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닭발…입도 즐거운 매콤한 맛마늘돼지·콩나물 냄비라면 인기 만점서민들 애환·잉꼬부부

광주시 서구 쌍촌동 광명하이츠 후문 ‘숯과 닭발’

정해년 한해 갈무리를 1주일여 앞두고 차분하게 한해를 되짚어 볼 시간이 어느덧 다가왔다. 신년 초 스스로 계획했던 일들이 어느 정도 진척이 됐으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다음연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기다. 혹시나 ‘주변 지인들과 동무들에게 홀대하지 않았을까’라는 근심아래 술잔을 잠시 기울여 본다.
그렇다. 오늘은 서민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서구 쌍촌동 ‘숯과 닭발’(사장 김동길·43)을 찾았다.

희뿌연 연기가 가득찬 가게 식당. 회색빛 도심의 빌딩 숲을 거닐던 낮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노동으로 인한 고된 육체를 이끌고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 찾아든 직장인들이며 각종 취업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은 대학생들, 크리스마스를 맞아 색다른 맛을 찾기 위해 가게를 찾은 연인들까지.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폭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도대체 다른 가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실내 인테리어이며 평범한 메뉴지만 손님이 들끓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입이 즐겁다’ ‘분위기가 서민적이어서 너무나 편안하다’ ‘친절한 부부의 서비스가 너무 좋다’. 주변 손님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다. 무엇이 이리 이들을 감동시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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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법.
상의 점퍼를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가게 해부에 들어갔다.
다른 손님들 테이블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닭발을 주문해 먹고 있었다.
‘음. 이집의 메인 메뉴는 닭발인가 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닭발을 주문했다.
동그란 테이블 중앙에는 참숯을 넣을 수 있도록 20cm 가량의 구멍이 마련돼 있었다. 이윽고 참숯이 테이블에 올랐고 뒤이어 구릿빛 석면이 올랐다. 잠시 후 널따란 쟁반에 잘게 잘 다듬어진 닭발이 한 움큼 등장했다.
석면이 뜨거워진다. 그 위에 갖은 양념을 넣은 닭발을 올렸다. ‘파~삭 파~삭’ 닭발이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색이 변했다. 노르스름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녀석들이 익어가는 과정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군침이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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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익히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단다. 석면에 닭발을 올리고 담소에 치중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닭발이 타는 수가 있단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오늘의 주인공인 닭발에게 항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드디어 닭발이 꼬들꼬들하게 익었다. 다 익은 녀석들은 불기가 약한 곳으로 잠시 모아뒀다.
‘숯과 닭발’에서 유심히 살펴 볼 부분은 양념장. 청량고추에 고추장, 간장을 잘 풀어 넣은 양념장이 제 맛을 더한다.
양념장에 닭발을 콕 찍어 한입 넣었다. 바로 이 맛이었다. 참숯의 향이 진했고 매콤한 맛이 딱이었다. 바로 25여년전 월산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아버님 손을 잡고 포장마차에서 닭발을 먹었던 그 맛이었다. 지금은 옛 모습의 포장마차는 온데간데없고 기업형 포장마차가 주를 이루다 보니 25여년전에 먹었던 닭발의 맛을 제대로 내는 가게를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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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닭발 전문점을 만났다. 너무나 기뻤다. 흥분이 됐다. 그래서 가게를 함께 찾은 지인에게 술잔을 연거푸 권했다.
메뉴판에 특이한 메뉴가 있다. ‘마늘 돼지’라고 들어 봤는가. 틈직틈직하게 잘린 돼지고기 위에 아주 잘게 썰린 고추와 파, 마늘 양념이 조화를 이뤘다.
닭발은 타지 않게 요리저리 잘 뒤집어 구우면 되지만 마늘돼지는 양념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익혀야 한다. 이것 역시 김 사장으로부터 들은 조언이다. 유념하시길.
돼지고기가 맛있게 익으면 상추와 고추, 된장 등을 곁들여 쌈을 해도 좋다. 마늘 양념이 비릿한 맛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그냥 먹어도 좋다. 뒷맛은 깔끔하다.
마지막으로 추천 요리 한 가지 더. 1천원짜리 콩나물 냄비라면을 적극 권한다. 가게 주방에서 1차 초벌을 해 적당히 끓인 라면이 2차 재벌을 위해 참숯에 오른다. 시원한 국물 맛이 속을 제대로 풀어준다.
경제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경제와 무관하게 너무나 편안하고 좋았다. 서민적인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게를 만나 더없이 즐거운 하루였다. (문의=062-384-8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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