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직후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 1조7천억원 어치를 허가없이 사고팔아 530억원을 챙긴 증권사 회장과 억대의 사례비를 받고 채권을 고가 매입한 투신사 간부 등 10명이 검찰에 적발됐다.<관련기사 A14면>
서울지검 특수 1부(이훈규 부장검사)는 5일 세종증권 회장 김형진(40), 대한투자신탁 채권부장 송길헌(45·구속기소)씨 등 6명을 증권거래법 및 특정경제법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세종기술투자 회장 박덕준(55)씨 등 2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이경호(내일창업투자㈜ 이사·37)씨 등 2명을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금융업을 해온 김씨는 지난 98년 1∼12월 성신양회,신동방, 한솔제지 등 30여개 기업의 회사채 1조7천억원 어치를 헐값에 구입,재정경제부 장관의 허가없이 대한투신 등 제 2금융권에 비싼 값에 매도, 530억원의 차액을 챙긴 혐의다.
김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작년 7월 세종증권의 전신인 옛 동아증권을 인수하면서 제도권으로 진입, 40대 초반에 일약 금융계의 스타로 부상하게 됐다고 검찰은 말했다.
대한투신 송씨와 SK투신 명기홍(41·구속기소),한국투신 최중문(48·〃)씨 등 투신사 채권부장 3명은 채권을 비싸게 매입해준 대가로 김씨와 세종증권 상무 김정태(44.구속기소)씨로 부터 각 1억원씩의 사례비를 받은 혐의다.
김씨는 또 회사채 관련 정보를 제공해준 대가로 삼성증권 과장 이명기(34·구속기소)씨에게 시가 2천3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제공하는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모두 4억여원을 사례비로 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김씨는 회사채 매입시 세종기술투자를 내세워 표면이율에 10∼18% 가량의 높은 할인율을 적용, 헐값에 사들인뒤 합법거래를 가장하기 위해 종금사를 거쳤으며 투신사에 되파는 과정에서 할인율을 투신사의 통상할인율(3% 이내)보다 조금 높은 3∼5%를 적용하는 식으로 손쉽게 차액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채,국·공채의 무허가 거래는 부실채권 양산과 비정상적인 금리적용 등으로 채권시장의 거래질서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이런 음성적인 거래를 차단, 제도권으로 흡수시킨다는 차원에서 단속을 벌였다”며 “무허가 채권거래행위에 증권거래법을 적용,처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연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