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 노란 손수건

주로 하이틴 세대에서 많이 읽혀 소리없는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소설 ‘노란 손수건’(미국 作, 작자 미상)이 최근 100쇄를 기록했다. 이 소설집은 프랑스 대사와 문교부장관을 지낸 오천석 선생이 70년대 초 미국 작품 중에서 감동 있는 스토리를 모아 묶은 것이다.
‘노란 손수건’의 주요 기둥은 뉴욕 형무소에서 갖 출소한 늙은 전과자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4년 만에 감옥소에서 나온 늙은 빙고는 부인을 찾아가게 된다. 그는 출소하기 전 자신을 기다릴지도 모르는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띄웠다. ‘만약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집 앞 참나무에 100개의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 달라, 그것이 없다면 나는 미련없이 떠나겠다.’
그 날 빙고는 기차를 타고 초조한 마음으로 자신의 고향마을에 진입했다. 기차가 지나가는 철로 주변의 가로수엔 늙은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의 순정을 표시한 노란 손수건이 수없이 매달려 있었다. 빙고는 자신을 끝까지 기다려 준 아내에게 감동, 사랑의 재회를 이뤄 행복하게 살았다. 이 이야기는 미국 잡지에 실렸던 실화를 재구성 한 것이다. 이 감동적인 스토리는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얼마 전이다. 1987년 피랍된 동진호 선원의 딸 최우영씨(35)가 아버지의 무사 송환을 애타게 염원하며 자유로 임진각 나들목의 한 소나무에 노란 손수건 400장을 매달았다. 이를 지켜 본 모든 이들은 소설‘노란 손수건’의 감동을 떠올리며 그들의 재회를 간절히 빌었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늘 새로운 감동으로 가르쳐 준 ‘노란 손수건’. 이 가을에 다시 이 책을 꺼내 읽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마을 어귀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이 수없이 걸려 나부끼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꿈꾸어 본다.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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