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앙은 법가의 계통을 잇는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다. 위(衛)나라 왕의 서자로 태어났으나 출세를 위해 진(秦)나라로 건너가 등용되었다.늘 준법을 강조했던 그는 진나라 왕 효공의 신임을 받아 법령과 제도를 개혁하고 부국강병을 꾀했다.이때 상앙이 만든 법은 엄벌주의와 연좌제, 밀고의 장려, 신상필벌(信賞必罰) 등 가혹한 법률 지상주의가 뼈대였다. 모든 사항을 법으로 세밀히 규정하여 백성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르기까지 법률의 지배를 받게 했다. 그가 제정한 법에는 부자(父子)와 형제가 한방에서 기거하는 것마저 금지했는데, 나라에 대한 불평
돌발상황은 없다. 지난 3월 보성서 막을 연 전남도의 ‘도민과의 대화’는 순항 중이다. 도내 22개시·군 중 10곳서 행사가 치러졌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도민과 더 가까이, 행복한 만남’을 내걸고 도민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김 지사가 가는 곳마다 환대 일색이다. 김 지사는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 지역특산물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서 ‘세일즈맨’을 자처하기도 한다. 행사장 앞에 해당 지역특산물이 전시됐기 때문이다.그는 주민들과 나란히 앉아 시·군의 현안을 들으며 행사 시작을 알린다. 이윽고 대형화면 앞으로 나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도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너 따위가 왜 그걸 나에게 물어?무척 거슬린다. 대한민국 엘리트들의 언행이 그렇다. 유독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남의 탓하며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 윗분의 눈치에 길들어지는 그들이, 마치 한쪽 더듬이가 떨어진 개미처럼 보인다.“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마이클 샌덜은 ‘트럼프 현상’의 원인을 엘리트의 오만불손(hubris)에서 찾고 있다. 샌덜은 “미국 역사에서 지금과 같은 오만한 엘리트는 없었고, 공동체에 해를 끼친 적이 없었다”고 했다.우리나라는 어떤가. 국가안보실 한 관료의 태
2015년 5월, 내리쬐는 햇볕마저 강렬한 초여름이었다. 물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 예술의 도시 베니스가 나에게 왔다.운이 좋게도 필자에게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예술에 대한 좁은 식견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회고한다.베니스 비엔날레를 접하기 전, 현대미술은 모호한 해석이 난무하는 일종의 기호학과 같았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한 탓에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생각도, 광주폴리에 대한 시각도 상당히 편협했다. 뿌리는 광주지만 시민들에게 공감받지 못하고 대중성을 갖지
올해 개항 16년을 맞은 무안국제공항을 국제공항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공항 유일의 ‘커퓨타임(야간 이착륙 금지)’ 없이 24시간 내내 이착륙 가능한 공항임에도 ‘불 꺼진 동네공항’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무안공항은 개항하자마자 서남권의 허브공항으로 꿈에 부풀었다. 2007년 11월 8일 개항식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무안국제공항은 서남해안 발전의 견인차 역할과 함께 광주·전남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김해공항과 더불어 대한민국 항공 물류 산업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될
애들아, 올해의 5월은 정말 유난히도 푸르구나. 갈수록 더위가 빨라지는 기후가 걱정이긴 하지만, 날마다 싱그럽고 꽃이 피는 5월은 누구에게나 희망의 계절이란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겠지?.오늘은 날마다 쑥쑥 커가는 예쁘고 씩씩한 너희들에게 꼭 들려줘야할 얘기가 있어 몇 자 적는다.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깊어지면서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수 십 년간 피와 땀으로 세운 민주화와 인권, 정의와 평화, 민생과 복지라는 가치가 무너져 내린다는 아우성이 계속되는 이 엄중한 시국에
특권폐지국민운동 호남총궐기대회가 어제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호남이여! 일어서라!’는 주제로 열렸다. 대회장에서는 호남의 특권세력으로 행정과 의회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학생운동 경력 및 5·18 팔이로 정치를 하고 있는 586세력, 광주시민 모두가 계승해나가야 할 5·18을 사유화하고 독점하려는 5·18독점세력에게 경종을 주는 작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참석한 시민들은 호남의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이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옳음에는 지지를, 그름에는 비판의 칼날을 세우며 살아가고 있는 의기로운 민초들이었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5·18정신 헌법…‘그 입 다물라!’묻지 않았다. 이때가 되면 왜 눈이 벌게지는지! 그게 암울한 시대 함께 한 자의 배려라 생각한다. 이렇게 올해도 광주에 5월이 왔다. 1960년 전후 태어난 또래들은 박정희 정권 말기에 대학에 들어갔고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에 사회에 나왔다. 그들의 학창 시절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밖에서 시국을 논하는 시간이 많았다.직장에 들어갔어도 설렘보다는 정권의 탄압에 맞서 분노하는 일이 잦았고 최루가스를 몸에 묻히고 집에 들어가는 날이 다반사였다. 메케한 냄새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중심에 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탈당 및 상임고문 사퇴 선언 후 24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부터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교수 자격으로 프랑스에 머물렀던 송 전 대표가 당초 예정된 7월보다 앞당겨 귀국한 것은 당 안팎의 거센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됐으나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조기 귀국 요구를 거부했던 그가 끝내 백기를 든 모양새다. 송 전 대표도 ‘단말마(목숨이 끊어질 때의 고통)의 4월’을 보내고 있는 당을 외면할 수 없었을
전남대학교 기술지주회사에 접대비를 유흥비로 탕진해도 아무런 법적·행정적 처벌을 할 수 없는 면벌부를 줬다. 국민의 세금이 엄연히 국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회사라는 이유로 기술지주회사의 모럴헤저드를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 덩어리이고 법의 맹점을 이용한 교묘한 기망행위를 눈감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남대기술지주회사가 3년간 수천만 원대의 접대비를 유흥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광주경찰청은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법적 민간회사인 만큼 자체 수익으로 회계 비용을
