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무렵 마신제서 유래
까다로운 절차와 의식
무당 혼자 온종일 굿 해

음력 삼월 삼짇날은 봄을 알리는 명절.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동면에서 깬 뱀이 나오기 시작하는 날이라고도 한다.
옛말에 ‘삼질’이라고 하는 이날은 상사(上巳)·상제(上除)·답청절(踏靑節)이라고도 쓴다.
이날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며, 집안을 수리하기도 하고, 농경제(農耕祭)를 올리며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섬마을인 여수시 화정면 개도(蓋島, 상화리) 역시 해마다 삼월 삼짇날이며 전통적인 제례절차에 따라 엄격하고도 축제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례행사를 치러오고 있다.
천제(天祭)와 당제(堂祭)가 바로 그것.
이 행사가 시작된 것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400여년전인 임진왜란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마(軍馬)를 길렀던 개도에서 말이 살찌고 병들지 않도록 지내왔던 마신제(馬神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말이 점차 사라지고 생업이 바다와 논으로 바뀌면서 섬기던 신앙도 자연 하늘과 바다로 변하게 된 것.
천제와 당제는 음력 3월 1일부터 시작돼 3일간 상당제, 중단제, 하당제로 구분해 이어진다.
상당제(천제)는 개도 주산의 천제봉 제단에서 비와 바람의 조화를 비는 것이고, 옛날 마신을 주신으로 지냈던 중당제는 요즘 풍년과 바다에서 무사안위를 기원하는 용왕제로 바뀌어 마을에 지어놓은 당집에서 지낸다. 하당제는 당집 앞에서 액을 물리치고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로 하늘과 땅 바다를 대상으로 인간이 하나되기를 원하는 개도 주민들의 가장 큰 연례행사이다.
정월 대보름이 아닌 삼짇날 봉행되는 천제·당제의 절차와 의식은 전국 어느지방보다 엄격하고 특이하다.
준비는 삼짇날 한달전부터 서두르고 천제를 올리는 제주는 단 두명. 물론 부정하지 않은 사람으로 이때부터 근신하며 몸가짐을 돌본다. 물론 온갖 세속을 피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하는 일이라곤 하루 세번의 목욕과 쌀알을 고르며 쌔끼 꼬아 짚신을 삼는것이 대부분.
삼월 초하루 인적이 끊어진 한밤중에 두 제주는 옷 3벌, 짚신 3켤레, 솥 시루, 쌀, 장작 등을 짊어지고 천제봉으로 올라간다. 두 제관은 산에서 직접 밥을 지어 상당에 다섯그릇과 칠성밥, 뒷전밥 두그릇 등 일곱방향에 각각 메를 차려놓는다. 이어 북쪽을 향해 재배한 후 10여곳에 소지(燒紙)를 올린다. 이로써 천제는 끝난다.
이튿날 새벽 하산한 제관들은 당집으로 내려와 임시로 지어놓은 당집에서 삼짇날 새벽 4시께까지 중당제를 지낸다. 예전에는 철마상에 올렸던 마신제였으나 지금은 마신이 해신으로 바뀌어 위패만 놓는다. 무병을 비는 무당굿으로 액을 막는 노적(露積)굿, 액막이굿, 별신굿 등 다양하다. 옛날에는 4~5명의 무당들이 번갈아 온종일 굿을 했지만 요즘엔 최근에는 한두명이 도맡아 한다. 이 굿은 삼짇날 오전 5시께야 비로소 끝난다.
개도 당제에서 절정은 하당제.
중당제가 끝나고 온 주민들이 참여해 시작하는 하당제는 잔치처럼 마을이 온통 떠들썩하다. 이 때는 마을 주민들은 물론 출향인사들도 고향을 찾는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젯상을 마련, 당집 앞으로 내 온다.
준비한 젯상은 당산나무 아래 도열해 놓고 무당은 온종일 굿을 한다. 이와함께 주민들은 하당제와 함께 메구를 치며 걸판진 놀이마당을 연출해 바야흐로 축제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오후 2시께, 하당제는 대부분 마무리되고 메구꾼을 앞세운 주민들은 진설한 음식을 들고 바닷가로 나가 간단한 용왕제(풍어제)를 올린다.
제가 끝나면 어장치에 제물을 담아 용왕께 올리고 무당도 물밥을 만들어 바닷가에 놓고 무사안위를 기원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모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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