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바라보며]빈대잡겠다고 초가삼간을?

최근 본보를 비롯한 각 여론매체의 온·오프라인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역내 이슈가 하나 있다. 바로 혁신도시 후보지 결정 논란이다. 네티즌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려 설전을 펴고 있는 쟁점의 배경은 대충 이렇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혁신도시를 건설해 중앙에서 이전해오는 공공기관들의 수용방침을 세웠던 게 지난 7월이었다. 광주에 배치된 한전 등 3개 공공기관, 그리고 전남에 배치된 농업기반공사 등 14개 공공기관을 한데 묶어 혁신도시의 역량을 최대화시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측이 제동을 걸고 나온 게 문제가 됐다. 제동의 골자는 광주몫인 한전을 왜 광주가 아닌 전남에 배치해야 하느냐로 집약된다. 여기에 전남지역 여당의원들은 한술 더 뜨고 나왔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아하니 시·도 공동의 혁신도시가 나주·담양·장성 세곳중에 한곳으로 결정될 것같은데 그렇다면 도대체 전남 동부권은 뭐냐는 것이다. 최소한 IT관련 공공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를 동부에 건설해야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렇게 돼자 지역민들의 의견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본보의 자유게시판에만도 찬반 각각의 주장들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이를 지켜보는 입장에선 난감하기 그지 없다.
사실 이러한 갈등구조는 진즉부터 예견돼 왔었다. 이미 혁신도시 후보지를 결정한 다른 지역의 내홍에서 알 수 있듯 이를 둘러싼 과열경쟁과 주민간 분열 그리고 후유증 등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또 앞으로 이 지역에서도 세군데 가운데 한 곳만이 혁신도시로 선정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어서 나머지 두곳의 탈락지역들이 가만 있지 않으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걸 알면서도 해법이나 대책도 없이 그냥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들의 무사안일함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어쩌랴. 177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만큼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해서도 안되는 시대적 명제일 것이다. 많은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파괴에 익숙한 참여정부가 아니면 과연 이같은 시도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 지역 시·도지사가 공동혁신도시에 합의했을 당시 “이것이야말로 국가균형발전의 모델”이라며 정부가 적극 권장은 물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것도 다 이런 사연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찮아도 틈만 보이면 중앙의 기득권층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재를 뿌리기 일쑤다. 최근 혁신도시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지역들이 반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지방이전 자체를 재고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정작 균형발전에 힘을 몰아줘야 할 열린우리당측이 딴지를 걸고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내년에 선거도 있고 그래서 유권자들의 눈치도 봐야할 처지일 것이다. 그러나 새 정치를 해보겠다고 그 숱한 역경을 감내해가며 국민과 지역앞에 나섰던 열린우리당이 취할 자세는 결코 아니다.
어찌보면 선거를 치러야할 단체장들 입장에선 혁신도시를 이리 저리 쪼개 소지역간 나눠먹기식으로 배정해주면 훨씬 일하기가 부드러울 일이다. 그걸 포기하고 한군데로 모아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을 도모해 집적효과를 최고로 끌어올려 보겠다는 게 광주시와 전남도의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비록 소속 정당은 틀려도 이러한 방향설정에 기운을 북돋아주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주는 게 이 지역 정치인의 도리라 여겨진다. 또 양식있는 유권자들이라면 이런 정치인들을 지지할 게 당연하다. 유권자들이란 순간의 이해에 감정을 드러낼 수 있기 마련이다. 이에 휩쓸린다면 그들이 냉정을 찾은 뒤엔 뭐라할 것인가.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설득과 다른 대안을 내세워야 하는 게 정치인들이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정치집단은 결코 그 수명이 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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