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래된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반가운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전화기 저편에서 “요즘에도 많이 바쁘세요?”라는 한 문장이 필자의 귓가를 맴돌았다. ‘요즘에도? 내가 예전에도 이렇게 바빴었나…’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상이다. 하지만 그 지인에게 필자는 ‘늘 바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혹여나 바쁘다는 이유로 그 지인과의 약속을 놓쳤다거나 모르는 사이 서운하게 했던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닌지 기억의 회로를 되감아 보느라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재빨리 “아뇨~ 적당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는 전 지구 5대륙을 순회하면서 매년 개최되며, 이번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는 아프리카 대륙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이번 총회에는 198개 당사국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에서 3만여 명이 참석하였다.이번 COP27은 기후변화로 그 피해가 심각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최되었던 만큼, 기후위기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기금을 신설하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개도국과 선진국이
삶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시대이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모든 부분에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면활동 제약으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고 사회 전반의 이슈로 확장되면서 그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힘입어 새로운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한 후 현재 실행을 위한 전략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란 모든 데이터가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서울에 사는 S로부터 김치 선물을 받는다. 당연히 지방에 사는 내가 보내야 할 터인데 거꾸로 매년 받게 되는 선물이다. 살면서 어버이날이나 생일 때, 아이들 또는 이웃에게서 이런저런 선물을 받아보지만 김치 선물 받을 때는 감동이 몇 배로 불어난다. 정과 나눔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고 그 밑바닥에는 어머니의 사랑이 스며있기 때문이다.그녀는 김장철만 되면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무작정 김치를 담근다고 한다. 평생 어머니가 담가주는 김치를 먹어보지 못한 그녀이기에 김치에 대한 남다른 애틋함이 묻어있다.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전래동화가 있다. 옛날 어느 동네에 살림 잘 하는 처녀가 한 명 살았다. 하루는 부뚜막에서 밥을 푸고 있는데 조그만 두꺼비 한 마리가 와서 앉았다. 밥을 푸는 김에 한 숟갈 떠주니 날름 집어먹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자 두꺼비는 강아지만큼 자랐다. 처녀가 사는 마을에서는 뒷산 성황당의 ‘지네신’에게 해마다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 처녀가 제물로 뽑혔다. 처녀가 집에서 출발하려는데 두꺼비가 처녀의 치마자락을 물고 떨어지지 않았다. “나 없으면 밥 얻어먹기 힘드니까 따라 가려는구나”하고
10월 31일이 되면 핼러윈 코스튬을 한 아이들이 캔디와 초콜릿을 받기위해 동네를 돌아다닌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라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른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 놓는다. 매년 그랬듯 올해도 필자는 초콜릿과 캔디를 잔뜩 준비해 놓았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은 다른 핼러윈과는 전혀 달랐다.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었다.특이한 복장을 하고 파티와 축제를 하는 날, 호박에 장식을 하고 캔디와 초콜릿을 받는 날로 인식 된
지난 2일 열린 ‘광주 미래 도시와 미래차 산업 정책토론회’(광주전남발전정책포럼)에서 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 이전에 관한 주제로 전문가들의 열띤 논의가 있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정주영 광주테크노파크 책임연구원은 “광주 자동차산업은 3대 지역 주력산업으로 최근 5년 평균 출하액 기준 점유 비중이 43.9%에 달한다. 하지만 부품공장과 완성차 공장이 광주 전역에 흩어져 있어 생산효율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분산배치로 인한 물류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공장과 기아 오토랜드광주를 한자리에 모아
갑자기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출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어깨가 한껏 움츠러졌다. 언제 가을이 왔느냐 싶게 성큼 다가온 겨울이 반갑기보다는 유독 짧아서 더 아쉬운 가을이 조금은 길게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요즘이다.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11월 일정을 확인하니 그새 올해 달력도 두 장밖에 남질 않았다. 늘 이맘때쯤이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고, 올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을 더듬느라 괜히 넘겨진 달력들을 들추어 보게 된다. 빼곡한 일정으로 꽉 찬 어느 달은 어떻게 보냈었는지, 그에 비해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어느 달은
인구 감소, 지역청년의 유출, 지역대학의 위기, 지방소멸까지…. 오늘 지방에서 사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말들이다.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이 돈, 문화, 교육, 일자리를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집어삼키고 있다. 그야말로 지방의 위기다.지역사회의 위기를 인재육성기관인 지역대학을 통해 기회로 만든 사례가 있다. 스웨덴 남쪽 끝에 인구 약 35만의 말뫼(Malmo)라는 항구도시의 이야기다. 20세기 말 말뫼는 세계 최대조선소였던 코쿰스(Kockums) 본사가 있던 곳으로, 그 기업이 말뫼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의 가장 큰 책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외부의 위협이란 무엇일까? 단연코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증폭되는 악기상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2021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11℃ 상승하였다. 이러한 평균 기온의 상승은 그동안 과학자들에 의해 경고되고 예측되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온난화의 속도는 이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
