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의 황금어장인 칠산도를 끼고 있는 법성포.
예로부터 굴비를 만드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굴비의 고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회유성 어종인 조기떼는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보내고 2월이면 긴 여정에 나선다.
추자도를 거쳐(3월) 수심이 얕은 칠산도 앞바다에 와 한식(寒食·4월초순) 곡우(穀雨·4월 하순)를 거쳐 입하(立夏·5월초순)까지 산란한다. 그후 위도를 지나 대청·연평도(6월) 대화도(평북 철산·7월) 근해까지 올라가 여름을 지낸 뒤 남하한다.
70년대초만 해도 회유하는 조기떼를 따라 법성포에서는 파시(波市)가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이를 전설처럼 알려져 있다.
새해 어부들의 간절한 소망은 단연 무사히, 그리고 많은 고기를 잡는 것.
출어제는 이를 기원하는 것이다.
정월 첫 항차에 나서는 선주와 어부들은 출어에 앞서 만선과 무사고를 기원하며 제를 올린다. 출어제는 일종의 ‘고사’로 풍어제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
변덕스런 겨울날씨 속에 작은 어선으로 멀리 제주도, 흑산도 근해까지 나가야 하는 정월 출어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어민들의 신앙적 관심도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배 안에는 여자신·동자신 등 성주신을 만들어 모시고 의례를 행하여 배의 무사안전을 빈다.
출어제는 배위에 제물을 차려놓고 당골네(무당)가 어민들의 풍어와 안전을 비는 굿을 펼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김앵순씨라는 무당이 풍어굿(출어제)을 도맡다시피 했으나 8년전 작고했다.
강성지 법성포 어촌계장은 “20여년 전만 해도 출(풍)어제는 법성포의 모든 배들이 5색 만선기를 달고 일제히 출어하는 등 장관을 연출하는 신명나는 행사였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풍어제 역시 어획량이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조촐하게 치러지고, 그나마 단오제 때나 겨우 볼 수 있다.
법성포는 풍어제와 함께 ‘칠산도 어장놀이’도 있다.
칠산도 어장놀이는 곡우 무렵 칠산도 인근에 조기떼가 몰려들 때 출어에 앞서 올리는 풍어제와 칠산도 인근 어장에서의 어로작업, 만선을 이뤄 돌아오는 과정을 흥겨운 농악과 노래로 표현한 것.
또한 조기를 주로 잡는 연평도 지방에서도 독특한 풍어제를 지낸다. 연평도는 용왕이 아닌 임경업 장군을 ‘조기의 신’으로 받든다. 이는 조선 16대인 인조 때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 정벌에 나서 중국 산동성으로 가던 중 연평 앞바다에 가시가 달린 나무를 꽂아 조기를 잡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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