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이 처음 이 땅에 상륙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 후반이다. 죽을 때까지 짚신이나 비단신, 가죽신, 나막신 밖에 모르던 민중에게 고무신은 이색적이고 다소 진귀한 물건이었다.고무신을 가장 먼저 신어 본 사람은 일제에 의해 창덕궁에 유폐돼 있던 대한제국의 제2대 황제이자 조선의 제27대 왕인 순종(純宗)이었다. 그가 어떤 경로로 고무신을 구입해 그것도 흰 고무신을 즐겨 신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기대와 달리 고무신은 애초 구두 형태여서 서민들에게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를 개발한 일본에서조차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다
50대 주부에게 광주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걸리는 코스트코 대전점에 왜 쇼핑을 가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상품 종류가 많고 가격이 싸기 때문이란다. 대량으로 생활필수품을 구입하면 기름값과 통행료를 빼고도 남는 장사라고 했다. 대전 인근 가게 주인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떼다가 판다고 곁들였다. 만약 광주나 인근에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대형 할인점이 있으면 왜 대전까지 가겠느냐고 되물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성비 갑을 찾아 쇼핑하는 추세다. 여기에다 광주·전남 최초의 대형 복합쇼핑몰이 광주에 들어서길 원하는 시민들도 60%를 넘
충격은 기억에서 참 오래간다. 어떤 것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되며, 또 잊어버리면 사람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반면에 어떤 일은 빨리 잊어버리라고 한다.그래도 우리는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일제 침략의 역사가 그렇고, 안타까운 죽음 같은 일들은 틀면 나오는 텔레비전 영상처럼 뇌의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작은 충격이라도 받으면 곧잘 나타나고 한다.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잠시 망각하기도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닌가 싶다.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점차 기억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일 폭염에 물가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은 활력을 잃은 채 기진맥진하다.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6.3%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6.8%에 이어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광주·전남은 전국 평균에 비해 높았다. 광주는 6.6%이고, 전남은 이보다 더 높은 7.3%를 기록했다.서민들의 지갑은 그만큼 얇아졌다. ‘월급만 제외하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일상이 돼 버렸다. 통계청과 한국농촌연구원이 발표한 7월 광주·전남 외식물가지수도 8.4%로 뛰어올라 30년만에
1907년 동경제국대학(현 동경대학) 화학과 교수인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는 ‘우마미(旨味)’ 성분인 L-글루탐산나트륨(MSG)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다.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네 가지에 이은 5번째 기본 맛으로 우리 말로‘감칠맛’이다.같은 해 설립된 스즈키 제약사는 1908년 MSG 조미료 제조특허를 따낸 뒤 ‘아지노모도(味の素)’를 다음 해 5월 20일부터 상품으로 내놨다.이 회사는 1910년 식민지 조선의 서울과 부산에도 특약점을 내고 판매를 본격화했다. 비싼 가격에다가 원료가 뱀가루라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처음에는 고전
민선 8기 출범 한 달을 맞는 광주·전남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목민관( 牧民官) 29명의 ‘희망 고문’(希望拷問·거짓된 희망으로 오히려 괴로움을 주는 행위)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 의욕이 넘친 나머지 마치 광주·전남이 천지개벽(天地開闢)할 것처럼 들떠 있다. 지역 발전 청사진을 내놓는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비어 있는 지방 곳간은 안중에도 없다. 장사(사업) 종잣돈을 좀 달라고 애걸복걸할 사람도 찾지 못한 채 텅 빈 곳간이 곧 채워져 벼락부자가 될 환상에 빠져 있다. 요즘 하루 세끼 먹지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묻지 말라. 아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남의 탓을 하면서 시간을 축내기에는 너무나 절박하고 시급하다.한없이 무기력하고 비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하자”. 오늘 먹은 밥값이 가장 싸다고 생각할 만큼 올라가는 밥상물가, 자고 나면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제발 남의 탓 여기서 멈추자”는 이야기다. 단언컨대 우물쭈물하다간 큰일 난다. 우물쭈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렇다. 경유 같은 기름값은 말할 것도 없고 먹고사는 식자재의 경우 최근에 30% 안팎이 올랐다. 적상추는 한 달 사이에 90%가 올랐다. 지난
한국농어촌공사가 최근 언론의 입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진도 둔전지 문제가 일면서다. 둔전지는 취재를 거듭할수록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으나 농어촌공사의 대응이 뜨뜨미지근한 탓이다.농어촌공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농어촌전문 공공기관이다.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저수지 관리를 통해 농어촌에 물을 공급하고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어촌전문 공공기관이다’고 소개하고 있다. 조직은 본사에 사장 이하 5이사, 23처·실과 지방에는 3원, 9지역본부(93개 지사), 안전진단본부, 7사업단을 두고 있으면 직원만도 5
우리나라 배달 음식의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첫 기록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은 조선 후기 실학자 황윤석(1729~1791)의 ‘이재난고’다. 당시 배달 음식은 냉면이었다. 1768년(영조 44년) 7월 일기에서 그는 “과거시험을 본 다음 날 점심에 일행과 함께 냉면을 시켜 먹었다”고 적었다.궁중에서 즐기던 고급 요리인 냉면이 양반층에까지 인기가 높아지면서 배달까지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1814~1888)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순조가 즉위 첫 해인 1800년 군직과 선전관을 불러 달구경을 하다가
