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전라도 종자’다.
아마 전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은 거의 대부분 이 말을 싫어할 것이다.
과거 특정지역 출신들이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면서 만들어진 지역감정의 부산물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호남인들은 대개 하류층이나 범죄자들로 오랫동안 묘사되면서, 그같은 대접을 받아 왔다.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는데도 그랬다.
최근 뉴스를 들여다보면 애터지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기도 연천의 육군 GP총기난사사건으로 하사관인 부소초장이 구속됐다.
현역복무를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게 왜 애잔한 하사가 책임질 일인가. 힘없어서 그랬나 싶다.
부사관들은 이른바 녹색의 견장도 없다.
지휘권이 없기 때문이다. 전방 GP에 투입됐을때 소초장과 번갈아 가면서 근무를 서야 하기에, 한정된 지휘권을 부여받았겠지만 이번 일 처리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앞선다. 물론 사고수습이 되면 해당 중대장과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군단장에 대한 책임여부가 결정된다고는 하지만 이건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
오죽했으면 그 하사를 석방하라는 1인 시위가 열리고 있겠는가.
또 하나 답답한 일은 드라마 제5공화국을 시청하면서이다.
베일에 싸여진 사건들이 하나둘씩 벗겨지면서 10·26이후 신군부들의 무소불위적인 권력남용 현장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꽉 메인다.
허수아비 대통령, 전두환보다 선임자이면서도 그의 눈치를 보는 군 최고 장성급들, 싸늘히 죽어가는 광주시민들.
비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사실에 근거를 둔 작품이기에 뭔가가 가슴 깊숙이 응어리찬 분노가 느껴진다.
애터지는 일은 또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리오스 퇴출이다.
용병이란 토종과 달리 성적이 좋지 않으면 즉각 퇴출할수 있게 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아 구단은 4년차 에이스 역할을 해온 리오스가 올들어 19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6승 10패에 방어율까지 나빠지자 퇴출을 공시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을 차지할때까지 리오스를 팬들이 한국인 ‘이오수’라고 추켜 세웠던 터이다.
기아 구단은 지난주 초 대구 3연전에서 그의 구질을 보고 퇴출여부를 결정짓겠다고 공식 발표한적 있다.
리오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칠보시’를 지어야만 하는 조식의 심정이 아니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리오스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5회까지 2점으로 막았으나 6회 만루포를 맞고 무너졌다. 구단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후임 용병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 또한 심하다’라고 생각한다.
프로경기에서 성적이 곧 생명인 만큼 언제든지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퇴출 발표전에 후임자 인선까지 마친 것은 상도의상 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나쁜게 리오스만의 책임인가.
이날도 9안타 2볼넷에 겨우 1득점, 잔루가 8개나 됐다. 잔루가 많은 것은 타자들과 감독지휘책임 아닌가.
오죽했으면 서울의 팬들이 잠실구장에 ‘리오스 퇴출 반대한다’고 플래카드를 내걸었겠는가.
이들 팬들은 지난 일요일 광주경기때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실천(?)했다.
퇴출반대 플래카드를 외야에 내걸고, 단장과 면담하기에 이르렀다.
따뜻하고 정이 깊은 광주사람들이 그의 불명예 퇴진에 대한 애뜻하고 안쓰러워 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평가된다.
기아는 주 업종이 자동차제조판매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치중하고 있다.
아름답지 못하게 퇴출한 리오스가 기아차에 대한 이미지는 어떠할까. 아니 이번 퇴출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투영될까.
구단 CEO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oke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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