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랑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나무가지엔 새싹이 움트고 있다. 얼마전까지 흰눈이 쌓여있던 지리산 자락 계곡과 돌담 사이에도 흐드러진 산수유가 봄을 오라 손짓한다. 어디 이뿐이랴. 은빛물결 일렁이는 섬진강변엔 하얀 눈꽃이 만발한 듯 매화가 꽃의 향연을 연출하고 있다.

산수유는 지리산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전령. 노오란 꽃망울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꽃물결은 실로 장관이다. 산자락이며 들녘, 돌담 너머로 산수유 꽃이 지천이다. 잘 빠진 자연석이 즐비한 개울도 눈부신 산수유들이 하늘을 뒤덮어 버렸다. 눈길가는 곳마다 흐드러져 있다.
옛날에 중국 산동 처녀가 구례로 시집오며 심었다는 산수유. 한톨의 씨앗이 이제는 지리산 자락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며 산동의 명물로 자리잡아 버렸다.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을 아예 ‘산수유 마을’로 부른다.
산수유가 가장 아름다운 곳은 평촌과 상위마을. 겨울을 이겨낸 파릇한 이끼가 남아있는 돌담 너머로 아름드리 화사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산수유가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산수유는 모두 50~60년된 고목. 온천지구 꼭대기 마을인 상위마을은 산동에서도 가장 많은 산수유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 지리산과 돌담, 밭이랑, 자연석을 타고 흐르는 가느다란 물줄기와 어우러져 산수유 마을은 가히 한폭의 수채화다. 수십, 수백그루씩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수유 나무가 한꺼번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려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가들도 여기저기 캔버스를 펼쳐놓고 화폭에 담느라 열중이다. 산수유꽃에 빠져버린 사람들, 봄에 푹 빠져 있다.
이곳에서 수확하는 산수유는 자그마치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 봄철 꽃들은 상춘객들을 유혹하지만 가을이면 빨간 열매가 주민들에게 제법 쏠쏠한 가욋돈을 안겨주기도 한다. 한약재는 물론, 향기 그윽한 차(茶)오 쓰인다.
올 봄에는 오는 27∼28일께 산수유꽃이 절정을 이룰 전망. 다음주면 산수유마을은 그야말로 ‘꽃 피는 산골’로 화려하게 치장한다.
구례군은 만개 시기에 맞춰 오늘부터 이틀동안 산동마을과 지리산 온천지구 일대에서 산수유꽃축제를 연다. 산신제를 시작으로 남도국악대향연, 산수유가요제, 전통품바공연, 산수유설명회 등도 마련한다.
내친김에 섬진강변 매화마을까지 내달려봐?
그곳엔 바야흐로 봄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물안개가 걷히면서 따사로운 햇살 받아 은빛물결로 일렁이는 섬진강. 간전교를 건너 강줄기 따라 드라이브도 한결 여유롭다.
강 언저리에선 봄을 낚는 강태공들, 아래로 내려오자 섬진강 명물인 재첩조개를 잡는듯한 아낙네들이 연신 물질을 해댄다. 강위를 한가로이 나는 백로의 날갯짓도 한층 가벼워 보인다. 간전교를 지나 30여분, 전국에서 가장 길다는 광양시 다압면(面)이다. 길따라 언뜻언뜻 매화밭이 드러난다.
길 중간에 ‘청매실농원’ 이정표가 나오면 반드시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매화숲 속으로 가는 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청매실 농원 마당에 올라서면 큼직한 항아리들로 꽉 차 있다. 마당에서 매실차로 목을 축인 후 오른쪽으로 난 산허리로 향한다.
산허리를 휘돌자 골짜기에 매화가 천지다. 늦은 3월, 그야말로 그 풍경은 쏟아진 폭설로 눈꽃이 만발한 듯 깊은 골짜기가 온통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맞으며 좁다란 길 따라 10여분 오르면 작은 언덕. 발끝 아래서 꽃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보는 이마다 가슴을 태우기에 충분하다. 이미 거목이 돼버린 매화나무 사이로눈 푸릇한 보리가 싱그러움을 더한다.
청매실농원을 비롯한 매화마을은 요즘 카메라를 짊어진 작가들과 화폭에 담느라 여념이 없는 화가, 봄나들이 온 사람들로 연일 북적인다. 백운산 자락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꽃잔치는 이번주말이 절정.

【여행쪽지】
구례 산수유마을과 광양 매화마을은 하루일정으로 충분하다.
광주를 출발, 호남고속도로 석곡 교차로에서 구례군 소재지∼남원방향으로 가다보면 지리산 온천지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온천지구 윗 마을이 산수유마을들.
이곳에서 다시 나와 토지면 쪽으로 가다보면 간전교. 다리 건너 광양 방향으로 30여분 가면 청매실농원 표지판이 있다. 돌아오는 길은 거슬러 올 수도 있으나 광양방향으로 곧장 내려가면 옥곡 교차로가 나온다.
산수유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국내 최대의 지리산온천이 들어서 있다. 온천도 즐기고 지리산에서 나는 고로쇠 약수까지 맛볼 수 있어 봄철 가족단위 여행지로 더할나위 없는 곳. 또다른 볼거리도 많다. 19번국도를 따라 20km를 더 남하하면 천년고찰 화엄사 입구. 매표소에서 화엄사 도량까지 울창한 숲으로 둘러진 2km의 도로는 마음을 가다듬기에도 제격이다.
먹거리도 봄철 입맛을 돋구기에 충분하다. 지리산을 끼고 있어 갓 뜯은 봄나물이 풍성하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채정식. 취나물 등 다양한 봄나물에 죽순무침, 더덕구이, 묵 등이 별미. 여기에 동동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라. 가격은 대개 9천원 선. 동동주가 아니라도 요즘은 고로쇠물이 절정이다. 온천지구, 화엄사 입구 상가지구에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청매실농원에서는 매실진액은 물론 매실주, 매실고추장아찌 등 다양한 매실제품을 판다. 사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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