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라고 하기엔 조금은 이른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의 반항과 적대감에 안절부절못하던 부모는 “조금 기다려 주자”와 “언제까지고 기다리다 더 엇나가면 그때는 어떡하냐”는 의견이 엇갈려 급기야 부부싸움을 하고야 말았다. 화면 속 부부의 모습에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가정이 따라붙었다. 선뜻 둘 중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 대화를 거부하는 아이를 기다려야 할 것만 같았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고민 끝에 내린 답을 가지고 잠
최근 대학가에서는 Chat-GPT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그 논쟁의 중심에는 Chat-GPT의 놀라운 기능에 대한 찬사와 찬양, 표절 및 대필에 악용할 가능성,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등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AI)의 발달은 기술적 차원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AI는 자본과 노동에 이어 새로운 생산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의료격차 등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앞으로 원격진료, 비대면 서비스,
현재는 과거의 성적표 같은 것으로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결과가 현재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대량생산체제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비의 증가로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재난 수준의 악기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정해진 수순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지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현재 인류는 그 어느 시대에도 꿈꾸지 못했던 많은 업적을 달성하고 있다. 우주를 탐사하고, 원자를 쪼개 에너지를 만들고, AI(인공지능) 기술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
고향 입구에는 당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긴 세월 마을에서 일어난 갖가지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이테에 기록하고 있을 것 같은 우람한 당산나무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일이 궁금했을까? 언제부터인가 땅 밑으로 뻗어야할 뿌리 중 몇 가닥이 땅 위로 당당하게 올라오는 게 보였다. 제법 굵게 자란 뿌리는 신기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비바람에 씻겨 미끈해진 뿌리는 누구라도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 역할까지 톡톡히 해냈다.당산나무 바로 옆에는 주인이 떠난 허름한 빈집이 있었는데, 몇 년 전 젊은 도시 사람이 그 집을 사들여 창고를 지
광주 도심 스카이라인을 단조롭게 하고, 장벽화된, 그리고 주변에 위압적인 초고층 아파트가 부동산 가격상승과 더불어 시가지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랐다.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 무등산과 무질서한 도시경관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 많은 고층아파트에 누가 다 들어가 사나? 이제 그만 짓자”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었다. 광주광역시는 이러한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난립을 억제하고자 2021년 단기 처방으로 ‘상업지역 40층, 주거지역 30층 이하’의 건축물 층수 제한을 시행하였다.그런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지난달 21일
작은 창 안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나는 고작 한 문장으로 된 질문을 했을 뿐인데 그에 대한 답변은 잠시의 주저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막힘없이 술술 나온다. 게다가 질문에 성의가 없었다고 보여질 만큼 답변의 양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 속 화면, 태블릿 PC, 휴대전화 할 것 없이 인터넷이 연결되는 어떠한 것에서든지 세상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씩은 회자 되었던 전 세계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새 버전 ‘GPT-4’였다.낙방했던 변호사 시험도
사춘기 시절,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영화가 있었다.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David Helfgott)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샤인’이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데이비드 헬프갓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필자는 그처럼 천재적인 연주자는 아니지만 그가 느끼는 고통과 부담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주인공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애잔하면서도 슬프고 폭풍우 같으면서도 잔잔한 바다 같았다.거대한 블록버스터에 인간의 희노애락을 잘 녹여낸 영화를 본 듯한 이 기분은
코로나(COVID)19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포함하여 경제·사회·환경 등 모든 분야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으며, 그 변화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감염병이 종결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그 변화와 전염병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아직 이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취약한 사회시스템에 높여 있는 지역이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기존 정책구조로 그 변화와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지역개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존 의사결정 절차의 개선을 통한 정책구조의
지구의 평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난 수준의 악기상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0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남부지방의 가뭄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가뭄의 원인으로는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트리플 딥 라니냐’가 지목되고 있다.라니냐 현상은 적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적도 부근 열대 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태양에너지가 유입되는 곳이다. 평소 적도를 따라 무역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있어서 표층의 따뜻한
