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부러져도 좋으니 오늘만 버티게 해달라고 기도해

“무릎, 어깨, 팔꿈치, 손가락 인대까지 모두 끊어진 상태였다.”

런던 하늘에 태극기를 드높인 김재범(27·마사회)이 부상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재범은 1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2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급 결승에서 유효 2개를 얻어내며 올레 비쇼프(32·독일)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당시 결승에서 만난 비쇼프에게 1분30초를 남기고 유효를 내주며 은메달에 그쳤던 김재범은 4년 만에 깨끗이 설욕했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매우 기뻐서 말로 표현이 잘 안된다”며 “이번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가문의 영광이다”고 정상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2011파리세계선수권 금메달, 2012아시아유도선수권 금메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재범은 이번 런던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김재범은 컨디션을 묻는 질문에 “사실 별로 좋지는 않았다. (금메달 이후에) ‘팔이 부러져도 좋고 다쳐도 좋으니까 오늘만 버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답했다.

김재범은 런던 히스로공항 입국 당시 부상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혹시나 핑계로 비쳐질까봐 우려해서였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모두 털어놓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켰다. 김재범은 “왼쪽은 무릎을 비롯해 어깨와 팔꿈치, 손가락 인대까지 모두 끊어진 상태였다. 솔직히 어제까지 5~6주 동안 훈련을 거의 못 했다”고 말했다.

평소 기도를 거르지 않기로 유명한 김재범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될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해놓고 기도를 하지는 않지만 개인 기도 시간이 따로 있다. 오늘은 1등을 하고 싶어서 조금 일찍했다”고 털어놨다.

김재범을 곁에서 지도한 정훈(43) 감독은 “몸의 3분의2가 안 좋은 상황임에도 금메달을 따줘서 감독 입장에서 매우 고맙다. 좋은 경기를 했다”고 김재범의 투혼을 칭찬했다.

이어 “엑스레이 찍으면 성한 곳이 하나도 없다. 의사도 이 몸으로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고 물을 정도다. 인간승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정훈 감독은 “4년 전과는 완전히 차이가 난다. 세계대회를 2연패 했기 때문에 지금은 최고 기량을 보인 것 같다. 유도에서 노메달을 예상하는 기사를 보고 너무 속상했는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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