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바라보며] 무엇이 그들을 위기로 내모는가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수많은 학자와 정치가들이 매달려 백인백색(百人百色)으로 풀어내온 게 이 화두다. 그러나 간명하게 보면 국태민안(國泰民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구절과 고운 말로 묘사해봐야 나라를 태평하게 하고 백성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 외엔 더할 게 없다. 따라서 이 국태민안을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주체도 정치이며 정치인들이다. 정치적 안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에 하나 정치가 흔들리면 나라는 말 그대로 ‘달걀을 쌓아놓은 것보다 더 위태로운 지경(累卵之危)’에 놓이게 된다.
지금 여권내 행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10·26 재·보선 참패 이후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공방 및 여당내 친노·반노세력의 대립 등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져가는 양상이다. 그들은 미우나 고우나 앞으로 2년넘게 이 나라를 이끌고 가야할 주체들이다. 그런 그들이 그동안 온갖 갈등을 만들어낸 것도 부족해 자신들끼리 맹공을 퍼부어대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청와대의 쇄신을 주장하고 대통령의 독주를 비난한 여당 의원들에게 급기야 지난 28일 직격탄이 쏘아졌다. 친노 직계그룹으로 분류되는 참정연의 유시민의원은 “대통령이 여당 안에서 작은 탄핵을 당했다”고 일갈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탄핵’이라는 단어는 지난 2년의 우리 정치에서 고감도의 휘발성을 지녀왔다. 144명의 여당의원 거의 대부분이 탄핵의 역풍으로 금뱃지를 달 수 있었다. 그 반대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상당수 인물들은 탄핵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거의 천형(天刑)을 받다시피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그런데 그 금기가 이번 재·보선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경기 광주에서 홍사덕 전의원이 선전을 함으로써 그 조짐을 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되돌려놓고 싶은 희망에선지 유의원은 또 다시 탄핵을 거론하며 정치권의 말초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유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이번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을 공격한 의원들은 또 다른 탄핵의 주역이 된다. 지난 총선에서 탄핵역풍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상대후보들을 지켜봤던 이들로선 기겁해마지 않을 일이다. 당연히 그게 아니라고 역공을 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 보면 정국은 더욱 소용돌이속으로 감겨들어갈 게 뻔하다. 그래서 일부 여당 정치인들은 ‘제발 입조심 좀 하자’고 안달을 해왔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 제일 뜻대로 안되는 게 바로 그 점인 것같다. 오죽하면 참여정부의 공신록에도 오른 인물이 “대통령이 입다물고 조용히 한달만 있으면 지지도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탄식했을 것인가. 그에 따르면 지금 정권이 욕먹는 이유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쓸데없는 말로 소모전만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단히 정확한 상황파악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그 주변이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으니 지지도가 반등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노대통령은 어제 또 다시 폭탄급 발언을 했다. 내년 연초부터 취임 3년을 맞는 2월 25일 사이 적절한 시기에 ‘진로’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리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내일에 대해 전반적으로 얘기한다고는 했지만 국민이 위임해준 임기를 거론하고 나서는 판이니 또 한번 정치권은 요동을 칠 전망이다.
이래서야 국태민안은 희망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도무지 정치가 제 역할을 해낼 것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난무하는 거라곤 향후 당이나 정국을 뒤흔들 엄청난 구상이 있을 것이라는 등 정치안정과는 거리가 먼 얘기들 뿐이다. 이제라도 왜 민심이 ‘27대 0’을 그들 앞에 내던졌는지 차분히 되새기고 되새겨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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