정월대보름이 지났는데도 펄펄 눈이 내리던 날, 나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다. 어른들은 잠깐 옆 마을에 일 보러 가고, 혼자 집을 지키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점심 무렵 스님 한 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나는 얼른 안방에 붙어있던 광으로 들어가 쌀을 한 바가지 퍼온 후, 마루를 내려가 스님의 바랑에 부어드렸다. 뒤로 몇 발작 물러서 할머니가 했던 것처럼 두 손을 합장하고 인사까지 했다. 스님이 이름과 나이를 물어 대답했더니 “이름값을 하겠구나”라며 인자하게 웃어주었다.그날 밤 할아버지와 할머
이제는 농촌과 중소도시를 유지시키는 최소인구 규모마저 지방에서 붕괴되고 있다. 지역경제 및 정주여건 악화로 인한 지역의 인구유출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지역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수도권 인구는 197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50년간 1천683만 명 증가하였고, 비수도권은 271만 명이 늘어났지만, 호남권은 오히려 125만 명이 줄었다. 수도권의 인구는 2023년 1월 현재 약 2천599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50.54%)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영남권과 호남권은 인구가 최근 20년간 계속해서
하얀 도화지 한가운데에 크고 둥근 지구가 자리를 잡고 보란 듯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아래 단 여섯 글자가 그림을 설명한다. ‘지구가 아파요’.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은 백일장이나 사생대회 등을 통해서 표현했던 막연한 주제가 아닌 현실이 되었음을 알아야 하는 기후 위기는 어쩌면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우리는 경고와 같은 신호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알고도 외면했던 적도 있다. 그저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데에만 급급해 지구가 아픈 이유에 필자를 비롯한 현재의 우리가 가해자라는 사실을 이미
화석연료 문명이 지구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면서 청정에너지 시대로의 전환이 거세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전환의 중심에는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있다. 그런데 ‘2050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어떻게 탄생 되었을까?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195개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협정 (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게 지구온난화 1.5℃ 목표의 과학적 근
일주일 후면 설날이라 평소 은혜를 입었던 어른이나 이웃에게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할까? 내 마음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한다. 나이를 들어 보니 반대로 자식들이나 주변으로부터 선물을 받을 때는 나도 모르게 보낸 사람의 깊은 마음까지 헤아려보곤 하는데, 가끔은 그 뭉클함에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었다. 이렇게 눈물이 흔해진 것은 아마도 코로나19 이후에 세상 돌아가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까운 탓이라 여겨진다.얼마 전의 일이었다. 작은 상자가 도착해서 열어보니 G가 보내준 선물이었다. 잘 말려서 차로 끓이기 좋게
2022년은 코로나의 대항마, 백신의 대중화로 어두웠던 긴 터널에 밝은 희망을 보여주는 해였다.마스크로 인해 서로 눈인사만 하던 우리는 다시 얼굴을 보며 인사하기 시작했고, 많은 나라들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힘들 것만 같았던 여행도 자유로이 가능해지면서 한산했던 공항도 다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2월에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은 코로나에 지쳐 있던 국민들 마음에 희망과 열정을 불어넣어주었으며, 12월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이뤄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또한
2023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시간의 변곡점에 맞춰 새로운 무언가를 다짐하고 기약하는 일은 오래된 관습이다. 생애 첫 번째 생일 돌잔치 때 여러 물건 가운데 하나를 잡게 하여 미래의 직업을 결정짓는 것은 가혹할 정도로 운명적이지만, 걸음마를 이제 막 시작한 어린아이에게 주는 새로움의 선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스무 살 언저리 성인이 될 무렵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일은 동서고금을 관철하는 중요한 생애 의례 가운데 하나이다. 60갑자를 마치고 새로운 주기를 맞이할 때 환갑잔치를 하거나, 70세나 80세에 칠순·팔순잔치를 하는 것도
며칠 전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반가운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전화기 저편에서 “요즘에도 많이 바쁘세요?”라는 한 문장이 필자의 귓가를 맴돌았다. ‘요즘에도? 내가 예전에도 이렇게 바빴었나…’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그 지인에게 필자는 ‘늘 바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혹여나 바쁘다는 이유로 그 지인과의 약속을 놓쳤다거나 모르는 사이 서운하게 했던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기억의 회로를 되감아 보느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재빨리 “아뇨~ 적당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전 지구 5대륙을 순회하면서 매년 개최되며, 이번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는 아프리카 대륙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 명이 참석하였다.이번 COP27은 기후변화로 그 피해가 심각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었던 만큼,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을 신설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개도국과 선진국이
삶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활동 제약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고 사회 전반의 이슈로 확장되면서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힘입어 새로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한 후 현재 실행을 위한 전략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란 모든 데이터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서울에 사는 S로부터 김치 선물을 받는다. 당연히 지방에 사는 내가 보내야 할 터인데 거꾸로 매년 받게 되는 선물이다. 살면서 어버이날이나 생일 때, 아이들 또는 이웃에게서 이런저런 선물을 받아보지만 김치 선물 받을 때는 감동이 몇 배로 불어난다. 정과 나눔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고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스며있기 때문이다.그녀는 김장철만 되면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무작정 김치를 담근다고 한다. 평생 어머니가 담가주는 김치를 먹어보지 못한 그녀이기에 김치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이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