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파일]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남긴 것

코카콜라병, 말보로와 켄트담배.
이들 제품은 수십년동안 같은 디자인으로 생산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가격은 변했을지라도 제품의 디자인은 앞으로도 쉽게 변할것 같지 않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품들이 몇몇 남아 있다.
농심 새우깡이 그렇고, 해태 부라보콘과 롯데 월드콘, 모나미 153볼펜이 그렇다.
복고풍이 일어 삼양라면이 옛날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는 상품들의 생명이 아주 짧다는 게 상식이 돼 버렸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시리즈,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 시리즈가 디자인과 제원이 바뀐채 옛 명성을 좇고 있지만, 필요치도 않은 부류에까지 휴대폰을 소유하고 있는 국민성에 비춰보면, 그와같은 브랜드의 역사는 오래 지속되리라고 보는 시각이 그리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가족단위로 전시나 박람회를 쉽게 찾아지는 곳은 박물관이 1순위로 꼽힌다.
자녀들이 물어봤을때 부모들이 쉽게 설명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대전EXPO나 광(光)산업 전시회는 학부모도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어쩌면, 따라 나섰던 자녀들에게 속을 들여다 보일수 있을 정도로 최첨단 산업에 무지에 따른 부끄러움만 앞설 정도다.
이같은 프로그램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학생들끼리, 아니면 친구들끼리 다니는 게 기본 포맷이 돼 버렸다.
그러다 보니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격주로 열리는 경주관광EXPO는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고,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광주비엔날레는 학생들끼리 찾는 숫자가 그렇지 않은 숫자보다 월등히 많다.
광주 김대중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이번주면 끝난다.
형이상학적인 비엔날레에다가 실생활에서 손쉽게 접할수 있는 디자인이 접목된 새로운 장르다.
전시된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 알것 같은 것도 많고, 도무지 이해가 쉽게 오지 않는 어려운 것도 많다. 도우미의 설명이 없으면 전혀 이해가 안되는 작품도 많다. 마치 산업박람회장에 와 있는 것이 아닌지 착각할때도 있다.
첫 대회인지라 광주시민뿐 아니라 타 지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1960년대의 고전적인 작품도 전시돼 있고, 차세대 자동차까지 등장해 시선을 끌고 있다.
첫 대회치고는 그런대로 실패작은 아닌 것 같다. 관객들이 많이 붐벼서인지, 광주시는 이 행사를 2년후 좀 더 길게 열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 폐막후 냉철한 분석이 이뤄져, 다음대회때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처럼 비엔날레팀이 맡을 것인지, 별도의 법인이 생길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장소도 김대중센터에서인지, 광주비엔날레관인지, 디자인센터인지도 검토된바 없다고 한다.
다만 2회대회는 반드시 열린다고 한다.
첫 대회라선지 외지인뿐 아니라 광주시민들도 행사장을 찾을때 김대중센터보다는 의례껏 북구에 위치한 비엔날레 전시관을 찾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원스톱시스템을 선호하는 관람객들의 정서와는 달리 주차요금을 일일히 미터기에 확인후 지불해야 하는 ‘최첨단 주차카드시스템’은 운전자들을 짜증나게 하기도 했다.
또 입장객 인원통제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일으킬 뻔 하기도 했다.
아울러 설명을 듣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해할수 없다는 특성을 감안, 친절하고 단정할뿐 아니라 관람객들의 질문에 답변 정도는 할수 있는 도우미를 배치해야 할 것이다. 그게 눈높이다.
전시관내 ‘명예의 전당’에 쓰여진 어느 여고생의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천년만년 쭈욱’이라는 글귀처럼 되려면 그래야 한다.

조옥현 문화체육부장 oke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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