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잠자리에 든 사람들이 문 단속은 잘 했는지, 주차는 안전하게, 자동차는 완벽하게 시정했는지, 하루를 접는 도시인들의 주변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뉘지 못하는 취객들의 안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이들이 경찰이려니 생각이 들지만 실은 평범한 시민들이다.
‘사직동을 사랑하는 자율방범대(대장 김광모)’.
“오직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든든한 사나이들의 건강한 외침으로 사직공원이 쩌렁쩌렁 울린다. 지난 97년 10월 창설된 사직동을 사랑하는 자율방범대는 회원이 모두 30명.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으로 이루어진 회원들은 모두 사직동에 산다. 토박이에서 짧게는 3∼4년씩 이곳에서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셈이다.
회원들이 자신들의 생업을 마치거나 잠시 접은 밤 9시부터 12시까지 동네를 돈다.
전체 대원들이 5개조로 나뉘어 사직공원과 광주공원을 기점으로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이다. 긴장을 조금도 늦추지 않은 동작과 날카로운 눈매로 주변을 살피며 여기저기를 기웃거린다.
대원들이 사직동의 밤거리를 누빈 것은 지난 3년전 . 당시 양림동 오의규 파출소장의 권유로 봉사활동은 시작됐다. 그러나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업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기도 하지만 회원들이 주로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다.
“장사를 하다가 봉을 들고 옷을 갖춰 입고 나서면 집사람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며 초창기 어려움을 털어놓는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순찰을 계속하자 차츰 안식구도 손 발 다 들게 됐고 지금은 아예 더 열성적이다”고 입을 모은다.


“자율방범대원들은 어느누구의 타율에 매이지 않습니다 ”자율방범대원을 이끌고 있는 대장 김광모씨(45·한양 삼삼구이 대표). 언행에서 배어나오는 이미지가 필시 경찰의 행동거지를 그대로 속 빼닮아 있다. 김대장은 동네 입구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하고 있다.
“주민들을 대다수 알고 지내는데 밤이면 남자에 쫓겨 가게로 들어 오는 여성을 보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하고 동기를 털어놓는 김 대장은 좋아서 이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임 택씨(42·삼성전자 대리점운영) 는 사직동 토박이를 십분 발휘, 사직 30명의 회원들의 면면을 정확히 파악, 팀웍에 적극 활용한다.
“흐지부지하는 방범을 대원들이 서로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팀을 지켜주는 원천이다”고 임씨는 은근히 자랑을 한다.
동네가 시내에 근접해 있어 취객들을 쉽게 접할수 있기에 하룻밤에도 취객을 몇 명이고 업어다 집에 바래다주는 것은 이곳 방법대원들의 가장 흔한 일중에 하나다.
한 대원은 “하룻밤에도 술취한 여성을 몇 명씩 업고 집에다 바래다 준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지난해 30명의 대원들이 경찰서장에게서 받은 상이 무려 7건.
다른 동에서는 몇 년에 걸쳐야 받을까 말까한 상을 대원들이 돌아가면서 받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출한 청소년을 부모의 품에 안겨주고, 불법쓰레기 투기를 단속하고, 노상강도를 격투끝에 잡고, 대문 단속을 철저히 해주는 고마움에 주민들이 직접 상을 청하기도 했다.
또 자신들의 조금씩 갹출해서 방범순찰카드를 만들어 가가호호 체크하기도 한다. 자비를 들여서 제복을 맞춰 입고 나름대로의 절도와 절제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또한 이들은 외로운 독거노인을 찾아가 생필품 등을 챙겨주고 생활비를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느 경찰관들을 빰치는 솜씨로 이웃을 돌보는 그들에겐 추위를 녹일 만한 초소가 없어 올 겨울도 추위에 떨었다. 남구 관내 7개동 자율방범대 모두가 초소를 갖추고 있는데 유독 사직동에만 아직 초소가 없다.
작은 초소가 만들어지면 술취한 취객과 거리에서 말씨름을 하지 않아도 되고 경찰의 힘을 빌릴때 잠시나마 안전하게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자율방범대 경력이 4년차인 이들은 방범대원을 한후 무엇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답한다.
“무단횡단이나 쓰레기 투기는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가 작은 법이나마 철저히 지키는 마음이 일어나더군요”하며 소박한 시민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 “주민들이 범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순간까지 봉사를 계속 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밤 8시 50분. 사직공원에서 내려다 보는 시내의 화려한 불빛속에서 부동교를 넘어 점점히 귀가하는 동네 주민들. 오늘밤에도 안전한 휴식처를 만들어 주기위해 제복을 입은 사직동을 사랑하는 자율방범대원들이 주민들을 반기고 있다.
/안정미 기자 takmi@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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