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9일 오후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여야 총재회담을 공식 제의하고, 이 총재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여야 총재회담이 오는 24일 청와대에서 오찬형식으로 열리게 됐다.
4·13 총선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양당구도라는 달라진 정국상황에서 처음 이뤄지는 이번 총재회담에서는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에서부터 민족적 대사인 남북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정국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여권에서 김옥두 민주당 사무총장과 남궁 진 청와대정무수석, 한나라당에서 하순봉 사무총장과 맹형규 비서실장을 실무팀으로 해 회담 의제 등을 놓고 사전조율에 착수했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의제들을 중심으로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 새로운 여야관계 정립
김 대통령은 지난 17일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총선의 민의는 여야 어느 쪽도 승자로 만들지 않고 여야가 협력해 정치를 안정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규정하고 여야가 국정의 파트너로서 상호 존중하고 대화와 협력의 큰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 역시 총선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입장을 누차 피력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이번 회담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실현을 위한포괄적 선언에 합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총재는 과거처럼 여소야대 구도를 깨기위한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 민생현안 및 개혁입법
구제역 파동, 강원도 산불, 증시불안 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국민들의 불안을 조속히 씻어내기 위해서도 함께 협력, 대책을 강구해나간다는다짐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주가폭락 등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당적 협조를 주문하면서 집권 후반기 개혁작업의 지속적 추진만이 나라의 안정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는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인권법과 반부패기본법제정, 선거법 개정 등 개혁입법 추진문제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 총재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 역시 이들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발언에 동감을 표시하고 협조의사를 밝히되 국회의 기능을 존중하고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할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정상회담
김 대통령은 남북분단후 처음 이뤄지는 이번 대화를 여야가 협력해서 초당적으로 성공시켜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당면목표는 베를린 선언에서 제시한 경제협력, 한반도 평화정착, 이산가족 재결합, 남북간 상설기구설치 등이 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도 남북문제는 당사자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유도해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측이 정상회담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국가보안법 폐지, 외세와의 공조 폐기, 친북인사 활동 보장 등이 어떻게 타협됐는지를 따지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 양보불가 ▲상호주의 원칙 고수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경제지원과 대규모 협력 등은 국민과 국회의 동의 필수 등 3가지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관권선거
당내 수도권 낙선자들의 압박에 직면한 이 총재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그간 이 총재는 선거가 매우 혼탁하고 금권·관권이 개입된데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반성과 함께 진실을가리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여권에서는 금권·관권선거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역관권선거’가 보고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불법선거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의지를 다짐할 것으로 예상된다.

◇ 원구성 문제
총선 후 다수당의 발언권과 권리를 찾겠다고 다짐해온 이 총재로서 언급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다. 이 총재가 “국회의장은 국회내 다수당이 맡아야 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조건까지 들이댈 지 아니면 국회기능 존중이라는 원론적 입장표명에 그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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