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연합】대만에서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중국의 전쟁 위협 속에 18일 실시된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해온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49) 후보가 승리,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집권 시대를 마감하고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에 의한 통일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양안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거위원회는 이날 저녁 천 후보가 497만7천737표로 39.30%를 득표, 466만4천932표(36.84%)를 얻은 무소속 쑹추위(宋楚瑜.59) 후보와 292만5천513표(23.10%)를얻은 국민당 롄잔(連戰.63) 부총통을 누르고 새 총통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세 후보간 치열한 접전 속에 30여만표 차이로 승리한 천 후보는 오는 5월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뒤를 이어 새 총통에 오르게 된다.
천수이볜 당선자의 지지자 수십만명은 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타이베이(臺北)의 천 후보 선거본부 앞에서 “천 수이볜 총통”이라고 외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폭죽을 터뜨렸다.
천 후보는 중국의 잇따른 독립 반대 및 전쟁 불사 위협 발언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심리가 작동한데다 집권 국민당의 분열과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 열망이 겹쳐 당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오전 8시 시작돼 오후 4시 종료된 투표에는 총유권자 1천500만여명중 1천200만여명이 참가, 82.69%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위협을 했던 중국 공산당과 중국정부는 “대만지구의 지도자 선거와 그 결과가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가 없다”고 말하고 천 당선자에 대해 “우리는 그의 말과 행동을 관찰할것”이라고 밝혔다.
당과 정부의 대만 문제 책임 부서들인 당중앙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은 “그가(새 당선자) 양안관계를 이끄는 방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은 가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대만 총통선거에서 천 후보가 당선된 것은 대만 민주주의의 저력과 활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 당선자는 이날 당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홍콩이나 마카오처럼 하나의 국가 속에 다른 체체를 유지하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식에 의한 중국측의 통일방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천 당선자는 “이 나라를 확고하게 지키는 것은 우리의 단순한 과제가 아닌 의무”라면서 “국민 대다수가 일국양제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같은 결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만이 독립을 추진할 경우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중국측의 위협을 의식, 자신은 “항구적인 평화를 유지하려 할 것이며 이같은 결심이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문제의 우호적 해결과 상호협력을 증진시킬 평화협상을 위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나 주룽지(朱鎔基) 총리, 왕다오한(王道涵) 해협양안관계협회장등 중국측 고위 대표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며 자신의 지위에 대한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직접 중국을 방문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천 당선자는 이어 노벨상 수상자인 리웬저(李遠哲) 전(前) 대만 중앙연구원장에게 총리 격인 행정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리 전 원장이 이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당선자는 이에앞서 이날 승리가 확정된 뒤 환호하는 수만 명의 지지자들에게“용감한 대만 국민들이 사랑과 희망으로 두려움과 악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해 투표한 오늘은 대만 역사상 가장 장엄한 순간”이라고 연설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천 당선자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으나 국민당의 50년 집권이 종식된 데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리총통은 자신을 3인칭으로 언급한 성명에서 “리총통은 천수이볜 총통당선자와 뤼수이롄(呂秀蓮.56) 부총통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정부와 군부, 보안당국들에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천 후보는 대만 본토 출신으로 타이베이 시장을 지냈으나 국제무대에서는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 독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이날 선거에서 천 당선자에 밀려 2위를 차지, 낙선한 무소속 쑹추위(宋楚瑜.59)후보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국민당에서 탈당해 총통선거에 출마했던 쑹후보는 이날 낙선이 확정된 뒤 국민당에 복귀하지 않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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