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집,광주전남녹색연합 환경법률정책위원·광주대 교수>
정보기술이 어지러울 정도의 빠른 광속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생활에서 PC를 쓰기 시작한 것이 불과 십여년 전인데, 몇 년 전에는 인터넷이 나와서 정보의 홍수를 이루더니 이제는 핸드폰을 지나 PDA다 IMT-2000이다 해서 전문가들조차 5∼6개월을 주기로 급변하는 정보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잡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컴맹이나 넷맹이 되어서는 기업이나 사회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면 정보기술은 과연 21세기의 또 다른 거대한 흐름인 환경과 어떤 관계일까? 과연 정보기술은 환경의 친구인가 적인가?
먼저 정보기술이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단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압축 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즉, 정보기술과 이동통신의 발전에 따라 현재와 같이 출퇴근이나 업무 그리고 쇼핑 등을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고 경제구조가 지식서비스를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환경에 대한 부하가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정보기술을 응용한 청정기술과 환경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의 확산이 신속하게 차단되고 근원적으로 오염부하가 적으며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는 환경친화적인 산업구조가 정착된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정보기술이 환경파괴를 가속화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관적인 주장도 있다.
이는 정보기술의 발전이 자본의 논리에 따른 이윤추구의 동기에 의해서 추진되기 때문에 정보부자와 정보빈자라는 정보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정보와 생활이 수치화, 물질화, 상품화되어 인간관계가 삭막해지고 삶이 정보시스템이라는 타율체제에 의해서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의 정보사회는 정보부자에 의한 정보독점과 정보통제로 인하여 정보기술이 빅브라더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며, 정보기술을 이용한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통해서 환경파괴가 가속화되어 디스토피아(dystopia)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 같은 양극단의 저울에서 의해서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적절한 중용의 접점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환경과 정보기술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환경도 인간을 위한 것이고 정보기술도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극단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경보전이 생물계나 자연계가 주인이 되고 인간은 종이 되는 그런 개념은 아니며, 정보기술도 인간이 맹목적으로 무한대의 기술발전을 수용해야만 하는 기술독재도 아니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환경과 기술이 필요하다. 즉 봉사하는 기술과 공생하는 환경의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기술이나 환경 그 자체는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그렇지만 기술이나 환경 자체가 목표가 되고 인간이 그 적용대상으로 전락하면, 목표의 전치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전도된 기술과 환경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술종속이나 환경독재를 통해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기술이나 환경이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삶과 중요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를 왜곡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술과 환경에 대한 인간의 관리와 제어가 필요하다.
다음세대 자손들의 풍요롭고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효과적인 관리방법과 제어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광속의 변화기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또 다른 임무라고 하겠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