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지존' 신지애(24·미래에셋)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총 상금 275만 달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신지애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리버풀 골프클럽(파72·66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3·4라운드 36홀 플레이 중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 1타를 잃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41만8825 달러.

신지애는 올 시즌 한국 선수가 올린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태극낭자는 올 시즌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3개 대회 우승컵을 쓸어 담으며 한국인의 매운 손 맛을 뽐냈다.

지난 5월 유선영(26·정관장)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문을 열었다. 이후 최나연(24·SK텔레콤)이 US여자오픈에서, 신지애가 이번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년 10개월 여의 긴 침묵을 깨고 우승 맛을 본 신지애는 2주 연속으로 우승컵에 입맞춤 했다. 시즌 2승이자 LPGA 통산 10승, 메이저 2승째였다.

2008년 아마추어 초청 자격으로 이 대회 정상에 섰던 신지애는 4년 만에 다시 찾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브리티시오픈과 각별한 인연을 이었다.

2001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이후 이 대회에서만 4번째 한국 선수가 정상을 밟았다. 그 중 절반인 두번은 신지애의 몫이었다.

2001년 초대 대회에서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우승 테이프를 끊은 이후 2005년 장정(32·볼빅), 2008년 신지애가 차례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4년 만에 다시 우승컵에 입을 맞추며 한국 선수 메이저대회 우승의 요람으로 떠올랐다.

신지애는 한국 선수 중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 이후 2회 이상 '메이저 퀸'에 오른 유일한 선수라는 영예도 안았다. 박세리는 메이저대회에서 5승을 거뒀다.

웬만해서는 아무도 신지애를 막을 수 없었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도 신지애의 우승을 멈추지 못했다. 마지막 날의 긴장감도, 36홀 강행군도 그의 우승을 돌려세울 수 없었다.

2위 캐리 웹(38·호주)에게 3타 앞선 채 4라운드 문을 연 신지애는 여러 악조건 속에 트리플보기 1개, 보기 3개, 버디 5개를 곁들였고 들쭉날쭉한 플레이 끝에 우승을 지켜냈다.

그러나 폴라 크리머(26·미국)와 렉시 톰슨(17·미국)이 기록한 4라운드 이븐파 기록을 제외하면 신지애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모두가 오버파를 쏟아낸 가운데 1오버파로 선전했다. 단독 2위 박인비(24)에게 9타 앞선 독보적인 우승이었다.

3라운드에서 LPGA 통산 38승, 메이저 7승의 '베테랑' 웹이 3타 차로 추격해 흔들릴 법한 신지애였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한 끝에 값진 우승을 일궜다.

마지막 라운드 출발은 좋지 않았다. 시작홀인 1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신지애에게 어려운 것은 다른 선수에게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추격자 웹도 1번홀에서 더블보기, 2번홀에서 보기를 쏟아냈다.

6번홀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신지애의 앞 조에서 경기를 펼친 웹이 파3 6번홀에서 1온에 성공하고도 샷 난조로 스리퍼트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신지애는 티샷을 깃대 먼쪽 그린에 떨구고도 긴 버디 퍼트로 예쁜 곡선을 그려내며 그대로 홀컵에 떨궜다. 기선제압이 확실히 됐다.

이어진 7번홀에서도 신지애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려놓았고 5m 남짓한 긴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웹의 추격을 7타 차로 따돌리며 앞서 나갔다.

8번홀부터는 날씨와의 싸움이었다. 강한 바람을 동반한 굵은 빗줄기가 플레이에 어려움을 줬다. 신지애는 8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9번홀에서는 티샷이 그린을 놓친 가운데 퍼트 감으로 파로 막았다.

10번홀 역시 티샷과 세컨드 샷을 모두 러프에 빠뜨리며 위기가 찾아왔지만 세 번째 아이언 샷을 그린 위에 안착시켜 파로 탈출했다. 이어진 11번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이 러프에 빠져 결국 1타를 잃었다.

12번홀을 파로 막으며 숨을 고른 신지애는 빗방울이 잦아진 틈을 타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13번홀에서 10m 남짓의 '빨랫줄' 같은 버디 퍼트를 홀컵에 꽂아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더이상 신지애를 맞상대할 선수는 없었다.

이어 15~16번홀을 연속 버디 처리한 신지애는 17번홀에서 1타를 잃었지만 마지막 18번홀을 파로 마무리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머지 한국 선수들도 리더보드 상위권을 점령하며 선전했다.

4라운드에서 3~5위를 오르내리던 박인비는 4타를 잃어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 단독 2위로 신지애의 뒤를 이었다. 17번홀까지 크리머와 함께 공동 2위를 나눠 가졌지만 18번홀에서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유소연(22·한화)은 4타를 잃고 최종합계 3오버파 291타를 기록, 웹과 함께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인경(24·하나금융그룹)과 최운정(22·볼빅)은 최종합계 7오버파 295타를 적어내며 나란히 공동 10위에 랭크됐다. 올 US여자오픈 우승자 최나연(25·SK텔레콤)은 최종합계 8오버파 296타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아마추어 초청 신분으로 관심을 모았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한국명 고보경)는 톰슨과의 맞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6타를 잃고 최종합계 9오버파 297타로 공동 17위를 기록, 톰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청야니(23·대만)는 최종합계 11오버파 299타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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