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죽림욕장
가족단위 나들이 제격
대숲의 죽로차도 ‘독특’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막바지.
벌써 여름이런가. 한낮의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한다. 찌는 더위에 길 가던 사람들도 옷을 한꺼풀씩 벗겨낸다. 정말이지 시원한 개울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주말, 도심에 갇혀 답답함을 풀기위해 막상 길을 나서자니 마땅히 찾을 만한 곳이 드물다. 산행은 버겁고 해변은 이르고, 가뭄에 계곡은 유수량이 부족할 터이니….
그렇다면 특이하고 운치있는, 한적한 숲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떨까?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 대나무골 야영장.
광주·전남 지역에 수많은 자연휴양림이 있지만 대나무 숲을 조성, 휴양림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 뿐이다.
올곧은 기개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나무는 따지고 보면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 상록수.
특히 쭉쭉 뻗어올라간 대나무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시원할 뿐만 아니라 절개의 표상이기도 해서 다른 잡목숲을 거니는 것보다 기분이 훨씬 상큼해진다.
너무나 깔끔한 대나무 향. 숲에 바람이라도 일라치면 차를 품은 대나무숲의 상쾌한 냄새가 은은하게 다가온다.
‘쉬이~익’일렁이는 소슬바람과 함께 청량감이 온몸을 감싼다. 가슴깊이 들어와 온 몸과 마음을 씻겨주듯-.
‘나무도 아닌거시 풀도 아닌거시/
곳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엇난다/
뎌려코 사시예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대숲을 걷다보면 그 푸르름과 곧은 절개를 노래한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쯤은 어느새 흥얼거림으로 바뀐다.
대숲길 걷다보니 5월의 햇살 사이로 죽순도 힘차게 솟아 올랐다. ‘우후죽순’이라 했던가. 엊그제 내린 비에 삐죽삐죽 지축을 박차고 올라오는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어디 이뿐이랴. 울창하고 건강한 대숲에 야생차도 자라나고 있다.
흔히 ‘차’하면 보성 등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대 숲에 차나무라니….
이곳에서 대나무골 야영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복진씨(62)는 “그 차나무는 대잎에 내려 앉은 이슬을 받아먹고 산다고 해서 ‘죽로차(竹露茶)’”라고 설명한다. 물론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죽향과 어우러져 향긋함이 코를 찌른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오붓한 주말 나들이, 가까이에 금성산성이 있어 깊이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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