중인이었지만 정2품 자헌대부(資憲大夫) 지중추(知中樞)까지 올랐던 조선후기 한양갑부 김근행은 오랜 세월 권력자들 곁에서 살다간 관록 있는 역관(통역관)이었다. 그가 늙어 병들어 눕자 젊은 역관 한명이 죽을 때까지 받들어 지켜야할 가르침을 청했다.그가 말했다. “틀림없이 망하고 말 집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하네. 잘못되면 연루되어 큰 재앙을 입고야 말지”.“필패지가(必敗之家)를 어찌 알아봅니까?” “내가 오래 살며 수많은 권력자들의 흥망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지. 몇 가지 예를 들겠네. 첫째,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말 만들
"한국이 어쩌다 파워하우스(powerhouse)가 됐지?"미국에서 다닌 중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알프레도는 최근 전화 통화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근래 국제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는 K-팝(Pop), K-뷰티(Beauty), K-드라마(Drama), K-푸드(Food)를 접하고, 곰곰이 생각해봤던 모양이다.‘코리아 파워하우스?’ 이 질문에 내가 웃었는지, 침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20년 전 즈음, 공연계 어른이셨던 어떤 분이 미국 시장을 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은 5000년의 역사가 있고 거긴 300년밖에 안 됐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4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이자 역대 최대 의석 차의 여소야대 국회가 어떻게 변할지 결정되는 무대다. 이런 만큼 여야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에 관심이 크다.‘국회는 선거일 전 1년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24조의2를 이미 짓밟은 국회는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전원위원회를 열고 있다. 전원위는 특정사안에 대해 국회의원 전원의 의견을 듣는 기구로, 토론 참여 의원 수는 정당별 의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우황을 꺼내는데 굴착기가 필요한가?그대는 멘토(mentor)가 있는 삶을 사는가! 도움을 주는 사람 말이다. SNS가 스승인 시대에 ‘무슨 뒤떨어진 질문이냐’고 하면 대화는 여기서 끝이다. 다만, 로봇이나 컴퓨터가 존경의 대상은 아니기에 이야기를 잇고자 한다.그리스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서면서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봐 주도록 친구에게 부탁한다. 훗날 이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게 되는데 이때부터 사람들은 본받을 만한 지도자나 조언자를 ‘멘토’라고 불렀다. 아이를 돌봐 준 이의 이름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사람이오, 일본 사람이오? 일본을 위해서 살아요? 우리 한국 위해서 살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 귀국하던 날 뉴스를 보다 양금덕 할머니가 절규하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TV를 꺼버렸다.“일제강점기, 일장기에 대한 경례 방식은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일장기가 ‘천황폐하를 몸 받은 신물(神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방 후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의 표상인 국기에 절하는 것은 상점 주인이 간판을 보고 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여론이 일자, 이승만 정권은 국기를 향해 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많은 과제를 남기고 끝났다. 광주 18명, 전남 182명 등 전국 농·수·축·산림조합장 1천346명이 선출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조합장 배지를 거머쥔 당선인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신 후보자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이번 조합장선거도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열기가 뜨거웠다. 조합원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 상대적인 관심은 덜했지만 광주는 평균 2.7대 1, 전남은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득표전이 치열했다. 투표율도 광주 82.6%, 전남 80
제라늄이 베란다에서 핑크빛 꽃을 피웠다. 튤립도 파란 얼굴을 내밀어 주위를 살핀다. 봄이다. 봄볕에 식물들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꽃이 있는 아침,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가! 봄은 이렇게 우리에게 꽃을 보내 설렘을 선물하고 있다.도종환 시인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다. 식물은 매서운 비바람을 버텨 꽃을 피우기까지 만반의 채비를 한다. 생존에 필요한 물과 햇볕을 어떻게 확보할지 궁리하고 봄이 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계산한다. 그래서 식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도 바쁘다.요즘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재외동포(在外同胞)는 국외에 거주하는 한민족 동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청(동포청) 설립은 숙원이었다. 전 세계 한인회 등 한인 단체들은 재외동포 정책 수립과 권익 신장을 위한 정부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모국 정부에 줄기찬 건의를 해왔다. 18·19대 대선에서 후보들마다 설립을 약속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야 뜻이 이뤄지게 됐다.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하는 동포청 탄생이 눈앞이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동포청 신설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
‘5·18역사왜곡처벌법’은 실패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법이 개정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43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튀어나와 염장을 지르는 현상과 똑같다.원인은 간단하다. 당초 개정안이 발의됐을 땐 ‘역사왜곡처벌법’이었지만, 처벌 구성 요건 중 왜곡은 빠지고 ‘허위사실 유포’만 남았기 때문이다.5·18민주화운동법 제8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1항은 “5·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크게 네 개로 나누고 복수안을 추리기로 했다. 네 가지 안은 21대 총선 전 시행했던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21대 총선 방식인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시지역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의석도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는 ‘전면적 비례대표제’이다.이런 가운데 야권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축소·유지하되 지역구 의원(현 253명)은 줄이고 비례대표(현 47명)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잇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