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이웃과 함께 하는 건강사회 실천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장 함형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불우한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작은 모임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직장동료들끼리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몇 명씩 모여서 이웃사랑에 동참하고 있고, 사회봉사팀을 만들어 주로 홀로 사는 노인들을 방문하여 위로하거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청소나 목욕돕기 등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 우리공단에서도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내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경제적인 후원과 아울러 몸으로 체험하는 봉사를 매달 1회 이상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회전반의 변화 흐름에 아무 생각없이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직원도 있었으나, 불우한 이웃을 현장에서 직접 접해 본 후로는 점차 마음에서 우러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해 마음이 흐믓하다.
얼마 전에는 우리 사무실 근처 시장골목에서 홀로 생활하는 80대 고령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할머니는 월 5만원의 사글세 단칸방에서 혼자 생활하며, 골다공증 등 노인성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영세민도 아니고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간다”며 하소연을 하셨다. 할머니가 생계를 꾸려가는 유일한 수입은 고물을 수집하여 얻는게 전부였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이 저녁 7시가 다 되었는데도 할머니 손수레에는 과일박스 몇 개가 실어져 있었을 뿐이었다.
OECD 회원국이고 GDP 규모가 세계 10대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중 기초생활수급자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현재 전국민의 3.1% 수준이다. 할머니가 이러한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의 혜택을 보지 못한 것은 실제 극빈생활과는 상관없이 단지 호적상 자녀의 소득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법적으로만 자녀일 뿐 자신이 친어머니도 아닌 자식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어렵게 생활을 하고 계셨다.
참여정부 이후 다수의 국민들이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 해당 부처별로 많은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사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법과 제도의 사각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가 소득 재분배를 진정으로 이룰려면 현재의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되지 않은 차상위계층을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4대 사회보험과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 속을 착실히 점검해야 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도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국민이 최소한 돈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면서 보장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질병으로 인한 빈곤층 전락을 예방하고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건강보험을 뿌리 내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할머니를 방문하던 날 많은 시간 동안 할머니와 얘기하고 하소연을 들어주긴 했으나 특별한 도움 없이 돌아서는 발길은 무겁기만 하였다. 뭔가 도와드릴 것이 없나 하고 방문했던 것이 오히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사회에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가끔은 내 이웃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 더불어 사는 복된 사회로의 분위기가 한층 성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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