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오니소스’후예들의 별천지

광주 충장로의 밤거리는 낮보다 더 화려하다.
회색정글을 휘감고 도는 휘황찬란한 나트륨 불빛들. 잔뜩 불콰한 얼굴로 2차, 3차를 외쳐대며 비틀거리는 취객. 물좋다며 너스레를 떨어대는 나이트클럽 ‘삐끼 ’.
아슬아슬 핫팬츠며 슬리브리스로 한껏 멋을 부린‘어둠의 자식들’까지 10~20대들에게 충장로의 24시는 세속적인 쾌락본능이 꿈틀거리는 욕망의 해방구다.
신세대 취향의 로드숍과 카페가 거의 점령하다시피한 충장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이 쇼핑의 천국이라면 ‘놀 줄 아는’음주가무파들이 몰리는 아지트는 역시‘구시청 사거리’일대다. 재즈바며 고급소주방들이 내뿜는 화려한 네온사인이 대낮마냥 환한 불야성을 연출하고 있는 구시청사거리.
알콜기를 머금은 모던풍의 깔끔한 외관의 술집들이 ‘주당’들을 유혹하는 이 곳 역시 충장로 일대의 밤문화를 엿볼수 있는 또하나의 문화코드라 할 수 있다.
색다른 퓨전요리를 맛볼수 있는 레스토랑, 수입맥주나 칵테일류를 파는 웨스턴 계열의 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곳은 주로 대학생이나 젊은 샐러리맨들에게 인기있는 장소다.
그 가운데 바(Bar)는 구시청 사거리를 대표하는 아이템 .
‘줄리아드’‘스톱’‘록큰롤’‘엘링턴’‘포 플레이’‘닉스 앤 녹스’‘톰스톤’등 형형색색 으로 반짝거리는 네온간판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런던의 소호골목인지 뉴욕의 한가운데인지 알 수 없을 정도. 인테리어는 대부분 20~30대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꾸민 동양풍의 젠 스타일이나 흑백으로 미니멀하게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테크노 리듬과 최신판 댄스뮤직, 감미로운 재즈선율이 공존하는 이곳은 술도 분위기도 입맛대로 골라 즐길수 있는 주류 천국이다. 바에 제멋대로 걸터앉아 시원한 맥주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노라면 바텐더들이 펼치는 현란한 칵테일쇼도 구경할 수 있다. 그뿐인가.
시원하게 뚫린 창 너머로는 반짝거리는 구슬장식과 파스텔톤의‘멋쟁이’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술잔과 비례한다’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어느 주점으론가 발길을 내치는 40대 샐러리맨, 아이의 손을 잡고 밤바람을 쐬러 나온 잉꼬부부 등 익숙한 삶의 풍경들이 빛바랜 화면처럼 출몰한다.
그러고보면 구시청사거리는 째깍거리는 일상의 초침속에서 힘겹게 날숨을 토해내는 일탈의 공간이자 주체할 길 없는 청춘들의 소비에너지가 방전되는 욕망의 비상구인 셈이다.
최근 이곳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이른바 ‘테마빌딩’이란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수시로 오르내리는 6~7층 시설에 층별로 노래방, 카페, 레스토랑, 재즈바 등을 갖춰놓고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는 복합놀이공간이다.
구시청 사거리 한복판에 마치‘언덕’처럼 우뚝 솟아 있는 오렌지힐.
7층짜리 건물에 스위스, 멕시코 전문요리등의 메뉴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는 레스토랑과 광주시내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재즈바외에 소주방, 노래방 등이 층층히 들어차있다. 층별 특색에 따라 디자인한 컬러풀한 실내장식과 고급풍의 샹들리에, 여기에 은은한 빛깔의 버티컬과 경사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넓다란 창때문에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오렌지힐 맞은편에 위치한 지직스(ZZYZZX)는 색다른 테마와 메뉴로 신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지직스란 이름은 미국의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지는 주행코스도중 가장 지루하고 피곤할때쯤 나타나는 도로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바쁜 일상가운데 도시인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작명했다는 것이 대표의 설명.
6층 건물에 카페와 바를 비롯해 싱싱한 사시미가 일품인 스시바, 소주방, 당구장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단골고객에게는 무료 쿠폰을 발행하는 등 고객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께 오픈한 유니버스 빌딩은 꼭대기층을 테라스가 있는 퓨전카페로 만들어 차별화를 기했으며 레스토랑에서는 멕시코, 이탈리아쪽의 유럽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꾸몄다. /김종범 기자 jbeom@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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