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 매화에 이어 뜨락에서 화사함을 뽐내던 백목련이 시들하자 흐드러진 벚꽃무리가 또다시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에 질세라 담장 너머로 개나리가 흐드러졌다. 거리는 온통 노오란 꽃물결이다.
이번 주말, 화려한 자태를 한껏 뽐내는 벚꽃·개나리가 또다시 상춘객을 손짓한다.
벚꽃 터널로 유명한 영암군 군서면 구림리 일대 국도변은 아름드리 가로수마다 하얀 꽃송이로 뒤덮여 가고 있다. 며칠후면 화사함이 절정을 이루리라. 거리만도 자그마치 38㎞, 100여리다.
지난 1930년대 말엽부터 한 두 그루씩 심기 시작한 나무들은 수령이 대부분 50여년을 넘어 아름드리가 됐다. 고향마을 어귀의 당산나무들을 한꺼번에 옮겨 놓은 듯한 가로수 행렬. 화사한 꽃송이가 터널을 이루는 꽃길이란….
게다가 만개한 꽃잎이 지노라면 흩날리는 꽃잎은 흡사 함박눈이 내린 듯 운치를 더해준다.
이 꽃을 일본인들이 국화처럼 즐기는 ‘사쿠라’로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오히려 일본에 전해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지난 84년께 생태 역학조사에서도 이 왕벚나무들은 월출산 자락이 자생지임이 입증됐다”고 설명한다. 왕벚꽃이 우리꽃이라니. 최근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로 시끌한 탓인지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말에 괜시리 아까운 생각 앞선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일컫는 월출산을 끼고 있어 드라이브 명소로도 좋을 듯 하다.
만개시기에 맞춰 영암군은 왕인문화축제<관련기사 7면>를 연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왕인 문화유적지는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장. 성기동, 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떠났다는 상대포 유적지, 도갑사 등 유서깊은 장소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다. 월출산 자락의 천년고찰 도갑사도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기엔 제격이다. 특히 도갑사는 도선국사의 탄생설화로 유명한 곳. 태어난 아이의 눈, 귀가 뒤틀려 숲에 버렸지만 비둘기들이 감싸고 돌보자 이를 귀히 여긴 최씨부인(도선母)이 다시 길러 후일 월암사 승려가 되었다는 도선국사.
최근 한 TV사극에 등장하는 고려 태조 ‘왕건’에 대한 예언으로 관심을 모으고 터라 더욱 흥미롭다. 어디 이 뿐이던가. 걸판진 축제는 물론 왕인 문화유적 인근에는 선사시대의 움집에서 조선조 한옥, 양반가옥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주거문화지, 구림일대의 황토로 제작한 옹기류를 전시·판매하는 도기문화센터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벚꽃과 함께 절정을 이루고 있는 것이 개나리꽃.
세상을 온통 색칠할 기세로 유달산을 노랗게 물들이며 개나리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노적봉 아래 등구에서 덕산마을 3거리까지 2㎞ 일주도로는 개나리꽃 일색이다. 푸릇푸릇 갓 돋아난 새순도 절묘한 색조화를 이룬다. 그야말로 봄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
어딜 가나 흔하디 흔한 봄꽃이지만 유달산의 수려한 산세와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특히 ‘예향’ 목포의 명성에 걸맞는 명소들을 한아름 품고 있어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한다. 노적봉 아래 박화성 문학관, 조각·난공원, 특정자생 식물원, 문화의 집 등….
어딜 가나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먹거리
광주에서 영암, 영암에서 목포 유달산까지는 각각 한시간 남짓 거리.
휴일 나들이에 적당하다.
영암~목포의 중간쯤, 영암군 학산면 독천리는 낙지로 유명한 곳. 50여년째 이어오고 있는 영명식당 등 낙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세발낙지, 갈낙탕이 유명.
갈낙탕은 낙지를 재료로 해서 만든 별미중의 별미.
시원한 국물과 갈비의 감칠 맛이 한데 어우러져 과음한 뒤 쓰린 속을 푸는데 뛰어나 인기 있다. 가격은 1만 2천원. 세발낙지는 1접(20마리)에 6만원.

사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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