요즈음 카이스트(KAIST) 이광형 총장의 강의를 듣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의 강의 중 “기계일지라도 자기 개체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서다. 본능이란 연습이나 모방 없이도 유전적으로 몸에 지니고 있는 성질일 터인데 만일 자아를 지닌 AI가 가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오면서 염려했던 것들은 대부분 현실로 다가왔음을 경험했기에,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기계인간과 우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영국의 로봇 회사인 엔지니어드 아츠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인 ‘아메카’가 있는데 희노애
추석이 지나고 추분을 앞둔 가을 하늘, 마치 돌을 던지면 쨍그랑 깨질 것 같은 청명함 그 자체이다. 하늘의 모습과 색깔이야 원래 천태만상의 조화를 이루어낸다지만, 유독 우리의 가을 하늘은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도숙어비(稻熟魚肥)의 풍요로움에 걸맞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 불린다. 다소 진부하지만 상당히 오래 지속된 유의미한 관용적 표현이다. 물론 책 읽는 데에 계절이 따로 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 전통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문명을 이룩했을 터이다. 교훈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낮에는 밭 갈고
미국은 한국과 달리 새학기가 9월에 시작된다. 석사를 끝내고 다른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필자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공부와 연습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움직여야 했고 집에서 학교까지 빠른 걸음으로 걷느라 주변을 살펴볼 여유는 없어진 지 오래 였다. 해가 뜨던 뜨지 않던, 바람이 불던 불지 않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빨리 학교에 적응해 나만의 속도를 찾는 게 목표였다.그 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경보하듯 걸어가고 있었다. 유독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인지 바닥에 쌓인 낙엽들이
최근 잇따른 네 번의 금리 상승으로 인해 그동안 주택가격에 쌓였던 거품이 터지면서 전국 주택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선 것 같다. 광주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 관련 연구원과 공공기관에서 조사·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수요, 공급, 그리고 가격측면을 차례차례 집어보고자 한다.먼저 수요측면으로 국토연구원의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6월말 현재 114.2로 상승에서 보합으로 전환하였다. 하지만 타 광역시의 지수가 90대로 상대적으로 광주는 아직도 수요심리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금융연구원의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모든 것에는 아름다움이 있지만,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아니다(공자)”라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과도 서로 통하는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그런 뜻만은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단어는 직감(본능)으로 다른 유사한 것들과 구분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는데, 알아서 ‘탈’이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다섯 살 무렵 필자에게 기억이 처음 시작된 사건이 떠오른다. 비 갠 후 길 위에 떨어진 기름이 햇빛으로 빚어낸 영롱한 오색빛깔을 만난 때였다. ‘보잘 것 없는 곳에 엄청난 것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 어머니에게 말했더니 뭔가
며칠 전, 길을 걸어가는데 쨍한 햇볕이 무색하리만큼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급하게 우산을 꺼내 들었던 적이 있다. 우산으로 상의와 가방, 머리를 가까스로 사수한 채 가던 길을 멈출 수 없어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거센 비에 신발과 하의가 젖을까 옮기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반면에, 맨발로 ‘쪼리’를 신은 채 빗속을 첨벙첨벙 자유롭게 걸어오는 반대편의 학생 무리가 어찌나 편해 보이던지 순간 필자도 눈앞에 보이는 신발가게에 들어갈 뻔했다.집에 돌아와 씻으려고 보니 역시나 발이 퉁퉁 부었다. 혹여나 미끄러질까 발가락에 힘을
교통조건의 변화는 섬의 특성 변화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는 내륙지역의 도로망 같은 기능을 하기에 전천후 해상교통시설의 확보는 물론, 생활 여건의 개선과 지역의 동질성 제고, 섬 규모의 외연적 확대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연결은 섬 주민 생활의 변화뿐 아니라, 관광객 또는 외지인들의 섬 방문을 촉진하여 농수산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섬 지역에서 경험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륙교의 건설 이후,
인류는 2050년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과 함께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는 거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식량안보, 기후난민, 산불, 해수면 상승 등 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2차적인 영향은 지구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하고 있다. 현재 북극 지역의 온난화는 전 세계 평균보다 약 세 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동토에 갇혀있던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는 대기로 누출되고, 이는 온난화를 더욱 빠르게 가속할 것이다.이렇게 기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출근이 늦어 아침을 준비 못 해주는 엄마와 아들 사이에 밥 싸움이 일어났다.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까 마시고 학교에 가라”는 엄마의 말에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눈을 치뜨며 “아침에 밥 차려주는 건 엄마의 의무”라고 따진다. 엄마는 “내가 아침밥 차려주는 사람이냐”고 맞받는다. 이에 아들은 “밥을 안 차려주는 건 엄마의 직무유기”라고 대든다. 엄마 역시 “온종일 밖에서 일하다 보면 얼마나 피곤한지 아느냐”며 아들의 말을 싹둑 자른다. 아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정말 아침밥은 없는 거야?”라고 묻는다. 재미있는 주변 이야기를 모
지난 6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 반 클라이번 피아노 국제 콩쿠르에서 대한민국 18세 임윤찬 군이 우승자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였다. 그는 1962년 이 콩쿠르가 생긴 이래 최연소 우승자였고, 그의 우승은 유럽과 미국에서 교육받은 적이 없는 오직 한국에서 받은 교육으로 얻은 값진 결과였다.콩쿠르에서의 그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기 충분했고 클래식 음악에 어려움을 느끼던 사람들까지도 ‘윤찬앓이’를 시작했다. 그들은 필자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클래식이 대중화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