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집 소문난 집] 장흥군청앞‘싱싱회마을’ 물회·갯장어 샤브샤브

때가 어느때인지도 모르고, 기운이 쇠할때인지도 모르는, ‘주태백’들에게 간만에 희소식. 벌써 무릎을 탁 치고 귀를 쫑긋 세우는 이들도 있다.

속절없는 세상사에 찌듦을 탓하고 지난 밤 술이 과했음이라. ‘속은 풀어야 하지 않겄는가’. ‘두말허믄 숨가쁘제’.

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군청 인근 ‘싱싱회마을’(대표 강기원)이 내놓은 ‘물회’.

‘자응’(장흥)에 예로부터 내려온 해장국이다. 지금은 값이 좀 있지만 예전에는 늘상 먹어온 평범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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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뱃일을 나가던 어부들은 아침에 도시락을 주섬주섬 챙겼다. 김치와 된장을 쌌다. 던져뒀던 그물을 당기고 고기를 어창에 담았다. 해는 벌써 중천을 넘었다. 보자기에 싸 뒀던 김치는 어느새 신김치가 됐다. 어부들은 ‘돈 될만한’중(中)고기 이상은 그냥 두고 잡어(雜魚)들을 잡았다. 뼈째로 칼집을 내고 회를 떴다. 이를 다시 대접에 담고 신김치와 된장을 함께 버무렸다. 좋은 시절이 왔다. 얼음까지 준비해 갔다. 된장을 푼 시원한 물에 뼈꼬시와 신김치, 양념 따위를 넣었다. 선상음주가 불법이긴 하지만 한시름 놨다.

‘싱싱회마을’물회가 큰 대접에 나왔다. 네사람 기준이라지만 양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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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동동 띄웠다. 국자로 살살 저었다. 내온대로 먹어도 된다. 저어주면 더 시원해진다. 자리앞 그릇에 알맞게 국자로 펐다. 숭숭 썰린 청양고추와 오이, 깨 따위가 동시에 따라왔다. 숟가락으로 한번 떴다. 상큼한 열무신김치에 이어 살점이 씹혔다. 신김치가 되레 싱싱하게 느껴졌다. 생김치보다 더 생생한 맛이 났다. 몇차례 더 떠먹을수록 사근사근하게 씹히는 뼈꼬시들과 열무신김치. 뼈꼬시들은 하모뼈를 비롯해 장흥바다에서 잡히는 잡어들이다.

‘싱싱회마을’물회 맛 관건은 안주인 정인숙씨가 담근 잘 삭은 물김치가 핵심이다. ‘술과 웬수진’이들의 속을 푸는데 맵지도 짜지도, 그렇다고 심심하지 않게 절묘한 농도를 유지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적당히 발효된 신김치가 넉넉한 물회는 ‘술독’들의 속을 편하게 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만든다. 국물을 몇번이나 들이켜도 전혀 속이 쓰리지 않고 안락함이 더 밀려든다. 남도 최고의 해장국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응인’들이 건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의 다 먹은후 밥 말아 먹어도 시비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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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회마을’의 또다른 여름철 보양식은 ‘갯장어 샤브샤브’. 갯장어뼈와 양파, 대파 따위를 넣고 3시간 이상 푹 고아 만든 육수에다 전복, 대추, 대파, 양파, 당근. 팽이버섯, 깻잎 등을 넣었다. 10분정도 바글바글 끓인다. 함께 넣은 야채들이 충분히 육수와 섞이도록 했다. 부추와 당근을 더 넣었다. 육수가 끓었다. 썰려 나온 갯장어 한점을 집어 휘이휘이 서너번 돌렸다. 진해진 국물이 스미고 동시에 살점이 익었다. 약간 식힌 다음 먹었다. 뜨거운 훈기에 이어 살폭한 맛이 났다. 갯장어임을 증명하듯 실뼈가 씹혔다.

초보들은 갯장어를 담가뒀다 종종 분실하는 경우가 있다. 마니아들은 방심하지 않고 끝까지 젓가락으로 잡고 있다. 이를 부추잎이나 깻잎으로 감아 된장이나 소스에 찍어먹는 여유를 부린다.

여기에 양파에 살점을 올리고 된장으로 살짝 간을 하면 신선야채와 익은 갯장어가 어울린다. 베테랑은 그냥 탄생하는게 아니다. 갯장어 샤브샤브 국물에 찹쌀을 넣어 죽을 만들어 먹거나 칼국수를 넣어 요기를 하면 속은 더할나위없이 든든하다.‘태백이형들 한번 만납시다’.

(예약 및 문의, 061-862-2888, 863-8555, 017-652-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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