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 피서지(!)

백화점 바겐세일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대기 마련이다. 이른 오전 시간을 제외하고는 주차장도, 식당가도 혼잡하고 심지어 매장을 여유있게 거닐기 힘들 때도 있다. 바겐세일 때는 아예 백화점에 오질 않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사실 백화점에 오는 손님들이 매번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번에 구입한 상품을 바꾸거나, 약속이나 모임이 있거나, 혹은 습관적으로 방문하는 손님도 많다.
특히 요즘 같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면 쇼핑 공간이라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피서지라고 불리는 게 더 어울릴 정도가 된다. 점심 때가 되면 매장내의 고객 수는 급격히 증가한다. 식사를 마치고 문화센터 휴게실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대화를 한 후, 매장으로 발길을 옮겨 한 바퀴 죽 돌면서 평소에 관심있던 브랜드를 살피고 나면 오후가 훌쩍 지나간다.
가끔 이벤트에 참가해 즐기는 것과 갤러리에서 작품감상을 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식품매장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사 들고 에어컨이 작동되는 셔틀버스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간다.
가슴을 확 틔워 주는 자연 공간에 묻혀 더위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우리의 사정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백화점이 피서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내면 그만이지 않느냐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엄밀히 말해 백화점은 ‘가치를 판매하는’ 업종이다. 어떤 상품에 판매사원들의 서비스와 기업 이미지를 함께 덧붙여 하나의 ‘가치’를 만든다. 그리고 그 가치 수준에 따라 백화점의 품격도 결정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피서를 하는 고객들은 백화점을 아주 친근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목적에서건 필요한 존재라고 느낀다.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어느 기업이건 고객으로부터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당장 눈앞의 매출보다도 몇 배나 더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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