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논단]전남도청은 떠났지만…/신이섭 의원·광주시의회

1896년부터 광주 동구에 터를 잡고 109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남도청이 마침내 빛고을의 품을 떠나 무안 남악신도시로 이전했다. 도청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난 광주의 심장부는 만추(晩秋)의 쓸쓸한 기운이 완연하다.
광주의 자랑인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은 “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라는 아름다운 시를 남기고 떠났거니와, 고독한 시인이 거닐었던 충장로·금남로도 지금은 왠지 외로워 보인다.
전남도청 이전을 전후해 광주의 전통적인 도심인 충장로, 금남로 일대가 어느 정도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한 바였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주변 상인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처럼, 전남도청 이전과 함께, 그 자리에는 우리 후손들에게 값진 선물이 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게 된다.
국비 7천174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어 올 12월 착공되는 이 대역사(大役事)가 마무리되면 광주는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로 새롭게 태어나고, 도청이 있을 때보다 몇배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 의원 157명이 공동 발의한 ‘아시아문화전당특별법’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사업 추진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2010년 사업 완료 전까지, 약 5년여 동안 충장로, 금남로 등 도청 일대의 구도심 활성화 문제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대도시에 가보면 반드시 찾아보게 되는 상징적 공간이 있게 마련인데, 광주를 방문한 외지인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소개하는 곳이 바로 충장로, 금남로, 예술의 거리 등 도청 일대가 아닌가.
따라서, 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되면 국제적인 명소가 될 이 소중한 공간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140만 광주시민 모두의 의무이며, 책임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박광태 시장의 진두지휘 아래 광주시가 도청 일대의 상권(商圈) 활성화를 포함한 다양한 도심 공동화 극복방안을 마련해 추진중이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이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다.
충장로, 금남로의 추억을 간직한 세대들이 앞장서서 옛 정취를 되새기며 이 거리를 찾아주고, 젊은 세대들 또한 이곳에서 그들만의 낭만과 끼를 발산할 때, 광주의 도심은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인상 깊은 공간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가 의정활동 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청 인근에 자리한 대인시장, 남광주시장 등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재래시장으로 우리 고유의 풍물과 인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들러볼만한 산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광주의 문화와 풍류와 인정, 그리고 5·18 정신이 살아 숨쉬는 유서 깊은 공간인 도청 일대는 몇년 후면 국내·외 관람객들이 몰려올 세계의 문화 중심지로 우뚝설 소중한 자산이다.
김현승 시인이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하고 노래했듯이, 올 가을에는 많은 광주시민들이 노란 은행잎이 깔린 금남로, 그리고 축제의 열기가 넘치는 충장로에서 ‘광주 사랑’의 마음을 다시 한번 갈무리하면서, 5년 후의 아름다운 광주 도심을 상상해보길 권한다.
전남도청은 떠났지만, 광주는 영원한 우리의 고향으로 남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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