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대학을 졸업하는 딸에게 결혼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처럼 살라구요?”라는 대답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검색창에 “엄마처럼”을 써넣으면 연관어가 “안살아”와 “살기 싫다“가 뜬다고 한다. 엄마의 희생적 삶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나는 그 길을 따라갈 수 없고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1980년 중반 이후 태어난 MZ세대의 새로운 변화이다.통계청이 올해 2월에 발표한 지난해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잠정 통계를 보면, 작년 한 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 이래
매사추세츠공대(MIT) 소속의 리스트 비주얼아트센터는 MIT미디어랩 건물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이다. 1950년에 미술관이 설립될 때 인문학도서관(헤이든) 옆에 위치했다가 1985년 아이엠 페이(I.M. Pei)가 설계한 미디어랩 건물로 옮겼다. 미술관의 위치가 옮겨진 이유를 지레 짐작케 한다. 미술관이 들어있는 MIT미디어랩은 MIT공대 연구소로 미디어아트와 과학을 융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에서 선보였던, 사람을 연결하는(Human Connectedness) 해비타트(Habitat) 프로젝트는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한숨 섞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긴 딸 아이의 문제로 여간 고민이 깊은 게 아니었다. 평소 집에서 유독 위험하고(높은 곳에 올라가 뛰기, 소파 가장자리에 올라 위태롭게 걷기 등) 과한 활동(지치지 않고 숨을 헐떡일 때까지 뛰기, 20분 이상 낮잠 자기 어려움, 소리를 지르거나 장난감을 내리치는 행동 등)을 보이긴 했지만 유치원에서의 생활은 일일이 알 길이 없는 어머니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설명한 알림장과 담임선생님의 연락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 자기 뜻대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와 더불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과제 중 필자가 눈여겨본 과제는 주민 이동권 증진을 위한 ‘연안여객선 공영제 실시’가 포함된 것이다. 이와 함께, 새 정부의 첫 해양수산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연안여객선 공영제 도입 등을 통해 모든 섬 주민들에게 보편적 해상교통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빠르게 추진될 것만 같았던 사업이 8년이 지난 이제 본격적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기후체제의 합의문 ‘파리협정’을 채택한다. 이 협정의 최종목표는 지구의 평균 기온상승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파리협정에 의해 2021년 출범한 신기후체제는 교토의정서 체제와는 다르게 모든 당사국들에게 자발적으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마련해 2020년 말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하도록
‘햇볕이 따사로운 날, 들판의 온갖 풀꽃들이 해님을 향해 기웃거린다. 아른아른 곁으로 다가간 해님은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어루만지며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준다. “해님, 제 이름도 불러주세요.” 그때 작고 하얀 꽃이 잎을 꼼지락거린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하얀 꽃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해님은 너무 미안해서 슬그머니 소풍 나온 아이들 곁으로 자리를 옮긴다.’ 최근에 출간된 필자의 그림책 ‘이름을 불러주세요’의 첫 시작부분이다.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라도 모두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지니고 살아간
5월은 일 년 중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는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따스하고 정감이 가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5월 5일 어린이날은 필자가 365일 중 유일하게 동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날이며 어릴 적 사진을 꺼내보며 부모님 손을 잡고 놀러 갔던 순간을 추억하는 날이다. 필자에게 어린이날은 프리패스와 같았다. 원하는 바비인형을 가질 수 있었고 좋아하는 놀이동산에 갈 수 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린이날은 그저 쉬는 날 중 하루가 되었지만, 마음만큼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필자는 성인이 된 후에도 어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인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반대시위를 했다. 이때 나온 구호가 “4·15총선은 부정선거다”, “문 대통령은 광주로 가라”였다고 한다. 그들이 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런데 그들은 왜 문 대통령을 ‘광주’로 가라고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을 내쫓고 싶고, 광주는 몹쓸 곳이니 그러하다는 것인가? 문 대통령을 증오하는 별칭 가운데 하나가 ‘문슬림’이다. 가톨릭신자인 그에게 무슬림의 옷을 입혀 혐오(嫌惡)하는 유치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참으로 해괴망측할 뿐이다.일본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복지 정책이 반드시 근대에 들어와 시작된 것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기록은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자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맹도견은 고대 로마 시대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고, 우리네 경우에도 태조 이성계는 즉위교서(1392년)에 장애인을 비롯해 노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구휼과 부역면제 등을 밝혔고, “장애인은 지위를 묻지 말고 우대하여 긍휼하라”는 지시는 이후의 임금들에게도 나타난다.세조실록에 장애 유형별 복지대책과 연산군일기 등을 보면 그렇다. 태조부터 세종까지 네 명의 임금을 모시고 법전 편
3년째 접어들고 있는 코로나19라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이 우리 일상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지치고 힘든 세상살이에 기쁨과 희망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지난 해 10월 정부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 89곳의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여 집중적으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남은 ‘인구감소지역’에 무안군과 5개 시를 제외한 16개 군이 포함돼 지방소멸대응기금과 부처별 국고보조사업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받게 됐다. 전국적으로는 89곳이 지정됐으며,
