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폭탄주

세계 최초의 ‘폭탄주’문화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1900년대 미국의 탄광과 부두, 제철공장 등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마셨던 게 폭탄주의 시발이다. 이 술은 ‘온몸을 취기로 끓게하는 술’이란 뜻에서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고 불렸다. 서양 칵테일 서적에도 나오는 ‘족보 있는 술’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바텐더가 맥주잔에 위스키 잔을 떨어뜨려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영화 ‘강철의 심장’에서는 제철공장 노동자들이 파업 과정에서 생활고를 달래려고 폭탄주를 마신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에서 보일러 메이커는 거의 사라졌다.
폭탄주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폭탄주의 기본은 맥주에 위스키를 섞은 것이다. 다른 종류의 술을 혼합해도 넓은 의미의 폭탄주, 또는 응용 폭탄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혼합주라고 모두 폭탄주는 아니다. 삼국시대에도 술을 섞어 마셨고, 구한말에는 막걸리에 소주를 넣어 마셨다. 하지만 이를 폭탄주의 원조로 볼 수는 없다.
우라나라 폭탄주의 기원은 1983년 가을, 당시 박희태 춘천지검장(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한 ‘춘천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모임엔 군·경찰·안기부·검찰 등 지역 기관장과 지방 언론사 사장이 참석해 1주일에 서너 번씩 술을 마셨다. 기관장들은 이를 각 조직에 퍼뜨렸고, 다른 지방으로 전근 가면서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요즘, 폭탄주가 세간에 화제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에게 ‘폭탄주 금주령’을 내려서다. 우리는 흔히‘폭탄주=검사’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검찰의 이미지를 떨쳐내자는 게 검찰 총수의 생각이다. 김 총장의 ‘폭탄주 금주’발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여간 관심이 간다.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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