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주말 오후를 애인과 어떻게 보낼까 망설이던 회사원 J씨. 고심끝에 더위도 날려보낼 겸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영화관을 데이트코스로 골랐다. 개봉작을 훑어볼까 해서 수화기를 드니 ARS(자동응답시스템)에서 현재 상영중인 영화리스트를 줄줄이 읊어준다. 뭉클한 감동이 있는 멜로물에서부터 요절복통 코미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골이 오싹한 공포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메뉴들로 즐비하다. 통쾌한 액션프로 한 편을 골라 미리 시간과 좌석을 예약해 둔다. 쿠션좋은 러브시트에서 사랑하는 애인과 감미로운 스크린 여행을 떠날 것을 상상하니 J씨는 벌써부터 싱글벙글 행복감에 젖는다. 영화를 보고나면 둘 만의 여름 휴가를 위해 쇼핑도 하고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이야기 보따리도 풀 생각이다.
극장이 변하고 있다. 좁디좁은 좌석에 몸을 구겨넣고 행여나 ‘앞자리에 큰바위 얼굴이 앉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영화를 보던 풍경은 이제 추억의 흑백필름으로나 남을 것 같다. 또 극장이 ‘단순히 영화만 보던 곳’이라는 관념이 허물어지고, 대신 같은 건물안에서 다양한 오락과 쇼핑, 레저까지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원스톱 종합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극장문화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갖춘 상영관이 6개 이상으로 취향에 따라 골라 볼수 있다는 장점 외에 깨끗한 시설, 쾌적하고 깔끔한 실내구조, 고급 서비스등 기존 극장의 낡은 이미지를 과감히 쇄신했다.
이 지역 최초의 복합상영관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엔터시네마’.
총 좌석수 1천187석 규모의 5개 상영관이 층층히 들어서 있고, 영화관 외에도 패스트푸드점, 콜라텍, PC게임방등이 신세대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좌석 앞뒤 간격이 1m로 ‘롱다리’가 앉아도 넉넉할만큼 공간이 충분하다. 여기에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 체온을 느끼며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팔걸이를 없앤‘러브 시트’(Love Seat)를 설치했는가 하면 전화예약제와 지정좌석제, 전산발매 시스템등을 도입, 매표소에서 직접 티켓을 끊는‘현매 원칙’에 젖어있던 ‘재래식 극장’들을 자극했다.
엔터시네마에 이어 지난 1일 오픈한 ‘롯데 시네마 광주6’.
총 1천500석 규모의 6개관. 붉은색 카페트가 깔린 극장 내부는 거의 특급호텔 수준이다. 전광판에는 예고편이 쉴 새 없이 방영되고 영화관에 들어서면 스타디움같이 탁 트인 시야에 다시한번 입이 벌어진다.앞뒤 의자의 높이차는 40cm. ‘서장훈 뒤에 김미현이 앉아도 스크린이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좌석배치에 공을 들였다. 널찍한 팔걸이에 좌석마다 붙은 컵홀더(음료수 걸이). 입체감 있는 디지털사운드에다 지정좌석발권시스템이라 줄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과 호화 시설로 극장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멀티플렉스와는 달리 기존 극장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이러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극장을 뜯어고치는 곳들도 자연 느는 추세.
당장 무등극장이 올초부터 증축에 들어가느라 휴업상태. 마무리공사를 마치고 오는 15일 재개관하게 될 무등극장은 기존의 2관까지 포함, 모두 5개관에 2천120석 규모를 갖춘 대형 극장으로 새롭게 탈바꿈한다. 50년 전통의 광주극장 역시 최근 내부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지정좌석제와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젊은 극장’으로의 이미지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가뜩이나 영세한 예술영화전용극장쪽도 타격이 크기는 마찬가지. 기존의 칙칙한 인테리어 대신에 N세대 감각으로 인테리어를 바꿔 지난 3월 재개관한 광주예술극장은 예술영화전용관으로서 미개봉작과 독립영화들을 많이 상영하면서 관객들 취향의 감동있는 작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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