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통 추어탕·영산포 홍어 인기 영암과 나주서 재배한 식재료 사용 인심과 넉살 좋은

전남 나주시 성북동 ‘유선추어탕’

첫 눈은 언제 오려나. 바람도 제법 차갑고 기온도 많이 떨어졌다. 주변에 ‘콜록콜록’ 감기 환자들도 많이 늘어 여차 싶으면 나에게까지도 감기가 옮겨들까봐 걱정이다.
이런 때 일수록 자신의 건강은 본인이 챙겨야 하는 법. 개운한 추어탕 국물이 생각나 배의 고장 나주로 향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나주골 길가에서 ‘유선 추어탕’(사장 나경순·나경애)을 찾았다.
 

쌍둥이일까. 가게에 들어서니 생김새가 비슷한 두명의 아주머니가 눈에 띤다. 정말로 쌍둥이일까?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는 성격이라 현장에서 확인을 했다.
호기심 발동 시작. 넉살 좋고 인심이 넘쳐흘러 보인다.
“쌍둥이신가요”라고 묻자 “자매입니다”라고 나경순 사장이 말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간혹 언니 경순씨인줄 알고 말을 걸었다가 동생 경애씨로 밝혀지면 당혹해하는 해프닝도 종종 있다고 한다.
가게는 자매가 운영하는 탓인지 동네 사랑방으로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일단 음식점이니 손맛을 봐야하는게 맛객의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가게는 추어탕과 생태탕, 삼합, 계란찜 등 다양한 요리를 하지만 그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추어탕을 시켰다.
봄철에는 봉황면 들녘에서 자연산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추어탕 재료로 사용한다. 봄이 지나면 미꾸라지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나 사장도 어쩔 수 없이 전북 부안에서 양식한 미꾸라지를 가져다가 사용한다고 털어놨다.
언니 경순씨는 “20여년 전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고 가게를 운영해 와서 나주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집 추어탕의 맛을 잘 알고 있다”며 “맛도 끝내줘 인기 많지만 간혹 입담이 뛰어난 손님들이 가게를 찾을 경우 돼지고기 수육이나 나주 막걸리도 무상으로 제공하니 손님들이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장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기다리던 추어탕이 나왔다.
여타 가게와 다를 바 없는 육수 색깔이지만 그 맛은 기가 막혔다. 텁텁한 맛은 없고 시원하고 고소한 때로는 달콤한 맛이 넘쳐났다.
 

전통방식으로 추어를 삶은 뒤 집된장과 육수를 풀고 시래기와 들깻가루를 넣고 팔팔 끓였다. 국물을 한 숟갈 떴다. 혀보다 목젖이 뜨겁게 반응했다. 가공되지 않은 천연 국물이 끝내줬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배추나 무 등의 식재료는 친정집이 있는 전남 영암 신북면에서 재배한 것들로 자급자족하고 있다. 된장 역시 집에서 직접 메주를 담가 만든 재래식 된장을 사용한 덕에 소화력이 뛰어나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도 건강식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추어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서 삼합을 기다리고 있는 차례. 주방 위쪽에 걸개 사진이 내걸려 있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고구려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주몽’의 제작진과 출연진들. 이들은 올해 2월께 이곳 가게를 찾아 남도의 전통 추어탕의 맛에 흠뻑 매료됐을 것이다.
영산포 홍어와 나주 금천에서 키운 돼지, 여기에 묵은지가 함께 어울려 삼합이 만들어졌다. 나 사장이 김에다 싸 먹으면 색다르다고 말해 따라해 봤다. 김에 홍어와 돼지수육, 묵은지, 양파, 고추를 얹어 쌈했다. 걸쭉한 막걸리가 간절히 생각나는 맛이었다. 
글·사진 박정태 기자 psyche@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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