장강(중국 양자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고 새 사람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고 했던가…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9일 퇴임식을 갖고 제13대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직원에게 “어, 이 사람아!”라는 말이 가장 큰 지청구일 정도로 훌륭한 인격자이자 존경받는 공직 선배로, 집무실을 떠나 대폿집에선 막걸리 한잔 주고 받으며 속내도 감추지 않을 만큼 소탈하고 솔직했던 이용섭 시장이다.그는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과 4년 만의 리턴 매치에서 패배하면서 광주시청을 떠난다. 광주시장 재선 문턱을 못 넘은 것은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다. 자타가 공인한 ‘일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각오는 돼 있는가?“임계점”이라는 것이 있다.물질의 상태가 변할 때, 그 경계에 있는 현상을 임계라고 하고, 그 경계 지점을 임계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물이 100도에서 기체로 변하는 지점을 말한다.비행기는 활주로에서 비행 속도로(Take off speed)로 전환된 뒤 이륙한다. 비행기의 경우 지상에서 속도를 낸 이후, 몸체가 뜨려는 지점, 이 지점이 임계점이 아닐까 싶다. 만약, 비행 속도로 전환하지 못하면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만다.비행기는 이륙할 때 그 비행에서 가장 무거운 상태를 보인다고
다음달 1일 출범을 앞둔 민선 8기 광주·전남 지자체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약 점검과 함께 새로운 정책 과제 개발에 한창이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지난 7일 ‘새로운 광주시대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한달여간의 공식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8일 인수위 대신 ‘비전·공약위원회’를 만들어 도정 비전 마련에 착수했다.다른 지자체 역시 명칭만 다를 뿐 인수위원회를 설치해 지역별 특성과 당선인 의중이 반영된 아이디어 구상에 열공 중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인수위원회 구성 명단을 두고 선거캠프 보은성이나 과거 전력에
근대 민중들의 삶의 현장인 간이주점 가운데 선술집이라는 것이 있다. 주요 고객은 하급 노동자였다.‘목로(木壚)’라는 나무 탁자를 두고 손님이 서서 마시는 공간으로 어원은 술청 앞에 서서 마시는 술을 이르는 ‘선술’과 ‘집’이 결합된 합성어다. 통기타 가수 이연실이 1980년 초에 불러 크게 인기를 얻은 가요 ‘목로주점’ 이 바로 이 선술집이다.선술집이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무렵 서울(경성)의 명물로 떠올라 점차 인천과 수원, 개성 등 인근 도시로 퍼져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세계
‘무혈입성(無血入城·피를 흘려 싸우지 아니하고 성을 점령하여 들어감)’, ‘유선완박(유권자 선거권 완전 박탈)’, ‘13일간의 식물 후보(공식선거운동 금지)’…. 지난 13일 6·1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면서 이른바 무투표 당선과 당선인을 빗댄 표현들이다.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지방선거 무투표 선거구는 321곳, 후보자는 총 509명이다. 지방선거 역대 최대 규모다. 후보등록 이후 사퇴·등록무효 등의 사유로 무투표 선거구 및 후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무투표 당선인은 특정 정당 독식 구도가 굳건한 지역 중심으
[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가?참 많이도 흘렀다. 한때 우리의 피는 뜨거웠고 정의에 목말랐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지금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간절함과 버금가지 않았을까 싶다. 타는 목마름으로 저항했던 그 시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그랬다.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삶은 죽음이고 죽음은 삶이었다.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뒤 “타는 목마름으로”의 시인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소식에 31년 전 “2만 학우 단결투쟁”을 외치던 박승희 열사가 떠오른다. 기자 초년시절 전남대학교 학생들은 “고 강경대 열사
6·1 지방선거에 나갈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후보들이 확정됐다. 하지만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역대 여느 선거못지 않게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입지자들이‘공천=당선’ 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공천장 따내기에만 올인한 탓이다. 민심보다는 당심에 기대려는 비상식 구도가 몰고 온 현상 그 자체가 이번에도 우리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재현됐다.대통령 선거 패배 직후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위해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시스템 혁신을 통해 공천개혁을 강조하며 민심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
여성으로 짜여진 그룹형 가수를 우리는 걸그룹(Girl Group)이라 부른다. 주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출신은 전세계에 한류바람을 주도하기도 했다.걸그룹의 모태는 1996년에 데뷔해 2001년에 해체한 영국의 5인조 팝그룹 ‘스파이스걸스(Spice Girls)’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기를 누려 팝 역사상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우리나라 걸그룹 역사는 1997년 7월 데뷔한 베이비복스나 같은 해 8월에 데뷔한 디바를 원조로 꼽는다. 아직도 부침 속 수 많은 걸그룹이 스타덤에 오르기 위
6·1지방선거(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광주광역시장과 전남도지사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심장부인 광주·전남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차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 ·변화를 많이 겪어서 다른 세상과 같은 느낌)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든다는 뜻)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광주·전남 선거지형에 상전벽해(桑田碧海·세상이 몰라 볼 정도로 바뀐 것)를 그릴 수 있다는
정치인 이정현 하면 몸배바지를 입고서 자전거를 타고 ‘나홀로 유세’를 펼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비가 오는 날은 비를 맞고 바람 부는 날은 바람을 헤치며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는 수단은 낡은 자전거 한 대였다.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였던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정계를 떠나 은둔하다시피 했었다. 박근혜의 복심으로 한때 왕의 남자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감옥생활과 함께 잊혀져 갔으나 박이 사저로 귀환한 최근
보수정권에서 이어지던 호남 차별이 또 다시 현실화될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과 내각 인선이 잇따라 발표되나 광주·전남 인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호남 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수 없는 공언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윤 당선인측은 ‘능력 위주의 인선이다’는 논리지만 지역인사 소외는 어떤 명분으로든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지역 분위기다. 앞으로 발표될 후임 내각에 발탁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많아야 1∼2명선이어서, ‘구색 맞추기식’ 입각으로 밖에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