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가 정해놓은 틀속에서 아무생각없이 날개짓을 할수만은 없다. 조금 늦더라도 내 색깔과 영혼이 배인 음악을 할 수 있을 때 날고 싶다’
지난해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정하나씨(21·여·조선대 동양학부 2년 휴학).
신세대다운 당차고 야무진 대답이 서울로 진출해 음반을 내고 싶지 않느냐는 물음을 일순간에 머쓱하게 만들어 버린다.
‘참새가 그랬죠/나처럼 가벼워지면/날 수 있을 거라고/그래서 주인에게 맞아 가며/다이어트 시작했죠’
펑키록 계열의 밝은 리듬으로 이뤄진 창작곡 ‘닭의 꿈’(작사 선한나, 작곡 곽우영)은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부단한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꼭 힘차게 비상할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요제에서 주황색 티셔츠와 힙합 청바지를 입고 닭 벼슬 같은 머리를 한 채 무대 위를 뛰어다니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그녀를 기억하는 이유가 그런 외모 때문만은 아니리라. 그녀는 지역출신이라는 열세를 극복하고 신선한 무대 매너를 선사했다. 그뿐 아니다. 풍부한 표정연기와 모던한 분위기의 독특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방청객들의 몰아친 사인 요청으로 정씨는 무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을 정도.
그러나 그녀는 공인이라 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한 모습이다. 그때 만난 팬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하나씨는 더 많은 새로운 사람을 알게 돼 그저 좋을 뿐이란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동요제에 참가할 때만 해도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집안에서도 단지 노래를 잘하니까 취미로 하는거려니 하고 여길 정도였다.
하지만 억누를 길 없는 그녀의 끼. 여중·고를 나온터라 중고교 시절에는 음악 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대신 연극부로 활동하며 대중 앞에 익숙해 지는 법을 배운 것이 넘쳐 흐르는 끼를 발산하기 위한 기초공사가 된 셈이다. 고교 시절에는 직접 촌극반을 결성, 교내 웃음 전령사로 이름을 날렸을 정도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그녀의 가능성은 친구들조차 감탄할 정도 였다고. 사실 대학 가요제에 나가게 된 것도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 덕분이었단다.
정씨가 대학가요제에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지역 그룹 꼬두메 창립멤버이자 지역 가수로 활동중인 배경희씨(44).그는 “표현하는 삶을 살 줄 아는 보기 드문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라고 정씨를 평가했다.
정작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엽기적이다’라고 말했지만 꾸밈없는 자유 분방함이 무대 위에서 ‘잘 놀수 있는’원동력이라는 것이다.
하나씨는 R&B(리듬 & 블루스)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도 박정현, 김조한 등 이 장르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애잔한 슬픔과 사랑을, 때로는 가슴을 벅차 오르게 하는 꿈을 고급스러운 느낌의 R&B에 담아내고 싶단다.
그녀는 바로 앞만 보고 서둘러 걸어가는 것은 기꺼이 포기하겠단다.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직접 곡을 쓰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 진정 그녀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씨는 요즘 그만뒀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작사·작곡 공부에 한나절 이상을 쏟아붓는다. 또 매일 꼬두메 녹음실을 찾아 발성연습과 노래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난해 대학 가요제 출전을 위해 학교를 휴학했을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정씨의 또 하나의 목표는 음악영상관련 학부로 편입해서 대중음악인으로서의 기초를 닦는 것.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연습을 제대로 안 한다고 꼬두메 언니 오빠들한테 얼마나 혼나는지 몰라요”라며 부끄러운 미소를 띄우는 하나씨. “그래도 아무 대가 없이 저한테 애정을 쏟아주는 꼬두메 언니·오빠들이 너무 고마워요”라는 말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은 뭐든지 다 하고 싶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어떤 특별한 장르만 고집한다는 것은 건방진 생각 같아서란다.
열정이 가득 담긴 하나씨의 애송이다운 다짐은 그녀가 꿈꾸는 가수상이 한 순간의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사라지는 ‘반짝이’는 분명 아님을 알게한다. /홍선희 기자sunny@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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