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 바람의 시대다.
옛날이라고 왜 그러지 않았겠는가마는 그래도 옛날 바람은 웬지 순하고 따스하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바람이 많았던 것 같다. 꽃바람, 산들바람, 봄바람, 잠바람, 강바람, 솔바람 등등.
그런데 세월이 점점 흐르며 세상의 바람도 조금씩 조금씩 변해지는 것 같다. 중년에는 춤바람, 돈바람, 치마바람, 정치바람, 거짓말바람 등.
요새 바람은 이제 올데까지 다 온 바람이다. 총바람(銃風), 세바람(稅風), 옷바람(衣風), 로비바람, 그리고 최근에 한반도를 무섭도록 할퀴고 간 태풍 올가바람까지.
이 바람들은 이제 맞아서 기분 좋고 고개 숙여 머리카락 날리는 정도의 자연스런 바람이 아니고 높은 곳에서 사람이기를 바라지 않는 이른바 지도자급이라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센 바람이고 냄새나는 바람이고 어쩌면 더러운 바람이기까지 해서 조용하게 엎디어 사는 우리네 서민들의 고요한 심정을 들쑤셔놓고 멀쩡하게 자라던 온갖 지상 나무의 과일들을 몽땅 땅에 떨어져 몹쓸 냄새를 피우며 썩게 만드는 바람이다.
사람이 그러니 자연까지도 이제 정상적이지 못해서 “너희들 그렇게 놀면 어디 이 바람 한번 당해봐라”하고 자연의 법칙을 지배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께서도 이제는 그렇게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높은 자리에 있는 몇몇 정치꾼들의 못된 바람 만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된바람을 맞은 서민, 농민 하층계급의 수많은 구성원들은 참으로 고통스럽게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낮추어 떨어진 과일을 치워야하고 젖은 가재도구를 닦아야하고 쓰레기더미를 치워야 한다.
그들이 진짜 된바람을 맞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일하면서 하나같이 바라고 있는 것은 참으로 맑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서 저 이상하고 냄새나는 바람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그런 측들을 싸악 쓸어버리고 이 세상이 진정한 대명천지(大明天地)가 되어 옛날에 많이 만났던 그 부드러운 바람, 그 따스했던 바람, 그 아름다운 바람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조금 가난하면 어떠랴. 지금처럼 있는 자는 너무나 많이 있어서 몇억 몇천만원이라는 돈의 단위를 우습게 알고 천방지축 날뛰는 사람이 없이 오순도순하게 갈라먹고 정겹게 이웃하고 사는 세상, 오히려 그것이 아름다운 바람의 세상이 되는 것 아닐까.
조금 못나하면 어쩌랴. 하나같이 잘나고 똑똑한 인물만 있어서 사람 고르기에도 이제 지치고 지친 나머지 ‘그놈이 그놈’이라는 자조속에 나라의 장래까지 걱정하는 마음을 이제 포기하려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고 하면 그건 과장된 말일까.
제발 저 ‘보이지 않는 손’이 센바람 만들어 부쳐보내 그렇지 않아도 지치고 고달픈 선량한 사람들이 더욱 큰 고통속에 빠지지 않도록 그 냄새나고 더럽기까지한 바람들을 만들지 말라. 바람, 바람, 바람. 이제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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