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등 역사적 재조명 ‘절실’
일제, 대토벌작전 벌여 의병·양민 500명 학살


순천대 홍영기 교수 “후손 도리 다해야”

1909년 전라도지역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호남의병대학살사건’이 올해로 발생 100년을 맞았지만 역사적 재조명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순천대학교 홍영기 교수 등에 따르면 일제는 1909년 9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전라도와 그 외곽지대에서 항일의병 초토화 작전을 진행했다.
일제에 의해 지칭된 작전명은 남한폭도 대토벌작전(호남의병대학살 사건)이었고 순사대, 수기대, 임시파견대 등 1개 사단병력으로 구성된 일본군경을 와다나베 소장이 지휘했다.
작전지역은 섬진강에서 전북 부안까지 이었다.
3단계에 걸친 이 작전은 ▲1단계 남원·고흥·광주·영광지역 ▲2단계 고흥·광주·영광·남서해안지역 ▲3단계 도서지방으로 탈출한 의병을 사살하기 위해 무인도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의병과 양민 500명이 학살당하고 민가까지 살육은 물론 방화와 약탈을 당하는 등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
또 2천500명의 의병이 체포되거나 자수한 뒤 해남~광양~하동을 연결하는 도로작업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일제는 이 도로를 완성한 뒤 ‘폭도도로’라는 명칭을 부여했고 의병 근거지였던 광주 동구 금남로에 있는 광주읍성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함평출신 심남일 의병장, 보성 출신 안규홍 의병장, 임실 출신 전해산 의병장 등이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깊은 아픔을 겪었다.
100년 전 아픔을 담은 기록들은 일제가 발간한 폭도에 관한 편책이나 의병장들이 작성한 담산실기, 심남일실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일제가 호남의병대학살 작전을 자행한 것은 동학의 여파로 전라도지역이 전기·중기 의병이 활동이 강한데다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인들의 토지·어장 수탈이 커지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전국 의병활동의 거점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
그동안 호남의병대학살 사건은 홍영기교수를 비롯한 사학과 교수들이 몇 편의 논문이나 책으로 발표했으나 호남지역에서는 뚜렷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영기 교수는 “100년 전 의병활동의 거점이 됐던 호남지역에서 수많은 의병이 숨져갔으나 이와 관련된 일제의 의도 등은 거의 연구되지 않고 있다”며 “사건 100년을 맞아 국제학술대회 추진 등 후손들의 노력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순천/강재순 기자 kjs@n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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