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은 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진솔하고 극적이고 마음을 못잡고 방황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한낱 시계공의 자식으로 태어나 큰 학교나 스승없이 혼자 공부하고 고생하고 싸우고 도망다니면서 그리고 위대한 사상가가 되었고 위대한 시인 위대한 소설가가 된 것이 재미있다. 공교육이 실패하고 있다고 아우성인 오늘의 우리에게 그의 생애는 다시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랑스 혁명의 아버지요 19세기 낭만주의 사상의 시조이면서 오늘 카스트로에 이른 탈 식민주의 사상의 뿌리이며 오늘의 NGO 환경운동의 선지자이기도 한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은 역설적이지만 이 시대 하나의 등불이다.
그는 어느 날 감옥에 갇혀 있는 백과사전 편찬자 디드로를 방문하기 위해 가는 도중 우연히 잡지를 보다가 현상 논문 광고를 보게 되었다. 제목은 ‘학문 예술의 진보는 관의 타락에 기여했는가 아니면 순화에 기여했는가’였다. 18세기 중엽의 일로 그 시대도 진보 사상이 사회를 지배한 시대였고 백과 사전의 편찬 등이 말하듯 지식의 힘이 강조되는 시대였기 때문에 의당 논문은 학문 예술의 진보는 인간의 순화에 기여했다는 정답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루소는 논문에서 학문 예술의 진보는 인간을 타락시켰으며 인간의 순화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이 논문은 18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장 자크 루소를 탄생시켰다.
오늘 다시 장 자크 루소가 나서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게 한다면 아직도 그는 여전히 학문과 예술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학문과 예술은 루소의 시대보다 월등하게 진보되었어도 그 긍정적 가치가 상승할 이유가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이 그 중순에 접어들고 있다. 오월은 하늘이 높고 아름답고 신록이 꽃 보다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오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그리고 스승의 날로 그 뜻이 또한 푸른 하늘 신록의 들처럼 아름다운 달이다. 오월 초 하루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부처님 오신날 전국의 사찰에서 내건 구호는 나라 청정 사람 청정이었다. 인간의 욕심이 극에 달하고 있는 이 시대 미증유의 자연 훼손이 자행되고 있는 이 시대 인간의 순수성이 어느 시대보다도 파괴되고 있는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달 오월의 청정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의 고귀한 순수성을 가로막는가. 오늘처럼 학문이 예술이 신나는 시대가 없었다. 종횡무진하고 이렇게 백화쟁발의 시대가 없고 백가 쟁명의 시대가 없다. 학문과 예술이 앞 세운 구호처럼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 것이라면 오늘처럼 인간은 행복한 시대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오늘 그만큼 행복한 것인가.
우리가 오월을 가정의 달로 지정한 것은 그나마 무방하다 생각된다. 가정의 달에 루소의 참회록을 읽으면 또 다른 면에서 흥미로운 곳이 있다. 가령 그는 다섯의 자식을 두었다. 그러나 그 다섯을 남김없이 고아원에 보냈다. 그땐 애들을 고아원에 보내는 것이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년에 몹시 마음 아파 한 것으로 보아 그도 가정에 대한 애착이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이것은 마치 도연명이 시와 술에 파묻혀 살다가 만년에 자식들을 가르치지 못한 것을 후회한 것을 상기시킨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정이 소중하다. 가정은 동양인에게 생활의 중심이다. 싱가포르의 전 수상 이광요는 여러 곳에서 서양의 이성과 동양의 가족주의를 대비시킴으로서 동양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동양의 가정은 서양의 이성보다 인간의 행복에 더욱 기여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이성이란 자유 정의 진리 박애 또는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이념을 말한다. 만일 서양의 이성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 온 것이라면 이 시대처럼 행복한 시대가 더는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이성이 이 시대처럼 성공적으로 수용되는 시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은 바벨의 탑을 쌓고 있다. 인간을 경쟁하게 만들고 싸우게 만들고 인간을 미워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 이성의 상징이요 꽃인 학문과 예술이 비판받는 근거이다. 그러는 가운데 동양의 전통적인 가족애는 이 시대의 마지막 보루가 되고 있다. 가족애가 어찌 동양의 보루에 그치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또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의 중심이 또한 생각하면 가족이 아닌가. 가족은 생명의 마지막 희망인 것이다. 가족은 싸우지 않으며 경쟁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서양적 이성은 우리의 가족까지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절대로 가족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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