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 화랑 담배

‘한 까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 기쁜 일 고된 일 다 함께 겪는/ 우리는 전우애로 굳게 뭉쳐진/ 책임을 다 하는 방패들이다.’
국방의 의무를 마친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이 군가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고된 훈련 뒤에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전투복에서 꺼내 피우던 그 꿀맛 같던 담배, 이 노랫말을 음미하면 한 개비의 담배가 맺어준 끈끈한 전우애가 느껴진다. 돌이켜보건대 담배는 병영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병사들에게 담배를 무상 공급한 건 제1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처음이다. 그 뒤 여러 나라에서 담배를 기호품으로 인정, 전쟁 중인 군인에게 무료 공급하는 것이 제도화됐다. 우리나라는 1949년 6월15일 병사들에게 처음으로 면세담배 ‘화랑’을 보급한 이래 1981년까지 32년간 무료 지급됐다. 이 때문에 화랑은 국내 최장수 담배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방부 면세담배의 변천은 1949년 ‘화랑’을 시작으로 82년 ‘은하수’, ‘한산도’, 89년 ‘백자’, 90년 ‘솔’, 94년 ‘88라이트’, 2001년 ‘디스’ 등으로 이어져 국군과 역사를 함께 했다.
그런데 군대생활의 애환과 추억으로 상징되는 면세담배가 사라질 예정이다. 최근 국방부가 면세담배를 2009년 전면 폐지키로 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금연운동에 부응하고 장병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시행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담배는 건강에 백해무익하다는 점에서 금연운동은 당연한 것이지만, 군대생활의 낭만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도 든다.
벌써부터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다. 표독스럽기 그지없는 신병교육대 교관들이 훈련병들에게 ‘10분간 휴식! 담배 1발 장전’후속으로, 어떤 은전(?)을 내놓을 지 말이다.

김선기 논설위원 kiimsg@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