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연휴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함께 산행을 한 적이 있다. 모처럼 나선 들녘은 때마침 가뭄을 해갈하는 비에 흠뻑 젖어 모든 식물들이 진한 녹색을 띠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고, 보리를 심지 않은 논과 밭에는 짙은 분홍색의 자운영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30대가 넘은 농촌출신 독자들은 어릴적 분홍색꽃 자운영 논밭에서 뒹굴며 뛰놀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자운영은 본래 중국이 원산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옛날부터 우리나라 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녹비작물이다. 다자란 자운영을 파엎을 경우에는 땅에 유기물 함량 증가와 비료성분 공급, 토양 및 양분유실 방지, 잡초발생 억제, 자운영 뿌리에 의한 토양의 물리성 등이 개선돼 지력 증진을 위한 환경 농법이 될 수 있다. 단백질 함량이 다른 사료작물에 비해 많아 가축사료로 이용할 경우 소화율을 높여주며, 봄에 꽃이 만개하면 꿀벌의 밀원과 관광자원으로서의 이용 가치가 높다.
특히 농업전문시험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운영을 심은 논은 약 50%의 비료 대체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비료 사용시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즉, 자운영을 심은 논 300평 당 생초 2t 정도가 생산되며 여기에는 질소 9.6㎏, 인산 3.6㎏, 가리 7.4㎏으로 총 20.6㎏의 비료효과가 있어 비료를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자운영은 꼬투리가 황갈색인 만화기∼완숙기 사이인 5월 중하순께, 모내기 약 2주 전에 논에 갈아 엎으면 된다. 몇 년 전부터 현재까지는 전남도와 각 시군의 예산으로 농협을 통해 종자를 중국에서 수입해 농가에 무상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외화를 절약하는 차원에서라도 지금부터는 종자를 농가가 자체적으로 채취해야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으며, 종자채취 시기는 잎이 황색으로 변하고 꼬투리가 흑갈색으로 변화됐을 때가 좋다.
농협이 전남도의 자금지원을 받아 농가에 자운영 종자를 공급하는 이유도 논의 지력 증진과 비료사용을 줄여 농가의 영농 비용 절감과 환경농법 실천을 권유하기 위함일 것이다.
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중·고교 교사들도 환경농법에 밑바탕이 되는 자운영의 가치를 염두에 두어 내년 봄 소풍은 분홍빛 자운영 꽃이 만발한 농촌 들녘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이영기·전남농협지역본부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