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논단]여수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한나라당의 애정표현과 지역화합

이평수<열린우리당 국제협력실장·여수대 국제학부 교수>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한나라당이 돕겠다고 한다. 당차원에서 당론으로까지 지원절차를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특별법제정이나 예산확보까지 나서겠다고 한다.
한나라당내 이른바 지역화합발전특위 위원장인 정의화 의원은 부산이 지역구임에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해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21일에도 여수를 직접 방문, 여수지역 상공인들과 만나고 “여수박람회 개최는 획기적인 남해안 발전전략이자 지역화합을 이룰 대안”이라며 “노무현대통령이 유치작업을 직접 주관할”것을 주문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여수세계박람회유치에 대한 애정표현은 지난해 말부터다. 지역화합발전특위 총간사라는 한 부대변인이 당홈페이지에 장문의 기고를 올렸다. 그는 “(2012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시급한 현안들이 즐비한데 현재까지 노 대통령의 여수박람회 유치의지가 그다지 강렬하지 않다”며 대통령을 직공할 정도로 격렬했다.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기세다. 잘되면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위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전남과 여수지역 발전을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하겠다고 하고 예산지원도 해준다니 반길 일이다. 여기에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인 이 지역을 위해 과거 박정희정권 이래로 지역주의와 지역감정을 조장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오늘날까지 그 고통을 전가시킨 원초적 책임을 지고 있는 한나라당 세력이 지역화합을 도모하겠다니 바람직한 일 아닌가.
이런 공언이 제발 실현되길 바라고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런 액션은 한나라당이 호남인에 대한 원죄를 덮고 어떻게든 호남인들의 마음을 얻어 보려는 이른바 ‘서진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정말 한나라당의 정체가 바뀐 것일까. 최근 리트머스시험지 한 장이 던져졌다. 연정제안이다. 큰 틀에서 구조적인 지역화합 방안이다. 돈 안쓰는 정치를 이룩한 정치개혁에 이어 국민통합에 나서자는 호소다.
2005년 한국정치의 현 상황은 여전히 지역주의와 그 폐해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악화할 조짐이 농후하다. 충청 호남 영남에서 눈앞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끊임없이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조장해서 손쉽게 정치적 과실을 따고자하는 유혹에 빠져있는 세력이 여전히 있다.
한나라당은 그 대표주자다. 선거구제등을 바꾸면 자기 텃밭만 내준다는 기득권고수에 사로잡혀있다. 한나라당과 궤를 같이하는 지역주의 아류들의 부활은 선진한국의 미래를 위해서 끔찍한 재앙이다. 일단 연정이라는 큰 화두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하자.
여수세계박람회로 돌아오면 이렇듯 한나라당의 일관성 없는 입장 때문에 한나라당의 호남에 대한 애정표현이 화끈하면 할수록 진하면 진할수록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지역염원을 위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까지 챙겨주겠다는 한나라당의 애정표현을 그냥 정치적 술수로 치부하거나 과잉친절이라고 외면하고 사양하기에도 어려운 것이 솔직한 지역민심인 것 같다. 이미 2010 해양엑스포 도전에 한번 실패했고 규모가 작은 2012 세계박람회에 재도전하는 입장이다. 더욱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무엇보다 여수를 비롯 전남동부권 침체를 일약 반전시킬 기회이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유치기획단의 추진속도가 웬지 미덥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정작 정부는 더디 가고 도움받기 ‘거시기’한 한나라당은 설치는 형국인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는 정치권의 이해득실을 뛰어넘어 명실공히 지역발전과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은 한나라당의 약속과 주장이 일관성 있게 지켜지길 바란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될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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