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조대감은 고개를 들어 윤처사를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윤처사가 잠시 후 조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범을 잡으려거든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범이라! 범을 잡으려거든 산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너무도 평범한 질문에 조대감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그렇다면 고래를 잡으려거든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허허! 그야 바다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조대감이 싱겁다는 듯 말했다.“그렇지! 조대감이 나를 찾아와 아이 교육을 부탁한다는 것은 번지수가 틀린 것이라네! 나야 본시 가진 재주도 없고, 세상에
조대감은 윤처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그러냐? 하고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으음! 나도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네! 식색지성(食色之性)에 깊이 빠져 사는 하찮은 백성들이야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말이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후일(後日) 개오(開悟)했다네”윤처사가 조대감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그, 그래?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조대감이 놀란 눈빛으로 윤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오탁악세(五濁惡世)한 이 세상을 살아보니, 뛰어난 자는 어리석은 자를 감쪽같이 속여 넘길 만큼 너무나도 뛰어나고, 어리석은 자는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이 사람아! 어찌 자네를 친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를 그만 우롱(愚弄)하시게!”조대감은 그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하하하하하! 어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어린아이 같이 다툰단 말인가? 그만두세나!”윤처사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윤처사! 자네가 나를 너무 욕심쟁이로만 내몰아가니깐 내 나도 모르게 화가 난 것일세!”조대감은 ‘아차!’ 하고 후회를 하며 얼른 말을 돌렸다. 여기 온 목적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또 그르쳐지고 말 것이 아닌가! 아무리 조롱을 당하더라도 참아야 할 것이 아니던가!“
“참으로 훌륭한 사람들일세!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아버지의 지혜(智慧)로운 가르침이 아닌가!”조대감이 감탄(感歎)한 듯 입을 쩍 벌리고 말했다.윤처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조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조대감! 이 사람아!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부모나 자식의 인연(因緣)으로 오는 사람도 똑같이 완벽(完璧)할 수가 없다네! 조대감, 아들 옥동이를 항상 학문(學問)에 열중(熱中)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고 불평(不平)하는 것 같은데, 그리 생각할 것이 아닐세!”“으음! 그건 모르는 말일세! 내 속이 매일 시꺼멓게 탄다네!”조대
조대감은 윤처사가 어느새 그런 경지를 넘나들고 있었나 싶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허허허! 왜 그리 놀라는가? 인생이란 다 꿈을 꾸며 사는 것이 아닌가?”윤처사가 말했다.“으음! 그 그렇긴 그렇네만!…….”조대감이 말끝을 흐렸다.“며칠 전, 어느 먼 소성국(小星國)에 가서 들은 이야기인데, 거기에서는 딸이 결혼(結婚)할 사내가 정해지면 그의 아버지가 딸을 데리고 잘 익은 사과밭으로 간다네. 그 사과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를 골라 따오라고 시키는데 단, 조건(條件)이 있다네. 한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조대감은 궁금증이 일어, 더는 참지 못하고 방문 고리를 거머쥐어 잡고 슬그머니 앞으로 잡아당겼다. 윤처사가 과연 방에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밖에서 사람이 불러도 몰랐으니 혹여 깊은 잠에라도 든 것일까? 조대감이 열린 문으로 방안을 들여다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거기 방안에 윤처사가 꼿꼿이 좌선(坐禪)을 틀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삼매경(冥想三昧境)에 깊이 빠져든 듯 보였다. 분명 윤처사는 윤처사인데 저것은 어쩌면 몸만 앉아있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퍼뜩 조대감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그렇다면 저 말 안 듣는 옥동을 둔 조대감은 허적의 길을 가야 하는가? 아니면 이대감의 길을 가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조대감은 차마 이대감의 길은 절대로 갈 수가 없었다. 물론 조대감이 관직에 있을 때 적잖게 원한을 산 백성들도 많았겠지만 원한을 품고 죽은 아전의 환생이 저 아들이라고 이대감처럼 저 옥동을 알아볼 재간도 없는 데다가 비록 먼 후일 몰락(沒落)의 길을 명약관화(明若觀火) 가게 될지라도 조대감 또한 허적의 길을 갈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더구나 옥동은 지금 조씨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할 눈에 넣어
