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서 산제, 국태민안·통일 기원
백두대간의 마지막 지맥인 노고단.
첩첩준령 사이로 거대한 파도가 굼실거리는 운해는 지리산 10경중의 하나. 게다가 봄철이면 연분홍 철쭉이 능선을 화려하게 장식해 등산객들의 피로를 씻겨주기도 한다.
민족의 영산(靈山)답게 지리산에서는 천제, 산제, 개천대제 등 다양한 종교의식이 행해지고 있다. 최고봉인 천왕봉, 삼신봉 등과 함께 다양한 전설을 간직한 노고단 역시 종교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노고단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를 모시는 신당이라고 한다. 또 한가지 얘기는 아득한 옛날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리산 아래 고을에 ‘노고’라는 청상과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 사냥온 백제왕이 첫눈에 반해 왕비로 삼고자 했다는 것. 그러나 노고는 끝내 절개를 지키기 위해 지리산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데 훗날 ‘노고할미’가 되어 노고단의 산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음력 9월 9일 갱정유도회(更定儒道會, 一心敎) 사람들은 노고단에서 산제를 올린다.
노고단 정상에 세워진 돌탑(지금은 휴식년제 시행으로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음) 앞에 제단을 만들어 하늘과 땅, 자연에 인간의 마음을 전한다. 이 돌탑은 1961년 정월에 만들었다. 특별한 의미보다 일심교 2세교조가 수양후 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 놓은 것. 삼월 삼짇날 광양 백운산, 오월 단오에 순창 회문산, 칠원 칠석날은 반도의 중심부인 충남 계룡산에서 제를 올린 후 9월 지리산 노고단 산제를 봉행한다. 이들은 노고단을 찾는 이유는 지리산을 곤모산(坤母山·어머니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한복 차림에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제관들.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초헌·아헌·종헌과 축을 고한 후 소지하는 등 제례절차는 유교식이다. 다만 축을 고한 후 경을 읽는 것이 다른 점이다.
노고단을 찾아 제를 올리는 것이지만 기복신앙이 아니다. 제주가 하늘과 땅이 하나됨을 알리는 것이다. 지리산의 모든 ‘산천신명(山川神明)’에게 제사를 지내지만 무엇보다도 자연의 일원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불·선이 합해진 유도교를 종교로 하는 이들은 고하는 축(祝)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인의 심성을 촉구하는 인간성 회복, 남북통일과 국태민안, 세계평화와 인류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늘과 땅의 화합에 대한 염원으로 이곳에서 제를 올리는 것은 올해로 40년째다.
또, 노고단에는 기독교수양관과 예배터도 있다. 영·호남지역에서 활동하던 미국인 선교사들이 풍토병을 견디지 못하자 노고단에 수양관을 지어 건강을 회복하기도 했다.
‘호남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휴 린튼은 이곳에서 건강을 회복해 왕성한 선교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유진벨 재단 이사장이며 현재 대북 지원사업을 하고있는 스티브 린튼은 그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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