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디오게네스 & 홈- 김호남 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회장

과거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수많은 세계위인들에 대해 공부했는데 그중에 유독 특별한 일화로 인해 잊혀지지 않는 디오게네스란 그리스의 철학자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당대 불세출의 영웅이었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남긴 에피소드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동쪽으로는 인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인더스강에서 남쪽으로는 이집트까지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가 어느날 그리스에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가 있는데 늘상 통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몸소 그를 찾아갔다. 아닌게 아니라 디오게네스는 통속에 들어가 있으면서 그 호화찬란한 알렉산더대왕의 행차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앉아 있었다.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의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마음이 동해 그에게 “스승이여, 나에게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반드시 다 들어드리오다”라고 했다.
이에 디오게네스는 아무것도 필요없으며 “다만, 왕이여 어서 빨리 내 통앞에서 물러나 주시오. 당신이 통앞에 서 있으니 햇빛이 가려집니다.” 라고 대답했다.
다른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고 오직 지금은 햇볕을 쪼이는 것만이 소원이라는 의미였다.
거의 예외없이 자신의 말이라면 머리를 조아리고 감읍(感泣)하는 것이 당시 세상사람들이었을텐데 알렉산더에게는 참으로 뜻밖의 대답이였을 것이다.
그는 후에 “내가 만약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원시적인 반문명의 사상을 몸으로 실천한 철학자였다.
그는 평생 의복한벌과 지팡이 하나외에는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았으며 작은통 하나를 거처로 삼아 생활했다.
그의 철학의 기본사상은 아무런 욕망을 갖지 않고 자족하며 무치(無恥)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는 완전한 자유인이 되는 것을 추구했다.
반문명의 디오게네스철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류의 문명이 빚어낸 지구의 환경오염은 이제 인류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천여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디오게네스의 정신이 필요한때가 온 것이다.
특별히 디오게네스가 몸으로 실천한 주거학은 주택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 아닐수 없다.
그의 주거에 대한 생각은 그야말로 몸하나 눕힐 곳만 있으면 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통하나로 주거문제를 해결했다.
자연과 친화적이었던 우리의 옛 조상들의 주거에 대한 생각도 그 근본에 있어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주거관이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를 맞게 된 것은 60~70년대 박정희 정권하에서 경제가 괄목할 정도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좁은 한반도, 거기에다 반으로 갈려진 남쪽의 땅덩어리위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화가 궁극적으로 주택문제를 불러왔고 이것이 주거에 대한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주택이 사람이 살기 위한 공간이 아닌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도록 만든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다수 서민들에게 재산목록 1호가 되었다.
자신들의 재산목록에 주택을 올리기 위해 많은 대가를 치르면서도 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서민들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양적공급에 치중해 왔지만 아직도 주택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주거의식의 변화가 없는 한 주택문제는 그 어떤 대책으로도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일는지도 모르겠다.
수년전부터 생활의 터전인 삭막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외의 전원주택이나 목조주택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답답하고 폐쇄된 아파트의 공간을 벗어나 자연을 찾고 창으로 통해 들이치는 햇볕을 마음껏 숨쉬고 싶은 욕망때문일 것이다.
마음껏 햇볕을 즐기며 작은 통 하나로 거처를 삼고 만족했던 디오게네스의 집에 대한 단순한 사고야말로 오늘날 복잡하고 머리아픈 우리의 주택문제를 푸는 지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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