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찬성과 반대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거셌던 한-미 FTA가 3월 15일자로 발효되고 난 이후 관세가 철폐되면서 우리 생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아직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큰 변화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식탁물가와 관련이 깊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농업분야를 보면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32.8%의 품목 관세가 철폐되었고 미국은 농산물 58.7%, 수산물 73%만큼의 품목 관세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많은 농수산물의 관세 철폐는 미국의 농수산물을 전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자리를 위태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관세 철폐로 인해 비교적 저렴해진 미국의 농수산물의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세계 시장이 무한 경쟁시대가 되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16일 ‘최근의 체리 수입 급증과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산 체리의 경우 한-미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된 데에다, 작황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올해 1~6월 체리의 전체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가 늘었다. 이에 따라 체리의 국내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떨어졌으며 이번 달 들어서는 6월 보다 19%가 더 하락했다. 그리고 국내 유통업체들은 저렴해진 미국산 체리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산 체리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국내산 체리를 비롯해 복숭아와 자두 등 우리나라 여름 제철 과일들이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계 자료에 따르면 체리는 6월 중 대형마트 수입과 1일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과일 전체 매출액에서도 복숭아와 자두와 같은 우리나라 제철 과일들이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더 나아가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는 사례도 있다.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짠 다섯 가지의 맛을 지녔다는 ‘오미자’가 그 주인공이다. 전국 물량의 50%를 생산하는 문경 오미자는 연간 5천t을 생산하고 있다. 오미자 특구로 지정되어 있는 문경 동로면은 오미자 재배에 있어서 더없이 좋은 곳이다. 문경시 동로면 오미자는 폐광이 되면서 노동력이 도시로 떠나고 남은 노동인력이 산간 휴경지를 활용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개발되었다. 이때부터 식재 시설비, 초기조성비, 생산농가에 제품개발 기술전수 가공까지 적극 지원함으로써 참여농가와 재배면적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2005년 연간 농가조수입이 40억원으로 가공제품 매출액 1억원이었던 것이 7년 만에 무려 10배가 상승된 400억원, 가공제품매출액만도 450억원으로 급성장을 이뤄냈다.
농산물수입개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큰 시장으로 뻗어 나아가는 문경오미자를 본받아 이러한 상황에 위축되지 말고 더 많은 연구와 개발로 외국산 농산물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농가들이 더 크게 되기 위해서는 문경오미자가 더 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국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기관인 관련 부처에서는 지역산업으로 번성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으로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금전적인 지원과 더불어 연구인력 보충을 도와줌으로써 지역농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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