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용배 전남 광양경찰서 광영파출소 팀장>

의식 있는 이들이 귀농을 선택하고 노년을 농촌에서 보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긴 했으나,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이들이 더 많고 농촌에는 빈집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농촌이 와해 위기로 몰리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인적이 드문 농촌의 빈집들은 폐가가 되면서 농촌 미관을 해치고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빈집이나 빈 건물을 활용해서 박물관을 짓는 거라고 본다. 우후죽순으로 신도시가 건립되고 신시가지가 생기는 도시와 달리 농촌의 역사와 전통은 매우 깊고 고유한 색채를 갖고 있다. 그런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는 공간으로서 박물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건 없다. 문을 닫은 정미소나 마을회관, 창고 혹은 넓은 빈집을 활용해서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물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거다. 빛바랜 사진도 좋고 낡은 옷가지도 상관없다. 때 묻은 편지면 더욱 좋고 녹이 슬었으면 더 더욱 좋다. 그 마을에 뼈를 묻은 선조들,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의 땀과 체취와 손때가 묻은 거라면 훌륭한 전시물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농촌 박물관은 마을에서 살아온 이들의 기억과 삶을 저장하는 일종의 타임캡슐이 될 것이다. 또한 농촌 거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삶을 반추하고 그 깊은 뿌리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농촌 박물관 건립은 거주민들에게 자긍심이 될 것이다. 또한 농촌 박물관이 그 마을 주민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민들을 결집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리라 필자는 확신한다.

박물관은 보존의 기능만 지닌 게 아니다. 박물관은 문화생활의 기틀이기도 하다. 농촌 박물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농촌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농촌문화 토대가 굳건해지면 거주민들의 삶도 보다 더 안정되고 도시민의 귀농이 더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21세기에 최고의 자산은 바로 문화다. 따라서 농촌 박물관은 농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