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칠월보름인 백중(百中)은 망혼일(亡魂日)이라 하여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죽은이를 위해 굿판을 벌이는 날.
예로부터 한어린 문화를 지니고 있어 아픔을 삭이고 흥으로 승화시키려는 굿이 성했다.
조상들은 산자와 죽은자로 구분지어지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구천을 들어가지 못하고 죽은 장소를 헤매다가 위기에 처한 산자를 혼란시켜 해코지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당골네(무당)를 불러 굿판을 벌이며 한많고 억울한 넋을 달래고 씻겼다. 이를 씻김굿이라 하고 서울에선 지노귀굿, 경상도 지방에선 오구굿, 함경도는 망묵이굿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진도 씻김굿은 지난 80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됐다.
인간의 생노병사에 이르는 통과제의 가운데 죽은 이의 넋을 천도하는 것. 즉, 죽은 이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으로 △곽머리 씻김굿-출상전야 시신 옆에서 직접하는 굿 △소상 씻김굿-죽은지 일년되는 소상날 밤에 하는 굿 △대상 씻김굿-탈상 씻김굿으로 죽은지 삼년되는 대상날 밤에 하는 굿 △날받이 씻김굿-조상의 원풀이를 하여 가족이 화를 면코자 하는 굿으로 택일을 해야하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의 굿 △영화 씻김굿-조상의 비를 세우거나 집안 경사가 있을 때 조상 모두를 불러 행하는 굿 △넋 건지기 굿-물에 빠져 죽은이의 넋을 건져 한을 풀어주는 굿으로 물가에서 혼을 건져 진 씻김굿을 하고 집에 혼을 모셔와 마른 씻김굿을 한다 △저승 혼사굿-처녀 총각으로 죽은 ‘몽달귀신’이 가족에게 해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영혼들끼리 결혼시키는 굿. 이와같이 행해지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일곱가지 굿이 있다 한다.
씻김의 절차를 통해 해탈되고 새로운 신격으로 들어간다는 강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종교적 의식까지 엿보인다. 씻김굿은 시체를 씻는 절차와 매장후 넋신을 씻는 두가지로 나눠 행한다. 이중에서도 갑작스런 죽음으로 흔히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되는 일이 없어 망자를 달래는 씻김굿은 산사람에게도 깨우침을 전한다.
돗자리에 망자옷을 둘둘말아 몸통부분을 만들어 세우고 주발에다는 쌀이나 혼백(넋전)을 담아 머리를 세운다. 그 위에 솥뚜껑이나 모자를 얹으면 사람형체가 되며 이때 향물 쑥물 맹물로 번갈아 빚자루로 씻는다.
무명필로 매듭을 만들어 차례로 풀어가는 고풀이(인생역경)의식 다음에 저승길을 상징하는 무명천을 길게 늘어뜨리고 길닦음을 한다.
이때 풀어내는 사설은 넋신의 고(매듭)는 말할 것 없고 일가친척 동네방네 산사람의 속까지 개운하게 녹여준다.
“하직이로구나 하직이로구나 인간세상이 영영 하직이로구나/ 살던 집도 하직이고 정든 처자도 하직이로구나/ 형제일신 일가친척 친구번뇌도 하직이요/ 동네방네 모두가 하직이로다…. ”
‘날받이 씻김굿’은 집안에 우환이 들었을 때 점쟁이에게 날을 받아 굿을 한다. 굿은 무속노래로 계속 이어지는데 그 가락은 육자배기목(시나위목)으로 피리, 대금, 해금, 장고, 징 등의 주악이 곁들여져 오현육각의 한 유형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전라도 지방의 무당은 중부지방 등 타 지역과는 달리 화려한 무복 대신 하얀 한복차림에 종이 고깔을 쓰고 흰색 두루마기를 걸친다.

죽은 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풀어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씻김굿. 사진은 지난 70년대 신안 장산도에서 행해졌던 씻김굿으로 돗자리에 망자옷을 둘둘말아 몸통을 만들어 세우고 주발에 쌀이나 혼백(넋전)을 담아 머리를 세워 무당이 사설을 하며 망자의 한을 달래고 있다.

무명필로 매듭을 만들어 차례로 풀어가는 고풀이(인생역경)의식 다음에 저승길을 상징하는 무명천을 길게 늘어뜨리고 길닦음을 한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다? 마을에 굿판이 펼쳐지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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