일주일 사이에 온 세상이 하얗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흡사 눈송이 같기도 하다. 꽃눈인지, 눈꽃인지 모를 그 작은 이파리 하나에 마음이 일렁인다. 창 너머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가볍게 채비했다. 집 근처만 나와도 벚꽃, 목련, 동백, 홍매화가 너나 할 것 없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잠시지만 걱정, 근심은 저절로 사라지고 몰랐던 사실에 개안(開眼)하듯, 감탄만 남았다. ‘아! 봄이구나!’이렇게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홍매화가 봄을 알렸다. 조금은 가벼워진 옷차림과 아침 출근길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착한 나라에 착한 왕이 있었다. 왕은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도 착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왕의 명에 따라 궁전에 있는 물건 중 착하지 않은 것들이 모두 없어졌다. 오래되거나 낡아서 보기 싫은 건 착하지 않다며 모두 나라 밖으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물건들은 물론 사람들도 매일매일 쫓겨나고 버려졌다. 이번에는 꽃이나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와 풀도 착하지 않으니 남김없이 뽑아 버리라고 한다. 신하들은 도대체 착하지 않은 게 뭐냐며 서로 눈치를 보지만 누구도 왕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결국 버리고 버린 끝에 착한
우리는 지금 치열하고 힘든 순간이 가득한 3월을 경험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옆 사람 조차 믿지 못하게 되었고, 산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또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국민에게 큰 힘이 되어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오미크론과 대통령 선거 그리고 강원도 산불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필자로서 매시간 뉴스에 등장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에 관한 뉴스 또한 그냥 지나칠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9위, 세계무역 8위, 국방력 6위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있다. G7과 D10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가히 선진국의 길목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향후 5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앞두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는 각각 다르겠지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잘 살릴 능력 있는 지도자를 뽑고 싶은 마음은 하나일 것이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는 차
국가균형발전에 관한 논의에서 혼선을 초래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정책을 누가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역정책은 지방정부가 주체이며, 중앙정부는 이를 적절히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어떤 한 지역이 중앙정부 재원을 지원받으려면, 잘 사는 지역의 세수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우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발전된 지역과의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지역정책은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지역(지방)’으로 펼치는 정책이다.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균형발전을 국정 과제로 삼는 등 의지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눈
20년 전이다. 컬렉션과 관련한 내용으로 대학원생들의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일한 편지 한 장과 추사 김정희의 서간문이 있다.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가지겠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라는 의미였다. 또 다른 장면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준비하기 위한 국제학술포럼(2013년)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려운 상황을 풀어나가는 지혜는 언제나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너무 많은 콘텐츠 속에서 길을 잃을
필자가 전시회 관람을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주제별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주제에 맞는 조명과 소품, 작품들이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물 흐르듯 공간을 옮겨가는 그 길목에 어느 순간부터 자꾸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많은 작품 뒤로 내 눈길을 끄는 한 분이었다. 나이는 그리 많지 않은 중년의 그 여성분은 허리띠에 각종 청소 도구를 매달고 양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어 쉴 새 없이 비질하고 걸레질했다. 관람자의 동선에 부딪히지 않게 잘 비켜 가면서 계단이며 바닥이며 어찌
무차별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우리 사회는 ‘격리’와 ‘고립’을 마땅히 주어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수차례 반복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속에서 감염병에 의한 후유증보다도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감염병은 다수인이 집합하거나 이용하는 밀집된 지역에서 감영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밀폐·밀집·밀접도가 높은 도심을 떠나 교외로 향하는 행렬이 늘어났고 대도심보다는 교외지역을 선호하게 되었다. 즉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도시에서 인구 밀접도가 낮은 공간과 자
역사적으로 소빙하기(1300년~1850년)가 있었고, 이 시기 사회는 전염병, 추위와 굶주림 등으로 인해 극도로 불안하였다. 이 암울한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14세기부터 시작된 르네상스와 16세기의 종교개혁을 거쳐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이후 기존의 농업 중심 사회는 공산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산업경제사회로 전환되는 이른바 사회·경제적인 대변동의 시기를 겪었다. 당시 대량생산 체계를 위한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했고, 화석연료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최적의 선택이었다.하지만 지난 220여 년 동안 인류에
정치인들이 종종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다거나 다른 정파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일갈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거론하는 것이 ‘헌법정신’ 혹은 ‘헌법적 가치’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나 정책이 반헌법적이거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경우가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통일부 폐지’, ‘최저임금 무용론’ 등등.얼마 전 제1야당 대표가 ‘여가부 폐지’를 들먹거리더니, 그 당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폐지’라는 일곱 글자 화두만 툭 던졌다. 왜, 어떻게도 없이 말이다. 급기야 그 당 소속 국회의원은 “여가부는 반헌법기관이다”는 성립 불가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