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현 광주수피아여자고등학교 3학년 8반>

지난 달 광주 모 여고생 자살 소식으로 고3교실은 멘붕(멘탈붕괴) 상태다. 앞으로 누가 언제 또 일을 벌일지 두렵다. 요즘엔 서로 죽지 말라는 농담을 건네지만 우울해 보이는 친구는 관찰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어 죽겠다, 졸려 죽겠다, 영화보고 싶어 죽겠다’며 ‘죽겠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렇다고 진짜 죽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말이 그럴 뿐이다. 그런데 그 때마다 ‘너만 힘든 거냐?, 잠잘 거 다 자고 어떻게 공부하느냐?, 고3이 영화는 무슨 영화냐?’며 다그치니 정말 죽고 싶은 거다. “부모님들, 대학, 대학 하시는데 그렇게 대학이 좋으면 직접 공부해서 본인이 가세요! 애들 들볶지 마시고요!”

우연히 들은 강연에서 가톨릭 사제가 한 말이다. 내 속이 다 후련했다. 공부가 즐거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데 똑 같이 공부를 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개인의 잠재력과 관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좋겠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경제협력개발기구) 주관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연속 1위를 차지한 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접한 적이 있다. 시험 성적으로 서열을 정하는 경쟁구도인 우리와는 영 달랐다. 경쟁은 경쟁을 낳을 뿐, 학교는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과정이라는 게 교육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조건 핀란드식 교육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울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면 적어도 성적을 비관해 죽음까지 가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고3을 잘 버티려면 적어도 한 가지 이상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군것질로 스트레스를 푼다. 공부할 만큼 하고 노래방이나 오락실을 가더라도 혼쭐 날 각오를 해야 하니 ‘에라! 먹기나 하자’ 하는 것이다. 딱히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슬픈 현실이다. 늘 교문 밖 세상이 궁금한 나는 신문읽기로 숨구멍을 삼는다. 밖으로 나다니는 대신 신문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청소년의 반대말은 자유다.’

오늘은 월척이다. 제목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듯, 기사를 읽고 나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선생님도 한마디 보태 주신다.

“넌, 수영 선순데 육상 선수로 뛰고 있으니 빛을 발하지 못할 뿐이야. 대학가면 네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힘내!”

획일화된 교육환경에 고전하는 내게 보양식처럼 힘이 나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 고3에겐 이런 말이 위로가 된다. 날도 더운데 더 달리라는 채찍은 너무 가혹하다. 꾹 참고 견디는 자만이 성공한다는 말보다 “덥지? 정말 힘들겠다”라고 공감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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