“내가 한시도 이 방을 떠난 적 없이 부인 곁을 지키고 앉아있었다고 한다면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아! 아니! 대감! 그런 기이(奇異)한 일이 있을 수나 있겠나요?”부인이 의아한 눈빛으로 이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몸은 깊은 산중암자(山中庵子)에 있었으나 내 영혼(靈魂)은 여기 이 방에 항상 부인과 함께 있었소이다!”이대감이 조용히 말했다. 이대감이 암자에서 좌선삼매경(坐禪三昧經)에 들어 스르르 몸을 벗고 유체이탈(遺體離脫)이라도 하여 집으로 가서 방에 있는 부인 곁에 앉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지키고 앉아있었단 말인가?알다
“도도 도련님께서 너너 너무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차차 차마 이이 입에 다다 담을 수가……”여종이 몸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괜찮다! 무슨 말을 하여도 내 다 용서(容恕)해 주겠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들은 그대로 말하라!”이대감이 여종을 타이르며 말했다.“그래, 어서 자세하게 말해 보거라!”옆에 앉아있던 부인이 여종에게 말했다. 여종이 이대감과 부인의 눈치를 살피고 나서 안심(安心)이 되는 듯 이윽고 입을 열었다.“예예! 마, 마님! 다 다름이 아니라……도도 도련님이 돌아가신 그날 마님이 밖으로 나가시자 몸이 아픈 도련님이 잠시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이대감이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집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여종이 무엇을 안다고 그러시나요? 대감께서 진정(眞正) 실성(失性)하셨는가 봅니다!”부인이 이대감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으음! 여종을 불러오면 내가 실성을 했는지 안 했는지 부인께서 알 수 있을 것이 아닙니까? 어서 불러오시오?”이대감이 강한 어조(語調)로 조급(躁急)하게 다그쳤다.부인이 이대감의 성화(性火)에 못 이겨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여종을 데리고 들어왔다. 부인 옆에서 잔일을 거드는 열댓 살의 어린 여종이었다
“대감! 그 아전이 곤장을 맞다가 죽은 일과 죽은 우리 아이와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요?”잠자코 듣고 있던 부인이 의문(疑問) 서린 눈빛으로 이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어흠! 그것이 다름이 아니라……”이대감이 말을 하려다 말고 길게 한숨을 쉬며 잠시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무슨 말씀인가요? 어서 말씀하시지요?”부인이 다그쳤다.“부인과의 사이에 아이가 없었는데 갑자기 아이를 갖게 되자 한편으로는 매우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막상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은 날 그 아이 얼굴을 보는데 그 아이가 나를 쏘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이대감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호령했다. 이방이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대감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대감은 이방에게 일러 저 아전을 잘 감시(監視)하여 보고(報告)하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방과 아전이 서로 짜고 악행(惡行)을 저지르는지 또 다른 사령을 일러 관찰하게 하였고 그 전체를 이대감은 세심(細心)하게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었다.“예이! 사또 나리!”형리가 대답하고는 곤장을 하늘 높이 치켜들더니 아전의 엉덩이를 향해 사납게 내리쳤다. 그렇게 대여섯 차
