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모국어

십 여년 전만해도 대학 국문학과는 작가나 시인을 꿈꾸는 문학도들의 높은 관심으로 꽤나 인기 있었다. 그러나 인문학 쇠태의 영향으로 ‘국문과= 굶는과’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일부 지방대학들은 과명(科名)까지 바꾸고 있다. 사례를 보면 관동대가 2년전 국문과를 ‘미디어 국문과’로 개명했다. 학교측은 ‘국문’이란 이름 자체를 완전히 떼낼 것을 요구했지만 전공 교수들의 반대로 ‘미디어’를 붙이는 선에서 절충했다. 경주 위덕대는 지난해 ‘국문’이란 이름을 아예 빼버리고 ‘문화콘텐츠학부’로, 건양대는 ‘문학영상학부’로, 세명대는 ‘미디어 문학부’로 각각 바꿨다. 이처럼 국문과가 수난을 받고 있는데는 ‘고전문학개론’이나 ‘현대문학개론’ 같은 강의만으로는 ‘손님(학생)’을 끌수 없는 사회현상과도 일치한다. 학생들은 더 이상 민담이나 민요, 시, 소설 등과 같은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국문학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사실, 국문과의 ‘된서리’는 지난 1990년대 문예창작과 설립 붐이 일면서 시작됐다. 80년대만해도 중앙대와 서울예대에 불과했던 문창과는 10여년 사이 4년제 대학에만 20여개가 개설됐고, 광주·전남지역만도 조선대를 비롯 광주대, 순천대 등 세 곳에 이른다.
얼마 전, 국내 대그룹 인사담당자가 토로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신입사원들의 성적을 분석해 보면 영어는 만점에 가까울 만큼 뛰어나지만, 정작 국어의 구사력은 턱없이 부족해 입사 후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그룹 정도 입사할 실력이라면 먹물깨나 적셨을 터인데‘국어 재교육’이라니,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기에 내몰려 있는 모국어를 우리가 소중하게 갈고 닦지 않으면 누가 해줄 것인가.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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