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마다 굽이친 이랑에 푸릇푸릇 생기가 감돈다.
5월의 따사로운 봄햇살에 움트는 맑은 색깔이 은은함과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작설차·봉로·옥로차·유비차 등. 이름만으로도 그 맑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굽이친 능선마다 차밭이 드넓게 펼쳐진 보성군 회천면 영천리 봇재일대.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 방향으로 고갯마루 너머 드넓게 펼쳐진 다원. 자그마치 100여만평이 넘는다.
차밭은 평지에서 산허리를 감아돌며 가파른 산정까지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이랑과 도로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영화나 광고의 한장면이 되기도 한다. 봇재 전망대인 ‘다향각’에 오르면 굽이친 차밭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이랑마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새순을 뜯고 있는 아낙네들. 새싹이 돋아나며 연두색이 점차 퍼져 가는 다원과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영천리 일대는 안개 자욱한 날이 많다. 물론 이는 차를 재배하는데 적당한 조건. 남해바다가 가까운 탓에 해풍까지 잔잔하게 불어 여행의 맛을 더욱 진하게 한다. 예로부터 곡우를 전후해 따는 작고 부드러운, 기가 모아진 잎을 으뜸으로 친다. 참새 혓바닥을 닮아 작설(鵲舌)차란다. 그다음은 까치 혓바닥의 작설이라 했던가.
한 잔의 차와 함께 즐기는 사색. 도시생활에 찌든 도시민들에겐 더없이 좋은 명소로 오는 12일부터 전국 최대의 차문화 행사인 제27회 보성 다향제도 열린다. 1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는 관광객들이 차의 모든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내실있게 꾸미고 있다. 특히 가족단위로 차밭에서 손수 찻잎을 따서 차로 마시기까지 직접 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다도를 보고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차밭을 산책하며 차잎도 따고, 직접 덖은 후 이를 우려내 마신다.
아예 율포까지 내달려 녹차탕에 몸을 푹 담궈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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