본시 사람이라면 잘못을 지적하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려 드는 것인데, 절대로 잘못 한 것이 없다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노려보며 대들다니 이대감은 도무지 개전의사(改悛意思)가 전혀 없는 회복불가능(回復不可能)한 그야말로 인간악귀(人間惡鬼)를 보는 것만 같았던 것이었다.“네 이놈! 백성의 고혈을 빨아 사람이 죽었거늘 잘못한 죄를 실토하고 뉘우치며 용서(容恕)를 구해야 하거늘 잘했다고 눈을 치켜뜨고 대들다니! 정녕! 네 놈이 사람이 아니로구나!”이대감이 아전을 노려보며 호통(號筒)을 쳤다.“사또 나리! 곤장을 때려 없는 죄(罪)를 만들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아전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형리들에게 붙들려 형틀에 묶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내 이미 지난번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엄중경고(嚴重警告) 하였거늘 직무망각(職務忘却)하고 주제넘게 가난한 백성의 고혈(膏血)을 빨았단 말이더냐! 진실을 말할 때까지 매우 쳐라!”이대감이 아전을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며 소리쳤다.“아! 아이구! 죄 없는 사람을 잡으면 아니 되옵니다! 사또 나리!”형틀에 묶인 아전이 이대감에게 소리쳤다.“듣기 싫다! 어서 쳐라!”이대감이 형리들에게 호령했다.“예! 사또 나리!”곤장을
이대감이 늙은 농부부부(農夫夫婦)를 바라보며 말했다.“아! 아이고! 사또 나리! 가 감사하옵니다!”늙은 농부부부가 땅에 엎드려 말했다. 이대감은 지난번 아전에게 경고를 엄중경고(嚴重警告)를 한 후 과연 모든 것이 올바르게 시행(施行)하고 있는가를 유심히 관찰해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세과중(租稅過重)으로 남편이 죽었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여인의 말을 듣고는 아전 박거담의 소행임을 이대감은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그렇다고 무작정 짐작만을 가지고 아전을 닦달할 수가 없어서 증인(證人)의 확실한 진술(陳述)이 필요했
할아버지가 형리들이 달려들어 할머니를 붙잡아 가려는 것을 막무가내로 막아서며 소리쳤다.“좋다! 저 늙은이가 저 죽을 줄을 잘 알고 있구나! 죽을 날이 눈앞에 다가온 늙은이들이 더 살아보겠다고 인정머리 없이 굴다니! 여봐라! 그 할망구는 그만두고 늙은 놈을 붙잡아 형틀에 묶고 곤장 예순을 인정사정 보아주지 말고 매우 쳐라!”이대감이 형리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형리들이 할머니를 붙잡았던 손을 놓고는 이제 할아버지를 붙잡으려 달려들었다.“아! 아이구! 사또 나리! 우리 늙은 영감을 살려주십시오! 제가 진실을 다 말씀해 드리겠습니다!”할머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도대체 저 문서에 무엇이 적혀 있는 것일까? 허리가 낫처럼 푹 구부러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늙은 할머니를 묶어 곤장(棍杖)을 서른이나 때리라니! 이 무슨 영문인가? 동헌 마당에 서 있는 사람들이 그게 사실인가? 하고 확인이라도 하듯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제히 이대감을 바라보았다.“이놈들아! 내 말 안 들었느냐? 어서! 저 할망구에게 곤장 서른을 쳐라!”이대감이 눈을 부릅뜨고 어안(魚眼)이 벙벙한 채로 엉거주춤 서 있는 형리(刑吏)들을 보고 다시 사납게 호령했다. 아마도 이대감은 분명 저 할망구를 오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동헌 마당에는 이대감의 명령(命令)에 따라 벌써 곤장을 치려고 형틀이 차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건장한 형리(刑吏)들이 여럿 대기하고 서 있었던 것이었다.“이방은 말하라! 저 여인이 말하는 지난해 버드내 마을의 맹기 어미 이야기가 무엇이냐?”이대감이 이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대감은 올해 초에 이곳으로 신관(新官) 사또로 부임(赴任)해 왔기에 그 사건진상(事件眞相)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예! 사또 나리!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 가을 세곡(稅穀)을 거두어들일 때 그 맹기 어미란 여인이 세곡을
이대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노파부부를 바라보고 말했다.“듣거라! 그대 노인(老人)들은 저 여인이 사는 달아실 마을 집 옆에 사는 것이 맞느냐?”“아! 예! 사또 나리! 마! 맞습니다요!”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고개를 수그리고 말했다.“그대들은 지난 가을 조세를 거둬들일 때 저 여인이 얼마를 냈는지 보았느냐?”이대감이 말했다.“아! 그그그……그그 글쎄요?”할아버지가 말을 하려다 말고 슬그머니 아전의 눈치를 번개처럼 살피는 것이었다. 아전은 할아버지를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듯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가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소,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여인이 아전을 노려보며 바들바들 온몸을 떨며 사납게 소리쳤다.“어라! 추수한 곡식을 어디로 다 빼돌리고 저년이 아주 거짓을 말하기로 작정을 한 것이로구나! 사또 나리! 저년이 말하는 것은 전부 거짓이오니 벌을 내려주시옵소서!”아전이 소리쳐 말하면서 이대감을 바라보고 고개를 수그리는 것이었다.“아! 아니옵니다! 사또 나리! 저 아전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천벌을 받으려고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저, 아전이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 사또 나리! 제 말이 거짓이라면 당장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