에는 낙지와 전복, 그외 몇 종류의 활어가 한가로이 헤엄치며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허전한 뱃속을 달래주는 호박죽이 제공된다. 연이어 식탁을 가득 채우는 메뉴들이 속속 올려진다. 적당하게 구워낸 참꼬막, 꼬불꼬불 살아 움직이는 개불, 살짝 익힌 굴, 매콤하게 요리된 홍어찜, 미끌미끌한 멍게, 갓 잡아올린 도미회나 농어회 등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요리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이정도 차려진 모습으로 봐서는 영락없는 고급 횟집이다. 하지만 이곳의 주 메뉴는 ‘낙지’다. 낙지 전골, 낙지 철판, 낙지회무침, 낙지볶음, 낙지수제비, 연포탕 등 낙지로 활용되는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싱한 낙지라고 해서 모두 목포나 무안에서 가져오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안에서 낙지가 한도 끝도 없이 나온 줄로만 안다”고 말하는 주인 최성우씨(48)는 무안 낙지가 아니라도 그 이상의 최상급의 낙지만을 사용한다고 당당히 얘기한다. 그도 그럴것이 최씨를 포함한 4형제가 모두 활어 도매업을 하고 있다는 것. 무안은 물론 해남이나 강진, 녹동, 완도 등 철따라 싱싱한 낙지가 나오는 시기가 다르다는데, 시즌별로 자세한 연구를 통해 4형제가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월등한 것들로만 구입한단다. 낙지의 품질은 물론이거니와 가격마저 원가로 가져온 덕에 여느 낙지전문점보다 유리하다는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이런 이점을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모두 되돌려준다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는 꼬막이나 회, 홍어찜 등이 아낌없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셈. “손님이 한 분이 오든 두 분이 오든 차별없이 기본적으로 서비스는 제공한다”는 최씨는 영업을 한다는 생각보다 이 곳을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최고의 맛’,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소개할 요리는 단골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낙지 전골. 갖가지 밑반찬들과 함께 올려진 넓다란 전골냄비에 온갖 재료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먼저 조개 등 갖가지 해산물로 국물을 낸 육수에 매콤하게 만들어 낸 다대기, 대하, 백합, 호박, 미나리, 팽이버섯, 콩나물, 당근, 파, 고추 등 기본 재료를 보기좋게 가지런히 넣는다. 이렇게 준비된 냄비는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식탁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핀다. 주인공인 낙지가 나오는 건 지금부터. 투명한 유리그릇에 꼬불꼬불한 낙지가 한데 뭉쳐 나온다. 서로 엉켜 어떻게든 그릇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 치는 낙지를 주인아저씨가 한 마리씩 끌어올리며 냄비 위에 얹는다. 한 마리를 올리면 다른 한 마리가 냄비 밖으로 삐져나오는 통에 여간 곤욕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낙지를 모두 올린 후 뜨거운 육수로 낙지가 조용해질 때까지 지키고 서서 감시를 해야 함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 조금이라도 방심을 할라치면 냄비 밖으로 삐져나와 온 식탁을 요란하게 휘젓고 만다. 센 불에 10여분 정도 끓이면 맛있는 전골이 완성된다. 매콤한 전골육수에 오돌오돌거리는 낙지. 거기에 신선한 낙지와 야채가 쫄면서 맛을 내기때문에 국물까지 시원하다. 어느정도 익혀졌다 싶으면 낙지를 가장 먼저 먹은 후 양념이 알맞게 배인 갖가지 야채와 버섯을 먹는다. 보기에 징그럽다는 이유로 낙지 머리를 먹지 않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먹어두는게 좋다. 어느 부위보다도 스테미너 ‘짱’이 머리 부위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 머리는 가능하다면 자르지 않고 통째로 먹는 것이 좋으며, 자칫 머리속에 들어있는 먹통을 터뜨렸다면 입가의 먹물 쯤은 감수해야 할 듯. 진정한 낙지 마니아라면 먹물 맛이 오히려 맛있다는 평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남아있는 매콤한 전골 육수는 밥을 넣고 비벼먹으면 좋다. 어찌됐건, 낙지전골을 먹을 때 기본적으로 명심해야 할 점은 ‘매운 맛을 즐기기 보다는 낙지 자체의 맛을 음미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낙지와 함께 이곳에서 메인요리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전복을 이용한 요리. 낙지로 할 수 있는 요리법을 모조리 전복에 이용하려 한다. 그중 특히 매콤하게 요리되는 전복철판과 점심시간 손님들이 많이 찾는 전복죽은 어느식당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낙지전골은 2∼3인이 먹을 수 있는 중(中) 크기가 3만원, 4∼5인이 먹을 수 있는 대(大) 크기가 4만원에 판매된다. 전복죽은 1만원. (예약문의, 682-9918)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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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